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공수처 수사관들이 계속되는 대치 상황 끝에 집행을 중지한 후 철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은 '용두사미(龍頭蛇尾)'에 그쳤다. 영장 집행에 투입된 인력이 윤 대통령 경호 인력보다 한참 못 미친 데다, 경호처가 근거로 내세운 '경호법' 논리에 가로막힌 모양새다.
3일 CBS노컷뉴스 취재와 공수처 등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날 오후 1시 30분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중지했다. 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는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집행 저지로 인한 현장 인원들 안전이 우려돼 오후 1시 30분쯤 집행을 중지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개시했다. 이를 위해 공수처 비상계엄 TF 팀장 이대환 수사3부장검사 등 공수처 수사인력 20여 명이 투입됐고, 질서유지 등을 이유로 경력 약 2700명이 동원됐다. 하지만 경호처가 저지해 결국 약 5시간 30분 만에 빈손으로 후퇴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 관저 200m 이내로 접근했지만, 버스와 승용차 10대 이상이 막고 있었다. 당시 경호처 직원과 군인 200여 명이 벽을 쌓고 있어 도저히 들어가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체포영장) 집행에 들어간 인원보다 훨씬 많은 인원이 집결해 있어 (영장 집행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체포영장 집행에 투입된 인원은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 등 20여 명과 경찰관 80명 등 100여 명이었다. 윤 대통령의 경호 목적으로 집결된 추산 인원 200명의 절반 수준이다. 앞서 오동운 공수처장은 지난 1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호처에) 공문을 보내 직권남용과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의율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수처의 경고장이 이틀 만에 무색해진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체포영장 집행 실패와 관련해 '작전이 잘못된 것이냐'는 질문에 "저희가 평가할 문제는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향후 적용할 수 있도록 채증 작업은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시작된 3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 경찰 병력이 이동하며 대치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경호처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으면서 내세운 근거는 '경호법'이었다.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의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사람은 경호 목적상 불가피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교통관리, 검문·검색, 출입 통제, 위험물 탐지 및 안전조치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 있다'는 법 조항을 앞세워 윤 대통령을 지킨 것이다.
앞서 경호처는 지난달 31일 전까지만 해도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를 근거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을 저지했다.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나 공무상 비밀에 대한 압수·수색을 할 때 그 장소의 책임자나 공무소·감독관공서의 승낙을 얻어야 한다고 규정들이다.
그러나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 '형사소송법 제110조 등의 적용은 예외로 한다'는 내용을 명시한 사실이 알려지자, 경호처가 형소법 논리에 이어 경호법 조항을 추가해 체포영장을 막아선 형국이다.
공조본은 "법에 의한 절차에 응하지 않은 피의자의 태도에 심히 유감을 표한다"면서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특사단)은 박종준 경호처장 등을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고,오는 4일 출석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