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유효기간인 6일 이전에 집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2일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정문 앞에 지지자들이 모여 있다. 류영주 기자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소환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주변에서 집회 중인 지지자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며, 유튜브를 통해 집회를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에도 유튜브를 즐겨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강제 수사를 앞둔 윤 대통령이 그간 자신의 세계관 형성에 영향을 끼친 해당 유튜브 채널들을 이제 메시지를 전하는 플랫폼으로 삼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2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극우 성향으로 꼽히는 유튜브 채널 중 100만 구독자를 넘어섰거나 육박하는 채널들은 신의한수, 고성국TV, 이봉규TV 등이다.
극우 유튜브 채널서 관저 사수 주장…탄핵 기각 전략도 제시
이들 채널 중 일부는 한남동 관저를 몸으로 사수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탄핵을 기각으로 이끌기 위한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는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의 편지를 집회 참여자들 앞에서 낭독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친서가 도착했고 대통령의 의지가 자신들과 함께 한다는 주장이 담겼다. 영상에서 집회 참석자들은 성조기와 태극기 등을 흔들며 "윤석열, 석열이 형 만세", "우리가 이겼다. 우리가 승리한다. 탄핵 무효. 국민이 지킨다" 등을 연신 외쳤다.
이 채널은 이날도 한남동 사저 앞에서 진행 중인 윤 대통령 지지 집회 현장을 생중계했으며 많게는 1만 6천 명 이상이 동시 시청하기도 했다.
이날 고성국TV에 올라온 한 영상에는 '불법 체포영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위한 것으로, 쿠데타'라는 주장이 포함됐다. 해당 영상에서 모 패널은 "불법적인 영장을 가지고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게 쿠데타"라며 "거대한 반국가세력들이 이재명 단 한 명을 위해서 대통령을 끌어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국TV 역시 이날 긴급 생방송을 진행했으며 고씨는 "이번 탄핵 사태의 배후에는 김정은과 그 집단들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재명 대통령을 세워 문재인 대통령 때처럼 대한민국을 망가뜨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상목 권한대행 공격 '제2의 이완용'…尹 돌아오면 성장할 것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뒤 넥타이를 고쳐 매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이봉규TV 채널의 '최상목 갑질 충격적'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이른바 메신저 공격에 나섰다. 패널은 "최상목은 제2의 이완용으로 생긴 것도 정말 싫다"며 "민주당으로부터 협박을 받았거나 (국무회의에서) 폭력을 행사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돌아오면 이제 성장의 시간밖에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들 유튜브들은 체포영장을 휴짓조각으로 만들고 끝까지 저항해야 한다는 주장, 공수처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영장을 청구한 이유와 영장을 발부한 판사에 대한 성향을 언급하며 비난하기도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편지를 낭독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예를 들어 40% 수준을 회복하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실제 지지율과 헌법재판소 인용과 기각 결정은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합리적인 주장이다.
2030대 젊은이들의 얼굴을 직접 보여주며 이들이 윤석열을 지키기 위해 나섰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여론조사 기관에서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어 여론조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근거 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언론사들이 보도하는 여론조사 결과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여론조사를 인용해 지금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더욱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제주항공 참사로 인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행보가 어려워졌다는 내용의 콘텐츠를 업로드한 채널도 있었다. 이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나 재발 방지책 마련 등과는 거리가 먼 행보로 정치적 입장을 떠나 부적절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尹의 극우 유튜브 사랑…당 경선 과정서 "유튜브서 본 기억" 발언
윤 대통령의 이른바 극우 유튜버에 관심은 대통령 취임식에 유튜버 30명을 초대하면서 외부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극우 유튜버의 누나가 대통령실에 채용되기도 했다. 이후 최근 12·3 내란 사태 이후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등의 발언이 유튜버들의 이전 주장과 상당 부분 비슷한 사례는 여러 차례 반복됐다.
지난 2021년에 국민의힘 대선 예비경선 과정에서 사전투표 조작 가능성 등의 부정선거를 언급하며 "유튜브 같은 데서 한 번 들은 본 기억이 나기는 하는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이런 채널들을 염두에 두고 지지를 호소한 데 대해서는 사실상 극우 세력 동원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앞서 이 편지를 통해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며 "정말 고맙고 안타깝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은 편지를 통해) 극우세력의 단결을 꾀하고 나를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거 아니겠느냐"며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 극단의 상황에 치달을 수 있는 위험 신호"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전체 의원의 국회 비상 대기를 지시했으며, 박성준 부대표는 이에 대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보기 때문에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