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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짧은 활주로?…'무안 제주항공 참사' 원인 물음표[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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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제주항공 참사]
'브레이크 역할' 랜딩기어 없이 기체로 착륙 시도
사고 직전 '조류 충돌' 경보…탑승자도 "새가 꼈다" 언급
조류 충돌이 랜딩기어 미작동 원인?…당국 조사 중
타 공항 대비 짧은 활주로 길이도 사고 원인으로 지목
국토부, 사고 여객기 블랙박스 확보…경찰도 '조사본부' 구성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한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다. 신고 내용 등 정황을 종합해보면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는 있지만, 관계 당국은 보다 정확하게 경위를 밝히기 위해 조사 중이다.
 
29일 한국공항공사와 전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3분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다가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구조물과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가운데 179명이 사망했고 남녀 승무원 단 2명만 구조됐다.
 
사고 여객기는 랜딩기어(비행기 착륙 시 사용하는 바퀴) 없이 내려와 기체를 끌며 빠르게 활주로를 내달리다가 참사를 피하지 못했다.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하면서 기체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항공대학 항공우주법학과 항호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버드 스트라이크가 일어났고 엔진에 불이 난 다음 랜딩기어가 내려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불이 랜딩기어를 작동하는 장치인 유압 (시스템)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 생존자 중 한 명은 사고 원인과 관련해 "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후 폭발했다"는 목격담을 구조대에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또 사고 여객기 탑승자 B씨를 기다리던 A씨가 공개한 카카오톡 메시지에도 B씨가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을 못하는 중"이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사고 직전 공항 관제탑이 해당 여객기에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줬다는 조사 내용도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열린 사고 원인 브리핑에서 "(사고 여객기가) 활주로01 방향으로 착륙을 시도하다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 주의 경보를 줬다"며 "그 직후 조종사가 '메이데이'(조난 신호)를 선언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주의 경보는 오전 8시 57분쯤, 조난 신호는 2분 뒤인 8시 59분쯤 있었다. 사고는 그로부터 약 4분 뒤인 9시 3분에 났다.
 
국토부 주종완 항공정책실장은 "정상적으로 복행하지 않고 활주로01 방향과 반대 방향인 활주로19 방향으로 착륙하도록 허가했고, 조종사가 수용해 착륙하는 과정에서 항공기가 활주로를 지나 '로컬라이저'라는 항행 안전시설에 부딪힌 후 외벽 담벼락까지 충돌했다"고 말했다.
 
다만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 미작동 가능성에 대해 "목격한 내용과 기체 조사 후 결론이 다를 수 있다"며 "버드 스트라이크로 인한 랜딩기어 문제가 원인이라는 내용이 나오는데 조사를 명확하게 해봐야 원인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일각에선 한쪽 엔진이 작동하지 않더라도 다른 한쪽의 엔진을 비롯한 장치를 통해 랜딩기어는 작동될 수 있다며 기체 결함 가능성을 폭넓게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제주항공 김이배 대표는 언론 브리핑에서 "(사고) 항공기에 이상 징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기체에 대한 정비 이력 등을 별도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길이가 다른 공항보다 짧아 사고가 발생했다는 주장도 있다. 사고 영상을 보면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사고 여객기는 활주로 끝 부분에 도착했을 때까지도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담벼락을 그대로 들이받고 폭발했다.
 
국토부는 이런 주장에 대해선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는 2800미터다. 그전에도 사고 항공기와 유사한 크기의 C급 항공기들이 계속 운항해왔다"며 "활주로 길이가 충분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 사고 조사를 맡은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여객기에 탑재된 두 종류의 블랙박스, 즉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를 모두 확보해 조사 중이다. 다만 항공기 상태 등 정보가 저장된 비행기록장치는 외형이 일부 손상돼 수거된 것으로 알려져 해독 작업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전남경찰청도 같은날 '무안 항공기 사고 관련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와 함께 사고 원인 규명 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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