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탑승객 181명을 태운 여객기가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해 사고가 발생한 29일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벌이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활주로 이탈사고로 탑승객 대부분이 숨지는 끔찍한 참사가 발생했다. 이번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기 참사 중 최악이자, 1983년 소련 전투기의 대한항공 007편 격추사건과 1997년 대한항공 괌 추락사고에 이은 초대형 국적기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휴일 아침을 뒤흔든 참사에 유가족은 물론 국민 모두가 커다란 슬픔에 빠졌다.
태국 방콕 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는 착륙장치인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이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 국제공항 활주로 끝 담벼락과 충돌하면서 불길에 휩싸였다. 기체에는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해 181명이 탑승중이었으나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조된 2명을 제외한 탑승자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동체가 활주로에 미끄러지면서 구조물과 빠르게 충돌했고 화재까지 발생해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기체는 꼬리 칸을 제외하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에 탔다.
기상상태가 좋은데다 사고기가 국제적으로 많이 판매된 비교적 검증된 기종이어서 허탈하기만 하다. 의문점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토부 브리핑에 따르면 사고 직전 관제탑에서 사고기에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한 지 1분 만에 기장이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했고, 이후 5분 만에 무안공항 담벼락에 충돌했다는 것이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29일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습작업을 하고 있다. 무안(전남)=황진환 기자먼저 경고 후 1분 만에 조난신호가 발신된 만큼 관제탑의 조류 충돌 경고가 과연 조종사가 대응하기에 충분히 제때 이뤄졌는지 밝혀져야 할 것이다. 또한 무안공항이 새떼를 쫓기 위해 즉각적인 퇴치작업을 시행했는지도 규명돼야 한다. 공항 직원들에 의하면 이날 아침 새떼가 활주로 위 상공을 뒤덮을 정도로 날아들었다고 한다. 산탄총 발사나 폭죽 등 새떼 퇴치는 촌각을 다투는 착륙 과정에서 신속히 이뤄져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랜딩기어 오작동 등 기체결함 가능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고 영상에는 새떼에 의해 오른쪽 엔진쪽에 이상이 포착됐다. 랜딩기어 고장 이후 수동 작동 등 대비책은 없었는지, 그리고 기장과 관제탑의 대응은 적절했는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정부가 이날 오후 사고기에서 비행기록장치와 음성기록장치 등 블랙박스를 모두 수거함에 따라 사고원인을 밝히기 위한 작업은 본격화될 것이다. 블랙박스에는 항공기의 3차원 비행경로와 여러 장치의 작동상태, 조종실과 관제실과의 대화 및 교신내용 등이 담겼다.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하는 한편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외신은 "한국 땅에서 일어난 역사상 최악의 항공사고"라고 전하면서 비상계엄에서 비롯된 정치적 혼란기에 발생한 대형참사라는 점에 주목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해 피해자 수습과 원인규명, 유가족 대책 등 후속 작업에 철저히 나서야 한다.
발언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최상목 권한대행으로선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라는 부담감을 떨치고 흔들리는 대한민국의 조종간을 잡은 기장의 심정으로 책임감있게 나서야 할 국면에 서 있다. 무엇보다 무안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하되 금융시장 패닉 등 연이은 악재를 극복하고 궁극적으로 국정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헌정질서 회복이 시급함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