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연쇄살인 9차 사건의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기 이전인 고등학생 시절의 윤동일(1997년 사망)씨 모습. 윤동기 씨 제공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 변호인단 대표를 맡게 되면서 과거 검사 시절 그가 지휘했던 수사가 재조명받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이춘재 9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렸다가 암투병 끝에 사망한 윤동일씨를 수사한 담당 검사였다. 윤씨 측은 현재 진행중인 재심에서 김 전 위원장에 대해 "사건 당시 긴급구속 기간을 초과하면서 윤씨를 불법으로 조사했다"며 그를 재판 증인으로 신청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김 전 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검찰 선배로, 대검 중수부장을 맡아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를 할 당시 중앙수사2과장이던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는 국민권익위원장과 방통위원장을 지냈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황진환 기자김 전 위원장이 검사 시절 담당했던 사건 중 최근 들어 집중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이춘재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렸다가 암투병 끝에 사망한 윤동일씨 사건이다.
이춘재 9차 사건은 1990년 11월 화성시 태안읍 야산에서 김모(13)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이다. 당시 수원지검 소속 검사였던 김 전 위원장은 해당 사건을 지휘했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 뒤인 1990년 12월 18일 용의자였던 윤씨를 면담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윤씨는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과 검찰로부터 누명을 쓴 피해자였다. 피해자 김양의 옷가지에서 채취된 DNA가 윤씨의 것과 불일치한다는 감정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씨는 김 전 위원장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경찰 조사과정에서 폭행과 고문을 당했다. 수사팀은 윤씨를 경찰서 인근 여인숙 등으로 데리고 다니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얼굴에 포대를 씌운 채로 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씨는 허위자백을 할 수밖에 없었다.
윤씨 측은 폭행과 허위자백을 가한 경찰도 문제지만, 당시 김 전 위원장의 조사 역시 위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이 조사 과정에서 검사라는 신분을 밝히지 않았으며, 72시간의 긴급구속 기간을 초과하면서 윤씨를 불법으로 조사했다는 것이다.
또 9차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현장검증에 나섰던 윤씨가 "경찰로부터 강압수사를 당했다. 나는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며 무고함을 주장했음에도, 김 전 위원장이 경찰의 수사 과정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며 인권보호의무를 방기했다고 지적한다.
윤씨는 이 과정에서 비슷한 시기 발생한 강제추행치상 사건의 용의자로도 지목됐다. 이춘재 9차 사건보다 일주일 전쯤인 1990년 11월 9일 오후 7시쯤 윤씨는 경기 화성시 태안읍 진안리에서 길거리를 가고 있던 피해 여성 A씨를 추행하고 다치게 한 혐의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당시 경찰은 범인이 입고 있던 옷과 윤씨가 근무하던 회사의 작업복이 동일하다는 이유로 윤씨를 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정작 피해자인 A씨는 당시 경찰 조사에서 "밤길이 어두워서 상대방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윤씨는 범인이 아닌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씨는 강제추행치상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5개월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그는 출소 10개월 만에 암 판정을 받았고 7년간 투병생활을 하다가 1997년 사망했다.
윤씨의 형인 윤동기씨는 경찰과 검찰이 이춘재 9차 사건의 범인을 만들기 위해 윤씨에게 다른 사건으로 누명을 씌웠고, 결국 억울한 피해자가 됐다며 지난해 6월 재심을 청구했다. 올해 7월 재판부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윤씨가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지 33년만이다.
현재 진행중인 강제추행사건 재심에서 윤씨 측은 김 전 위원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김 전 위원장은 향후 있을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