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김미성 기자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자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에는 환호와 함성이 넘쳐났다.
이날 윤석열 정권 퇴진 대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16차 대전시민대회에 참여한 시민 6천여 명(경찰 추산)은 은하수네거리부터 방죽네거리를 발디딜 틈 없이 메웠다.
집회 시작 2시간 뒤인 이날 오후 5시. 우원식 국회의장이 투표 결과를 발표하자 시민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한 목소리로 "정의가 승리했다", "이제는 구속"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주최측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틀었다. 시민들은 함께 온 이들과 노래에 맞춰 춤 추고, 껴안고 방방 뛰기도 했다. 대부분 시민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지만, 일부 시민들은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날 오후 대전 서구의 날씨는 1도에 머물렀다. 체감 온도는 영하권이었고, 시민들은 털모자부터 장갑, 방한화, 두툼한 패딩 등으로 중무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와 열기만큼은 뜨거웠다.
14일 오후 5시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김미성 기자
이날 집회에 참석한 이들 중 특히 10대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응원봉을 들고 흔드는 이들의 목소리는 우렁찼다.
'우리가 투표권이 없지, 애국심이 없냐'라는 팻말을 든 고등학교 2학년 A 양은 "대한민국의 청소년과 아이들은 전부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구슬과 같은 존재"라면서도 "윤석열 정부는 (이들에게) 오물을 퍼붓고 흠집 내고,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어린이 통학버스, 무상 교육, 청소년 고용 장려금, 심지어 어린이 재활 병원 운영비까지 어떤 곳은 억 단위, 어떤 곳은 전액의 예산이 삭감됐다"며 "미래를 책임질 어린아이들과 청소년들을 무시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 청소년들이 무사히 어른이 될 수 있을 것 같나"라고 일갈했다.
이가은(18)양도 "전 초등학교 4학년 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 때도 참여했었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 때도 참여 중"이라며 "정치에 관심 없는 어른보다 관심을 갖고 목소리 내는 청소년이 더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양은 그러면서 "빠르면 곧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저의 다음 세대 학생 분들에게 이런 상황을 겪고 싶지 않게 하고, 먼 훗날 역사책에 쓰일 지금 이 순간을 물었을 때 부끄럽지 않고 당당히 이 자리에서 시위했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덧붙였다.
대전 여성단체연합 전한빛 정책위원장은 "우리는 절대 지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당연하게도 언제나 시민들이 승리했다"며 "민중이 피땀 흘려 쌓아올린 민주주의에 반하는 극악무도한 폭거이자 범죄 행위를 저지른 저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시켜 반드시 반드시 죗값을 치르게 하자"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대통령 탄핵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주최 측은 윤 대통령이 탄핵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대전 서구 은하수네거리에서 집회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