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투표 불참 의원 규탄 현수막 찢는 시민들. 연합뉴스국책연구기관들이 12.3 내란 사태 이후 탄핵국면이 장기화 할 경우 국가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의원이 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 국책연구원들에 '계엄령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물은 결과 이같은 답을 내놨다.
'신용위험' 지표 비상계엄 이후 올라가
산업연구원은 "국내 금융시장이 비상계엄 선언 및 해제, 탄핵 불확실성 등의 여파로 주가 급락세와 환율 상승세가 나타나는 등 불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외 신인도를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외 신인도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지표 수치가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비상계엄 여파로 올라갔다.
산업연구원은 이에 대해 "비상계엄 여파로 신용위험도가 일부 상승 했지만 아직까지는 대체로 완만한 흐름을 보이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국책연구기관인 KIEP(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계엄령 발표 이전 외평채 CDS프리미엄은 미 국채금리 상승, 한국경제 성장세 둔화 등으로 상승하다가, 계엄령 발표 이후에는 국내 정국 혼란 및 국내 경제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우려 등으로 크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답변 자료 중 일부. 김현정 의원실 제공
현재 S&P사가 AA, 무디스사는 Aa2 단계를 유지하며 국제신용기관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아직 변경하지 않은 상황이다.
문제는 이 상황이 장기화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은 탄핵 문제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에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 우려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상존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국책연구기관은 12.3내란사태 이후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에도 주목했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이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이어오던 상황에서 최근의 비상계엄 및 탄핵 관련 불확실성이 대두되면서 코스피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2023년 11월과 2020년 4월 이후 최저치(9일 기준)로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은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2022년 10월 이후 최고치 수준까지 상승했다.
산업연구원은 정부가 국내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유동성 무제한 공급 조치로 시장 안정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향후 탄핵 불확실성이 지속될 경우 금융시장의 추가 약세 가능성은 아직 남아 있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계엄령 선포 이후, 금융시장에서 환율, 주식 등 일부 지표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금융시장은 아직 관리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KDI(한국개발연구원은) "계엄령 선포 이후, 여전히 정국 전개방향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바, 그 경제적 영향을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금융시장 지표 이외에 현 경제상황을 평가할 만한 지표가 부재"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불안 심리 최소화 중요…정확한 진단 필요
12.3 내란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불안 심리를 최소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이 나왔다.
KIEP는 "최근 외환시장 등 국내 금융시장 불안은 펀더멘털 요인이기 보다 국내외 정책 불확실성 등 경제 심리에 따른 영향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며 "내외국인의 과도한 불안 심리에 따른 외환시장 불안, 국내경제에 대한 우려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이를 안정화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기관은 또 "거시적으로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보다는 금융정책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대응하고 미시적으로 국민연금과의 외환스왑 규모 확대, 연기금의 탄력적 환헤지 비율 유도 등을 통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수요를 억제하고 공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 자산이 약 4천800억달러 수준으로 환 헤지 비율을 현재 수준(9월말 기준 2.75%)에서 전략적 환헤지 비율 상한선인 10%까지 확대할 경우 달러화가 약 350억달러가 추가로 공급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KDI는 "경제시스템이 평상시와 동일하게 유지되도록 관리하는 한편, 경제주체들이 지나치게 불안해하지 않도록 현재 경제 상황을 정확하고 투명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현정 의원은 "이런 탄핵이 장기화될 경우에 국가 신용 등급의 하향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우리 국책 연구 기관들의 일관된 진단"이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내일(14일) 표결에 여당이 참석해서 탄핵을 의결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핵 이후에 외환 시장, 국내 주식시장, 채권 시장 등의 안정화를 위해서 여·야·정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 불확실성을 해소시켜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