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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바짓가랑이라도 잡고 말린 사람 있나"…장관들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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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국무회의, 기록·속기 등 절차 제대로 안 지켜져
한덕수 "정식 국무회의라고 할 지 명확하지 않아"
野이소영 "군인들은 저항하다 상관에 구타 당하기도"
"장관들은 뭐했나…尹 바짓가랑이라도 잡았어야" 비판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출석해 있다. 윤창원 기자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무위원들이 출석해 있다. 윤창원 기자
비상계엄을 심의한 국무회의가 절차적·법적 하자투성이 인 데다가, 논의 시간도 약 5분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회의에 참석했던 국무위원들 또한 대부분 계엄에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대통령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반대했느냐"란 질문에 위원들은 모두 '침묵'했다.

특히 계엄 후 포고령이 발표됐을 때도 국무위원들은 대부분 그에 대한 위법성 등을 따져보거나 계엄 사령관을 말리는 등 구체적인 대응은 없이 국회가 계엄을 해제하기만을 마냥 기다리기만 했다.

11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 현안 질문'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성재 법무부장관 등 22명이 출석했다.

야당 의원들은 국무위원들이 지난 3일 비상계엄을 심의했던 국무회의의 절차적·법적 정당성 등을 따져 물었다. 이 과정에서 기록·속기·개폐회 선언 등이 제대로 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 총리는 "정식으로 우리가 보통 해왔던 공식적인 회의를 하는 것처럼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모인 것은 맞지만 보통 때와 같은 국무회의식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정식 국무회의라고 할지 명확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어 "국무회의를 개최하려고 했던 것은 계엄의 그런 절차적 흠결을 보완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국무회의를 명분으로 국무위원들이 모여서 좀 더 많은 국무위원이 반대하고 또 의견을 제시하고 걱정을 제시함으로써 계엄을 막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결과적으로 계엄을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 많은 죄책감과 송구스러움을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안부는 당시 국무회의 시간이 5분에 불과했다는 기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계엄 선포 이후 위헌·위법적인 포고령이 발표됐지만, 국무위원 중 그 누구도 나서서 이를 말리거나 수습하려고 한 행동은 없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복지부장관은 '의료인들 48시간 이내 복귀하지 않을 시 처단하겠다'는 내용이 포고령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이게 왜 들어갔는지 1급들하고 논의했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며 "어떻게 조치할 건가 얘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얘기만 하고 대통령한테 잘못됐다는 얘기를 했느냐'란 질의에는 "못했다"며 "비상진료체계를 어떻게 유지할까 정도만 생각했고 포고령 자체를 어떻게 해야 될 건지 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또 '계엄사령관한테 연락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란 질의에 "연락할 방법이 없었다"고 답했다.

계엄의 절차 등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총리는 '이번 계엄이 전국 단위라 각 지역마다 계엄사가 설치되는 것 알고 있었나'란 질문에 "저는 정확히 모른다"며 "기본적으로 집행은 계엄사령부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리나 장관이 직접 그거를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국무위원들의 이 같은 태도와 인식을 두고 질의 과정에서 "대한민국에 제대로 된 국무위원 한 사람이 없어서 이런 파국까지 치닫게 된 것에 깊은 슬픔과 배신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한 총리에게 "계엄에 반대했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국무회의를 소집해 준 것 말고 어떤 시도를 했나. 대통령 손목이라도, 발목이라도, 바짓가랑이라도 잡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여기 계신 장관님 중 단 한 분이라도 대통령 손목, 발목 잡고 말린 사람 있나. 있으면 손 들어봐 달라"고 했다. 손을 든 국무위원은 한 명도 없었다.

이 의원은 "제 앞에는 20명의 국무위원이 앉아 있다.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국무위원들이 이번 계엄 내란 사태에서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 했는지 궁금해하고 계신다"며 "여러분의 침묵과 방관이 지금의 사태를 만든 것이다. 12·12 군사 반란에 가담했던 이희성, 주영복 장관이 여러분들과 똑같은 말을 했었다.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날 한 군인은 선관위 진입에 항의하다가 (상관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계엄에 차출된 방첩사 군인들은 편의점에서 라면 먹고 배회하면서 일부러 시간을 끌었다. 법무부 감찰관은 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사표로 저항했다"며 "대한민국 최고위직에 계신 국무위원님들, 부끄럽지 않나. 뭐 하러 높은 자리에 앉아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한 총리는 "지금 생각해 보면 (대통령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그렇게라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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