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인천공항 면세구역 모습. 연합뉴스지난 4일 여행사를 운영하는 김모(42)씨는 밀려드는 전화에 곤욕을 겪었다. 대부분 여행 취소에 대한 문의였다. 김씨는 "비상계엄은 해제됐고, 입·출국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답변했지만, 단체 손님을 포함해 20여명이 여행을 취소했다. 그는 "예약 취소 문의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취소된 항공권과 호텔 예약을 어떻게 처리할 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동남아 여행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구모(51)씨도 걱정이 앞서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연말에는 추운 국내를 벗어나 따뜻한 동남아로 떠나는 여행객이 몰리는데, 올해는 문의가 전년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구씨는 "연말은 동남아 전문 여행사에게 대목 중의 대목이지만, 올해는 대목은 커녕 비수기보다 상품이 안 팔린다"고 토로했다.
여행사 연말 특수…환율 상승·불안 확산으로 사라질 판
계엄이 선포된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 군인들이 진입한 가운데 본회의장으로의 군인 출입을 막기 위해 관계자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다. 윤창원 기자
'12.3 내란 사태'로 인한 후폭풍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 등으로 번지고 있다. 환율 상승과 불안감 확산 여파로 연말 특수가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10일 한국관광공사 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해외로 떠난 국내 여행객 수는 652만116명으로 여름성수기가 속한 3분기 626만4250명보다 4.1% 많았다. 즉 여행사에게 최대 성수기는 여름이 아닌 연말이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하고,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크게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전날 한때 1438.3원까지 오르며 2022년 10월 24일(1439.7원) 이후 2년 1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탄핵정국 장기화'까지 겹치면서 여행사를 비롯한 각종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후 여행사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만 보더라도 여행 수요 감소를 우려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 수 있다"며 "정국 혼란이 장기화되면 여행사는 코로나 시국에 준하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원화 사라지고, 달러만 쌓이는 환전소…덩달아 피해
연합뉴스해외여행 기피 현상으로 환전소도 덩달아 피해를 입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사설 환전소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손님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환율 상승으로 환전을 미루거나 해외여행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환율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을 노리고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는 사람들은 몰리고 있다. 문제는 같은 상황에 놓인 은행이 환전을 거부하고 있어 달러만 계속해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환전소 대표 김모(38)씨는 "10년 넘게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은행이 원화가 없다고 달러 환전을 거부한 건 처음"이라며 "환전소는 원화와 달러의 비중을 적정선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달러 비중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혼란이 해결되면 환율이 떨어져 손해를 입고, 혼란이 장기화돼도 해외 여행객이 줄어 손해를 입으니 난감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