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에서 열린 인천시민 촛불집회 참석자 2천여명이 국민의힘 인천시당을 향해 행진하는 모습. 주영민 기자"대통령, 여당 대표, 국무총리 모두 헌법을 무시하는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헌법을 수호할 사람은 지금 국민 밖에 없습니다." 9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 거리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퇴진 및 수사 촉구 촉불집회 연단에 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인천지부 한필운(43) 사무국장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국민들의 '분노의 함성'이 인천에서도 울려퍼졌다. '12.3 내란 사태'와 '탄핵안 무산' 등 정부와 정치권에 실망한 시민들은 영하권의 거센 추위에도 불구하고 거리로 나와 "윤석열 탄핵"을 목놓아 외쳤다.
'사회 대전환·윤석열 정권 퇴진 인천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 주최로 열린 이날 집회는 12.3 내란 사태 이후 인천에서 열린 첫 대규모 집회다.
주최 측은 애초 경찰에 집회 신고를 하면서 집회 참여 인원을 1000명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현 사태를 규탄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주최 측 예상의 2배인 2000명(경찰 추산 1200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날 집회는 5개 차로 가운데 3개 차로를 막고 이뤄졌는데 집회 직전 참여 인파가 몰리자 인도, 육교 등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통상 인천시민들은 촛불집회가 열리면 서울 광화문집회나 여의도집회에 참여한다. 그러나 이날은 지난 7일에 열린 여의도 집회에 참석하지 못한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현 상황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큰지 가늠케 했다.
집회 현장에 만난 한 시민(20대)은 "지난 7일 여의도 집회를 가지 못해 마음에 미안함이 있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대통령이 군대를 동원해 국민을 위협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국민들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았는데 대통령과 여당은 권력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9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인천 시민 촛불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윤석열 퇴진"이라고 적힌 머리띠를 착용한 모습. 주영민 기자 이날 집회를 기획한 김광호 운동본부 공동대표(민주노총 인천본부장)는 "윤석열의 비상계엄령은 국헌문란이 목적인 명백한 내란이자 헌법파괴행위"라며 "내란 수괴 윤석열을 즉시 체포·구속하고, 탄핵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들도 공범이기에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변 인천지부 한필운 사무국장은 "어떤 국민이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권력을 줬는가"라며 "내란 혐의 수사를 공정하게 하기 위해 특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사무국장은 "현재 군검찰과 검찰, 공수처가 내란 혐의 수사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문제가 많다"며 "수사가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증거 공유가 되지 않고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검찰이 기소를 할 경우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취득한 증거가 증거 능력을 상실해 향후 재판을 어렵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회를 마친 시민들은 집회장소를 떠나 농산물시장 사거리, 남동경찰서 사거리를 거쳐 구월동 국민의힘 인천시당 앞까지 1.3㎞를 행진했다. 애초 5차로 가운데 3차로만 차지했던 행렬은 점점 커지며 급기야 도로를 가득 채웠다. 행진 참가자들은 "탄핵이 답이다", "국민의힘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30여분 간 행진을 이어갔다.
9일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롯데백화점 인천점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인천 촛불집회' 모습. 주영민 기자국민의힘 인천시당 앞에는 "민주주의 죽기 전에 윤석열을 탄핵하라. 계엄 찬성 인천시장·투표 불참 국회의원, 인천시민 창피해서 못살겠다"고 적힌 조화가 놓였다. 국힘 인천시당 앞에 모인 시민들은 이번 탄핵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사퇴하라"고 목소리 높이기도 했다.
한편 운동본부는 10일 오전 11시 인천 지역 여당 국회의원인 윤상현(동구미추홀을) 국회의원을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인천 국민의힘 의원들도 윤 대통령의 탄핵에 동참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