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등 야6당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쏘아 올렸다. 야당은 탄핵소추안을 통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22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한다고도 주장한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을 내란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헌정사상 세번째 탄핵 정국이다. 한편 현직 대통령이 내란죄로 탄핵·기소된 전례는 없다.
야당은 기습 계엄 선포 직후 반발 여론이 높아진 상황을 고려해 속전속결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탄핵 수용 불가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야당은 설득 작업을 통해 익명 이탈표를 노리면서 여론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尹 계엄' 헌법 17개·법률 5개 위반"…내란미수죄 주장, 내란죄는 사형·무기징역
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이후 5일 자정 직후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을 보고했다. 야당은 탄핵안에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17개 헌법과 5개 법률을 위반했다고 조목조목 짚었다. 이들은 윤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 국회를 장악하려 한 행위는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와 헌법수호책무(헌법 제66조)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위헌적인 계엄 선포로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헌법 제8조)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헌법 제21조) △대의민주주의(헌법 제41조) △불체포특권(헌법 제44조) △국회의원의 표결권(헌법 제49조) 등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또 계엄 선포 과정에서 계엄법도 어겼다고 주장했다. 전시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 비상상태가 아님에도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계엄을 강행했다는 것이다.
야당은 이같은 헌법·법률 위배가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다는 입장이다.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직무집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하면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그 위배 수준이 대통령의 임기 중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한 수준이어야 한다.
핵심은 내란죄다.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지만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예외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내란미수죄(형법 제87·89·91조)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이 본인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이 추진되자,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육군 참모총장과 모의해 반란군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내란죄에 해당하려면 해당 행위가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경우'로 인정돼야 한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국회 기능을 소멸시키려고 했기 때문에 '국헌문란'에 해당하고, 주요 국회의원을 체포하려고 하고 장갑차를 출동시켜 '폭동'을 일으켰다는 입장이다.
고검장 출신 민주당 박균택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의 권능을 배제하기 위해 폭력을 일으킨 경우이기에 명백하게 내란 범죄에 해당한다"라며 "경찰과 검찰, 군 수사기관은 당장 대통령의 내란범죄 수사에 착수하라"고 요구했다. 이용우 의원도 "군경을 통해 국회를 봉쇄하고 국회의원에 물리력을 행사해 저지한 점 등 종합하면 일련의 조치는 국헌문란의 폭동이다"라고 설명했다. 형법은 내란의 '우두머리'를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무기금고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속전속결 탄핵, 與 부결 당론 '암초' 부딪혀…여론전 통해 압박
4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사퇴촉구·탄핵추진 범국민 촛불문화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야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장외집회 등을 통해 탄핵 여론을 끌어올리려고 시도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민주당은 역풍 등을 우려해 탄핵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반발 여론을 키우면서 탄핵에 동력이 생겼다. 민주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이 먼저 탄핵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라며 "국민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피부로 느꼈을 때 공세 수위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탄핵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당론으로 정하면서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이르면 오는 6일 자정 직후에 열릴 본회의에서 탄핵안이 의결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상황. 앞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 때는 친한계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의원 18명이 찬성표를 던져 가결됐지만, 탄핵안에는 선을 그으면서 표면상 의결이 어렵게 됐다.
야당은 익명 이탈표 확보를 위해 여당 의원들을 설득하는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당론으로 정했지만 탄핵안 표결은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깜짝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공개적으로 탄핵을 수용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을 겨냥해 "사태를 직시하기 바란다. 내란죄를 범하고도 반성은커녕 남 탓만 하는 대통령을 언제까지 감쌀 셈인가"라며 "더 늦기 전에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을 키우며 여론전에 나선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안이 부결된다고 하더라도 또 탄핵안을 낼 것이기 때문에 장외집회는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진행된 '비상시국대회'에서 "비상계엄이 부족하다면 그들은 우리 국민들의 생명을 갖다 바칠 것이 분명하다"라며 "북한과의 무력충돌로 이끌어갈 위험이 상당히 크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기에 '국지전 가능성' 등 수위 높은 표현을 통해 반발 여론을 결집했다. 민주당은 또 이날 국회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고 윤 대통령 사퇴 등을 요구했다. 해당 행사에는 주최 측 추산 3천명이 모였다. 오는 5일 오후에는 국회 본청 앞에서 국민보고대회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