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계엄군이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로 진입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1시를 기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계엄사령부 포고령에 담긴 '전공의 등 의료인의 의무 복귀' 조항을 두고 의료계도 동요하는 모양새다.
이날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발표한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에는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계에서는 해당 조항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두고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일부 사직 전공의들은 이날 포고령이 선포된 직후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등에서 '지금 일하고 있는 (재취업한) 병원을 두고 예전에 근무하던 (수련)병원으로 돌아가야 하나' 등의 질의를 올리며, 관련 의견을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사직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제로 복귀를 요청한 수련병원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비상대책위원장은 4일 오전 12시 40분쯤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 번 참담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돌아갈 곳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박 위원장은 "이번 비상 계엄으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다칠 경우, 의사로서 언제 어디서든 최선을 다해 국민들을 치료할 것"이라며 "독재(자)는 그만 물러나세요"라고 적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4일 새벽 페이스북에 올린 글. SNS 화면 캡처전공의는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수련병원에서 전문의가 되고자 임상수련을 받는 인턴·레지던트를 이른다. 현재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올 2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 이후 소속 병원을 대거 떠난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레지던트 임용 대상자 1만여 명 중 약 90%는 사직이 완료된 상태다. 지난달 18일 기준 사직이 확정된 레지던트 약 9198명 중 절반 가량(50.4%·4640명)은 일반의로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해 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대학병원 교수들은 이번 포고령 자체가 이들에겐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미 병원과의 계약이 정상적으로 종료된 만큼 사직 전공의들에게 근무를 강제할 근거 자체가 없다는 취지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을 내고
"사직한 의료인은 과거 직장과의 계약이 종료되었으므로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한 것에 해당하지 않으며, 따라서 해당 항목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계엄 선포로 인한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인은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고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의 권리를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