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청 전경. 제주도 제공◇박혜진> 제주특별자치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전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현안들을 분석하는 이인의 특별한 제주이야기, 오늘(21일) 117번째 시간에는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들을 짚어본다구요?
◆이인> 제주도의회가 내년 제주도 예산안을 심사했는데요. 지난 13일부터 각 상임위위원회별로 예산심사가 시작됐고 오늘(21일) 계수조정을 끝으로 마무리됩니다. 또 오는 25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는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가 있고 다음달 4일 본회의에서 최종 예산안이 통과됩니다. 상임위별 예산심사에선 읍면동 예산은 줄이고 도본청이나 오영훈 지사 공약사업 예산만 늘렸다는 지적이 잇따랐습니다.
◇박혜진> 구체적으로 살펴보죠. 읍면동과 도본청 예산의 불균형 문제가 도마에 올랐어요?
◆이인> 박호형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민주당, 제주시 일도2동)은 최근 3년간 예산 비중은 제주도 본청이 2023년 54.8%(3조 8713억 원), 2025년 56.8%(4조 3063억 원)이고, 읍면동은 2023년 2.5%(1800억 원), 2025년 2%(1537억 원)로 나타났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혜진> 내년 예산안만 보면 도본청과 읍면동 예산 비중이 56.8% 대 2%라는 거군요?
◆이인> 박 위원장은 도 본청 중심으로 예산이 쏠리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면서 읍면동의 풀뿌리 주민자치 민생예산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읍면동 예산요구 대비 반영률도 처참한 수준으로 나타났는데 읍면동은 내년 예산으로 2371억 원을 요구했는데 반영률은 64.8%에 그쳤습니다. 반면 제주도 본청은 예산 요구액 대비 반영률이 86%나 됐습니다.
박호형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제주도의회 제공◇박혜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를 도입하겠다는 오영훈 도정이 역설적으로 읍면동을 홀대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거군요?
◆이인> 제주도의원들은 오영훈 제주도정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해서도 풀뿌리 주민자치, 민생예산을 소홀히 다뤄선 안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읍면동 예산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겁니다.
◇박혜진> 제주도의 입장은 뭔가요?
◆이인> 최명동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제주의 미래를 위한 신산업과 대규모 투자 사업 등으로 인해 예산이 도 본청에 집중됐고 국비가 투입되는 국고 보조사업은 지방비가 매칭되는 관계로 읍면동에 돌아갈 재원이 줄었다고 답했습니다.
◇박혜진> 사회복지 예산이 오영훈 제주지사 공약 이행에 치중했다는 지적도 나왔죠?
◆이인> 내년 제주도 사회복지분야 예산은 1조 7888억 원으로 올해보다는 937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보건복지안전위원회 임정은 의원(민주당, 서귀포시 대천·중문·예래동)은 사회복지 현장의 예산보다는 도지사 공약 사업이 증액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박혜진> 구체적인 사례들이 있나요?
◆이인> 청년주택 등 주택분야 353억 원을 비롯해 사회보장적 수혜금이나 시설비들이 많아 사회복지 현장에선 예산 증액을 체감하지 못한다는 거구요. 오 지사의 공약인 제주가치돌봄 예산의 경우 올해 31억 3100만 원에서 내년에는 76억 2500만 원으로 2.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박혜진> 사회복지예산에 대한 제주도의 책임 떠넘기기 행태도 지적됐어요?
홍인숙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제공◆이인> 홍인숙 의원(민주당, 제주시 아라동갑)은 제주도가 사회복지 예산을 삭감해놓고 관련 복지단체들이 증액을 요청하면 도의원들에게 부탁하라며 책임을 떠넘긴다고 질타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혜란 제주도 복지가족국장은 예산 부서의 원칙적인 부분이 있고 보조금 성과 미흡 등의 부분도 있다며 삭감과 증액이 반복되는 예산의 악순환을 풀어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고 답했습니다.
◇박혜진> 사회복지 예산이 오영훈 지사 공약 이행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제주도의 입장은 뭐죠?
◆이인> 이혜란 제주도 복지가족국장은 오 지사의 공약인 제주가치통합돌봄의 경우 이동이나 주거 등 5대 서비스로 지원을 확대하면서 3300명이던 대상 인원이 내년에는 7000명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예산이 증액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복지 고도화라는 예산 방향으로 기존의 노인 일자리나 기초연금 등의 예산 폭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박혜진> 문화예술과 체육 분야에 대한 홀대도 지적됐죠?
◆이인>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체육위원회 강철남 의원(민주당, 제주시 연동을)은 문화행사 보조금을 심의하는 '보조금관리위원회'가 일부 예외 사항이나 검토 사항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평가하다보니 문화행사에 투입될 보조금이 편성되지 못하거나 감액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강철남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제공◇박혜진> 기계적으로 평가가 이뤄지는건 문제가 있네요?
◆이인> 가령 스포츠 전국대회가 기계적 평가에 의해 하위 평가를 받게 되면 예산이 50% 이상 감액돼 전국대회를 개최할 수 없습니다. 전국대회나 세계대회는 외국이나 다른지방에서 선수단과 관계자들이 많이 내려와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주는 효과도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기계적으로 평가를 한다는 것입니다.
◇박혜진>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댈거면 보조금 심의위원회가 필요한지 의문이네요?
◆이인> 김애숙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일률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보다는 예외 사항이나 검토 사항이 필요한지를 담당부서와 적극 논의하겠다며 예외나 검토 사항 등이 없어지면서 문화관광 분야가 불이익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답했습니다.
◇박혜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예산의 중복 투입 문제도 도마에 올랐죠?
◆이인>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이경심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내년도 기초자치단체 설치 예산으로 13건에 21억 원이 편성됐고 특히 조직설계 용역 예산만 5억 5000만 원이라며 지난해 기초자치단체 설계 용역에서 같이 했어야 할 내용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제주형 행정체제 도입을 위한 공론화 추진 연구용역으로 이미 15억 원을 썼는데 추가 비용을 들여 또 용역을 하느냐는 겁니다.
이경심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제공◇박혜진> 지난해 공론화 용역에서 도대체 뭘 한거냐는 지적인거죠?
◆이인> 하성용 의원(민주당, 서귀포시 안덕면)도 기초자치단체 설치와 관련한 용역비가 내년에도 편성된 것에 대해 조직이나 재정 관련으로 어떤 진단을 하는지 설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하 의원은 지난해 공론화 용역에서 시.군 자치구 모형 등 여러 제안은 있었지만 그에 따른 내용적인 부분이 전혀 없는 부실한 용역이 진행되면서 새로 용역을 하는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고 비판했습니다.
◇박혜진> 공론화 용역을 거치고도 국회의원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문제도 지적됐죠?
◆이인> 하성용 의원은 제주시을 김한규 국회의원이 쪼개기 방지법을 발의했다며 막대한 돈을 들여 공론화를 하고도 그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의견 청취를 하지 않은 거냐고 질타했습니다. 하 의원은 소통 부재로 보여지고 그래서 기초자치단체 추진단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며 충분한 논의가 있었다면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도 한 목소리가 나왔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는 어떤 답을 내놨죠?
◆이인> 강민철 기초자치단체설치준비단장은 국회나 국무총리실 등에 협의나 절충 등을 위해 60차례 이상 다녀왔지만 앞으로도 더 활발하게 소통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한동수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제공◇박혜진>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의 편법 운영 문제도 제기됐죠?
◆이인>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은 휠체어를 탑승할 수 있는 특장차로, 제주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에 위탁돼 68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한동수 의원(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을)은 제433회 정례회 제주도 예산심사에서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의 미터기 조작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대책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박혜진> 어떤 내용인가요?
◆이인> 한동수 의원은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한 장애인이 차량에서 내릴 경우 운전원이 하차 버튼을 눌러야 다른 이용객이 호출할 수 있는데 하차 버튼을 누르지 않고 운행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때문에 해당 차량은 장애인을 태우지 않고도 탑승한 것처럼 미터기는 계속 작동하게 됩니다.
◇박혜진> 미터기 조작으로 혈세가 줄줄 샌다구요?
◆이인> 미터기 조작은 우선 교통약자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훼손해 오히려 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합니다. 특히 하차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운전원이 장애인 승하차 업무를 하지 않고 개인용무를 보더라도 미터기는 작동돼 이동거리에 따라 지원되는 운행격려금을 부당수령하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한마디로 장애인 이동권을 도울 때 지급되는 혈세가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샌다는 것입니다.
◇박혜진> 대책 마련이 시급하네요?
◆이인>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전수조사 결과가 12월 중순쯤 나올텐데 위반 사례가 발견되면 관련자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내부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규정들을 점검해 조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한권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제공◇박혜진> 제주도가 추진하는 중국 화물선 신규 항로 개설 문제도 도마에 올랐어요?
◆이인>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한권 의원(민주당, 제주시 일도1·이도1·건입동)은 제주-중국 간 신규 항로 개설에 따른 검색장비 확충과 투입선박 손실 보전 등으로 90억 5000만 원이 신규 편성됐지만 경제적 타당성과 절차적 타당성에 상당한 문제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혜진> 어떤 문제점이 파악됐죠?
◆이인> 한권 의원은 제주-중국 신규 항로 개설이 장기적 관점에서 도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지만 칭타오로 수출하는 물량의 85%는 용암수이고 그마저도 올해 수출 물량은 광양항 항로로 물류 계약이 완료됐다고 말했습니다. 한 의원은 이어 용암수 생산업체와 제주도가 신규 항로로 수출하겠다는 협약을 맺은 것도 아닌데 제주도가 계획한 물동량을 채울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박혜진> 1년 만에 제주도가 정 반대의 결론을 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요?
◆이인> 양홍식 의원(민주당, 비례대표)은 1년 전 도정질문에선 오영훈 도지사가 제주~중국 화물선 취항 문제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했다고 꼬집었습니다. 오 지사가 지난해 9월 도정질문에서 화물선은 실익이 없다고 해놓고 1년만에 정반대의 결론을 내 이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박혜진> 이 부분은 제주도의 설명이 필요하겠네요?
◆이인>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도정질문 당시 화물선은 물동량이 없어서 불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이후 용암수 5000만병 수출계약을 맺었고 내년에는 1억 5000만병 수출을 목표하고 있어 기본 물동량은 확보했다고 답했습니다.
◇박혜진> 경쟁력 문제에 대해선 어떤 답변을 내놨나요?
◆이인> 정재철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보세구역 지정 문제 때문에 제주외항 10부두에 선석을 준비하고 있고, 기존 선석 회사와 협의하고 있다며 전자상거래는 제주가 경쟁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화물 유치에 따른 손실 보전에 대해선 정 국장은 비용이라기보다는 투자로 봐야 하며 항로가 개설되면 새로운 물동량도 창출되고, 새로운 일자리 창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양경호 제주도의원. 제주도의회 제공◇박혜진> 입도세 성격의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논의가 중단됐는데도 예산이 편성된 부분에 대한 질타가 있었죠?
◆이인>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양경호 의원(민주당, 제주시 노형동갑)은 내년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예산으로 전문가 자문 등 2000만원, 공감대 확산에 2000만원을 편성했다며 올해처럼 반납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올해 편성된 예산의 집행률이 25%에 불과하고 나머지 75%는 반납할 상황인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박혜진> 실제로 오영훈 지사가 도입 유보 입장을 밝혔죠?
◆이인> 양 의원은 올해 4월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현재 제주의 지역경제가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다'는 이유로 환경보전분담금 도입 유보 입장을 밝혔다며 내년에 사업이 진행될 수 있느냐고 거듭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박혜진> 이 자리에서도 읍면동 예산 삭감 문제가 지적됐죠?
◆이인> 양 의원은 읍면동 예산이 제주시는 12.95%, 서귀포는 9.19%가 감액된 점을 들어 제주도청 본청의 불용액이 연간 2000억 원을 넘는 상황에서 (환경보전분담금 예산처럼) 무분별하게 예산을 확보하고 집행을 하지 않다 보니 피해를 보는 것은 읍면동 예산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박혜진> 제주도는 어떤 답변을 내놨습니까?
◆이인> 강애숙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환경보전 분담금을 추진하려면 논리 싸움과 국민 수용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공무원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 자문이 반드시 필요해서 예산을 편성했다고 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