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원회 제공반백 년 전 경기도 선감학원에서 공권력에 의해 자행됐던 참혹한 아동학대 현장이 영상으로 재현됐다.
21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22년과 2024년 두 차례 진실규명 결정한 '선감학원 아동 인권침해 사건' 피해생존자들의 육성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원회와 ㈜부뚜막고양이가 함께 만든 '아일랜드 보이즈-선감학원의 비밀'로, MBC와 OTT 웨이브를 통해 오는 25일 새벽 0시 15분에 동시 방영된다.
1~2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진실규명 결정한 사건이 다큐멘터리로 제작·방송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일랜드 보이즈는 50분 분량의 4K UHD 고화질 영상물로 제작됐다. 강제수용과 감금, 학대, 탈출과 죽음의 이야기를 빛과 그림자, 여러 소품 등으로 재해석해 표현한 게 특징이다.
전문 촬영감독들이 담아낸 감각적인 인터뷰 구도와 수중·풍경 장면들이 눈길을 끈다.
특히 탈출하다 익사하는 소년들을 담은 수중촬영 장면들은 소년들의 당시 고통을 고스란히 전한다.
내레이션은 진실화해위원회 홍보대사를 지낸 배우 장현성이 맡았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피해자들은 선감학원 생활이 '지옥'이었고, 어린아이들이 '짐승' 취급을 당했다고 증언한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할머니를 기다리며 동생과 함께 놀고 있다가 잡혀 왔다는 이주성 씨, 아버지의 근무지였던 송도유원지에서 잡혀가 그를 찾으러 나온 두 명의 형과 함께 잡혀간 정효일 씨 등 소년들은 모두 자신을 보호해 줄 가정이 존재했지만, 선감학원에 강제로 끌려갔다고 말했다.
영문도 모른 채 강제수용된 10살 남짓한 소년들은 매일 같이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집에 보내달라고 애원할 때면 돌아오는 것은 무자비한 폭력뿐, 구더기가 섞인 젓갈과 곰팡이 슨 보리밥을 먹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노동량을 채우지 못하면 매를 맞고 기합을 받아야만 했다.
지옥과 같이 암담한 현실에서 서로에게 한 줄기 빛이 돼준 주성과 망치의 우정 역시 망치의 탈출과 죽음으로 비극을 맞는다. 그렇게 봉분도, 비석도 없이 묻힌 아이들만 수백 명. 소년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곳을 빠져나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다큐멘터리는 생생히 보여준다.
영상은 '비극은 갑자기 시작되었다', '선감학원의 하루', '탈출과 죽음 그리고 바다 속의 무덤', '선감학원, 비극의 정체', '지속되는 고통, 트라우마' 등을 주제로 생존자 한 명 한 명의 눈물과 슬픔으로 구성됐다.
김광동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선감학원 사건은 우리 현대사에 다시 벌어지지 말아야 할 비극으로, 폐원 42년 만에 제작된 이번 다큐멘터리는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현재 해외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도 제작 중이니 국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제공앞서 진실화해위원회는 위법적인 부랑아 정책에 따라 국가와 경기도가 부랑아로 지목한 불특정 아동을 선감학원에 강제 구금한 후 강제노동, 가혹행위, 성폭력, 생명권의 침해, 실종, 교육기회 박탈 등 장기간 총체적인 인권침해를 저질렀다고 결론 내렸다.
피해자들의 호소는 CBS노컷뉴스에서도 보도한 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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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규명 결정 직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눈물의 공식사과와 전방위 지원대책을 이행한 가운데, 중앙정부(행정안전부)는 조만간 안산시 선감학원 부지 일대를 방문해 사과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