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찰청. 송호재 기자최근 부산지역 경찰을 위해 신설한 직장 어린이집이 정원보다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접근성과 주변 환경 등이 열악해 아이를 보내기 어렵다는 반응이 이어지면서 직장 내 복지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0일 교육부 어린이집 정보공개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문을 연 부산 북부경찰서어린이집은 전체 정원이 130명인 대형 어린이집이지만 6층 규모의 신축 건물이 무색하게도 현재 원아는 17명밖에 되지 않는다. 정원 대비 충원율이 13%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직원들은 직장어린이집인 이곳을 선호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위치와 접근성을 꼽는다. 북부경찰서와도 차량으로 10분가량 거리가 떨어져 있는 데다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골목길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온다.
직장어린이집의 경우 다른 어린이집과는 달리 법적으로 통학차량 운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린이집 위치와 접근성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부산 북부경찰서 직원 A씨는 "북부서는 주거지역과 가깝고 치안수요도 많지 않아 젊은 직원들의 선호도가 높은 만큼 직장어린이집 수요도 많을 것"이라며 "그런데 정작 경찰서나 아파트 단지들과 떨어져 있는 애매한 위치 때문에 다들 이용하려고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20년 개원한 사하경찰서어린이집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전체 정원은 60명이지만 이곳에 다니는 원아는 23명으로 충원율이 절반을 밑돌고 있다.
사하어린이집은 사하경찰서 부지 안에 있지만, 현재 위치 자체가 주거지와 멀고 대중교통은 물론 주변 교통 환경도 열악해 직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주변에 산업 시설이 많아 공기질 등 주변 환경이 아이를 맡기기에는 불안하다는 반응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어린이집을 착공하기 전부터 경찰서 주변에 신평·장림 등 일반산업단지가 있어 매연과 미세먼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예견된' 정원 미달 사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부산 북부경찰서어린이집 전경. 부산 북부경찰서어린이집 홈페이지 캡처
이에 경찰 조직 안팎에서는 직장어린이집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추진된 사업인 만큼 구성원 수요와 의견을 가장 먼저 고려해 위치를 선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 돌봄이 필요한 수요자 중심에서 사업을 고려하지 않아 '속 빈 강정'에 불과한 직장어린이집을 조성했다는 비판이다.
게다가 정부가 인구 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직장인이 마음 놓고 아이를 보낼 수 있는 직장 어린이집 확대가 그 대안 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에서도 정작 국가가 채용한 경찰 공무원들은 이를 체감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대해 부산경찰청은 현재 원아가 적어 위치상 아쉬움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다양한 지역의 직원들에 혜택을 주기 위한 목적과 부지 확보 문제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어린이집 원아수가 적은 점은 결과적으로 아쉬움이 있다"며 "북부서어린이집의 경우 당시 최대한 넓은 부지를 확보하다 보니 타기관과 부지를 교환해 그 위치로 결정됐고, 다양한 지역 직원들이 폭넓게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고려한 부분도 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