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 10월 7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합뉴스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공정위)가 이기흥 회장의 3선 연임안을 의결(승인)한 것이 알려지자 후폭풍이 매섭다. 체육회 내부(노조)는 물론 정부 부처, 정치권, 체육회 노조, 시민 등 전방위적 비판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공정위의 승인이 알려진 직후 '대한체육회장 공정위 심의 관련 문체부 입장 - 더 이상 (체육회에) 공정성을 기대하지 않아'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의견을 전했다.
문체부는 이 자료에서 "체육회가 문체부의 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셀프 연임 심사)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했다"고 전제하면서 "(연임 승인) 결과를 도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또 공정위의 임원 연임 허용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한데 이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등 중대 비위가 드러나 수사 의뢰와 함께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직무가 정지 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체육회에 더 이상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 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문체부의 복안이다.
국회 문체위 소속 진종오 의원(국민의힘)과 같은 당 정연욱 의원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연임 승인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비판 의견을 피력했다. SNS 캡처
정치권의 경우 국회 문체위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이 회장의 3선 연임 승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불거졌다.
진종오(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정이라는 단어를 우습게 만든 공정위는 즉각 해산하고 김병철 위원장은 석고대죄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또 측근 불법 채용 등 이 회장의 범법 행위 의혹들을 나열하면서 "공정이라는 거짓의 탈을 쓴 공정위가 연임 승인 결정을 한 것에 어느 국민이 동의하겠냐"고 질타했다.
진 의원은 이기흥 회장에 대해서는 "체육계 원흉으로 전락해 버렸다. 즉각 사퇴하고 다시는 체육계에 얼씬도 하지 말기 바란다"고 직격하면서 "더럽혀진 체육회를 체육인을 위한 조직으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문체위에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에게 공정위 제도 개선을 요구한 바 있는 정연욱 의원(국민의힘)도 자신의 SNS에 "직무정지 받은 회장을 승인하는 것이 공정인가? 허울 뿐인 공정위의 짜고 치는 심사"라고 일갈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3선 연임 승인과 관련한 체육회 노동조합의 성명서 중 일부. 대한체육회 노조 제공공정위 전체회의 당일(12일) 이 회장의 퇴진과 공정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인 체육회 노동조합(노조)도 이날 '국민 눈높이와 동떨어진 공정위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관련 입장을 표명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이 회장은 조직 사유화를 당장 멈추고, 법의 심판을 겸허히 맞이하라"면서 "공정위에서 이 회장의 3선 연임 신청을 승인한 것은 체육인과 국민 일반의 눈높이와는 동떨어진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 회장의 부정·부패사항은 채용비리, 배임, 괴롭힘·갑질 등 국무조정실 발표 내용 만으로도 차고 넘친다"며 "(공정위가) 불공정위원회"로 전락해 버렸다. (이 회장을) 지난 8년간 따랐다는 것이 부끄러울 지경"이라고 규탄했다.
시민들의 관련 비판도 봇물 터지듯 거세다. 이들의 비판은 주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의견으로 귀결된다. 현재 인터넷, SNS 등에는 이 회장의 연임 승인과 관련 "이게 윤이 말한 공정이냐", "공정위가 아닌 하나회", "지나던 소가 웃을 일", "공정·상식이 통하지 않게 만든 것은 누구?", "얼마나 불공정한 사회인지 알 수 있는 대목", "이럴거면 국감 왜 한거냐", "스포츠 불공정위원회로 이름 바꿔라", "공정 없는 나라를 떠나야겠다" 등의 비판글이 잇따르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이 회장의 연임 승인 관련 공식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의 직무가 정지된 상태이고, 공정위 심사가 체육회와 별도로 운영된 점, 또 이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공정위의 심사를 받은 것 등을 고려, 체육회 차원의 별도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공정위 심의와 관련한 13일 CBS노컷뉴스의 취재에 대한체육회 고위 간부는 "공정위 김병철 위원장이 제척 사유로 심사(전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히는 등 관련 입장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이 같은 체육회의 입장은 공정위의 심사가 불공정 하지 않았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