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명태균씨.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54)씨가 9일에도 검찰에 출석하면서 언론을 맹비난했다. 잇단 의혹 보도가 더이상 정치권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고 자신이 현재 수사를 받는 범죄 혐의에 국한시키려는 전략으로 풀이되지만 검찰은 언론에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명씨는 이날 오전 10시쯤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창원지방검찰청에 출석했다. 명씨는 출석에 앞서 취재진에게 의혹 보도를 주로 한 채널A와 MBC, CBS, JTBC, 뉴스토마토 등 언론사를 거론하며 맹비난했다.
명씨는 해당 매체와 기자의 성 등을 언급하며 "여러분들이 계속 거짓의 산을 만들고 거기에 또 거짓이 나오고 또 거짓이 나와서 저를 이렇게 만들었다"며 "이 사건은 정치자금법 위반 아닌가. 정치자금법으로 해서 저한테 돈이 단 한 푼이라도 흘러온 게 있는지 그 부분에 조사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명씨는 전날에는 두개의 거짓의 산으로 최초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보도를 한 뉴스토마토와 의혹 제보자 강혜경 씨를 지목한 바 있다. 결국 명씨는 자신과 관련한 의혹을 보도하거나 제기한 매체와 인물을 연일 저격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명씨 의도와 달리 검찰은 언론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명씨의 창원산단 선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 창원지검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창원시 공무원들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명씨가 지시했다고 의심되는 윤 대통령 대선 여론조사 의혹과 관련해서도 여론조사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 김태열 대표와 강씨를 수회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명씨는 검찰 출석 당시 입장을 밝힌 대로 검찰 압수수색에 영장에 적시됐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만 사건을 축소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명씨는 지난 2022년 8월부터 국회의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회계책임자였던 강씨를 통해 김 전 의원의 세비 9천만 원을 받은 혐의 등이 있다.
명씨는 이날 취재진이 '김 전 의원에게 세비 받은 녹취가 있지 않은가'라고 묻자 "6천만 원, 3천만 원 해서 9천만 원 빌려주고 받은 돈"이라고 주장했다. 전날에도 '공천 대가성으로 돈 받은 사실도 인정은 안 하시나'라고 묻자 "단 돈 1원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명씨는 결국 김 전 의원과 영남권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들에게 공천 추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의혹 제기한 언론에 대해서는 "거짓의산"이라며 맹비난하며 윤 대통령 부부 등 정치권으로 파장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최근 대국민담화와 기자회견을 통해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해 명씨와 통화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당에서 진행하는 공천을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다"며 공천 개입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하지만 강씨 측 노영희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명태균씨가 자꾸 돈 문제로 몰고 가려는 건 돈 문제로 축소시켜야 '자신과 김영선 vs 강혜경의 지저분한 돈 싸움'으로 프레임이 변질되고 돈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진실발견이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사인의 국정농단과 선거부정"이라고 주장했다.
창원지검은 검사 조직상 부장보다 직급이 높은 차장 검사를 팀장으로 두고 검사 5명에서 11명으로 늘려 전담수사팀을 꾸리고 명씨 관련 정치자금법 사건뿐만 아니라 각종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정유미 창원지검장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수사하는지 말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며 "최선을 다해서 수사하고 있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