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5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소속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중관계가 다시 한번 커다란 변곡점을 맞게 됐다.
트럼프는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폭탄'을 투하하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만큼 지난 2018년에 이어 다시 한번 양국간 관세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관세폭탄 넘어 우회수출도 틀어막겠다는 트럼프
조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4년간 대중 견제 정책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전기차 등 첨단 산업 분야를 겨냥한 '정밀타격'이라면 트럼프는 '융단폭격'에 가깝다.
트럼프는 첫번째 임기 당시인 2018년 7월부터 이듬해 9월 사이 4차례에 걸쳐 2천억 달러(약 279조 6천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과정에서는 한술 더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종료하겠다고 수차례 밝혀왔다.
중국은 매년 4천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이들 제품에 관세폭탄이 투하되면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크게 오르게되고 이는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다 멕시코 등 중국 기업의 생산기지가 있을 곳을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되거나, 중국산 부품이 들어간 다른나라 제품의 수출 규모 역시 수천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는 이같은 우회 수출로 역시 막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멕시코산 중국 자동차가 미국에 들어오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될 것"이라며 10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中 당하지만 않아…미국산에 보복관세로 맞대응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신음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이 수출이라는 점에서 미국발 수출 감소는 중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통자오 수석 연구원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현재 심각한 내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무역전쟁이 재발할 가능성을 특히 경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또한 트럼프가 기술과 공급망의 분리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을 위협하고 사회·정치적 안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트럼프의 '융단 폭격'을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대 국제경제연구소 왕웨셩 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확실히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의 보복 규모는 일반적으로 상호적"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8년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당시 중국 역시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한 품목이 전체 중국산 수입품의 절반 가량이었는데, 중국 역시 전체 미국산 수입품의 절반 규모에 대해 관세 인상을 단행하며 '상호적' 보복에 나선 것이다.
동맹 '무시' 트럼프, 대중 견제 균열 가능성↑
연합뉴스다만, 동맹과의 관계를 '돈' 또는 '거래'로 보는 트럼프로 인해 대중국 견제 단일대오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중국으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동안 중국 때리기에 가장 주력했지만 동시에 한국은 물론 EU와 대만 등 대중 견제에 동참하고 있는 미국의 동맹국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그대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한국이 '머니 머신'(현금 자동 지급기)을 갖고 있다고 표현하며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500억원)를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EU에 대해서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에 불만을 제기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또, 중국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대만에 대해서는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거의 100%를 빼앗았다", "미국에 방위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말하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반도체 강국인 한국과 대만, 그리고 최대 동맹인 EU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를 위해 반드시 협조해야 할 대상이지만 트럼프는 오히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중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부를 빼앗아가는 존재로 보고 있다.
홍콩대학교 브라이언 웡 교수는 "트럼프는 거래적, 고립주의적, 반세계화적, 반다자주의적 외교 정책을 갖고 있다"면서 "중국은 향후 남반구, 유럽,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는 브릭스(BRICS) 정상회의 등을 매개로 글로벌사우스(Global South·주로 남반구에 있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국가 규합에 나서고 있다.
또, 그동안 적대적이었던 인도와도 국경분쟁 해소에 합의하며 이례적으로 관계개선에 나섰고, 최근 몇년간 악화일로를 걷던 한중관계, 그리고 중일관계도 최근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