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보행자 사망사고가 난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 김혜민 기자 지난달 사망사고가 발생한 부산 수영교차로 인근의 한 도로는 오래전에 지정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인 것으로 확인됐다. 별다른 교통안전시설이 없는 스쿨존에서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주민 사이에서는 보행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평일 오후 부산 수영구 수영교차로 인근의 한 골목길. 여러 대의 차량과 오토바이가 좁은 길을 따라 양방향으로 엇갈리며 빠르게 지나갔다. 큰 도로로 나가거나 골목으로 진입하려는 차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교통 혼잡도 빚어졌다.
길 양옆으로는 학생 무리와 어르신 등 다양한 보행자가 좁은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인도 폭이 1m 남짓에 불과해 보행자가 밀려드는 차를 피해 인도와 차도를 넘나드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도로는 초등학교와 200m가량 떨어진 곳으로 1997년 스쿨존으로 지정됐다. 하지만 스쿨존 안내 표시만 있을 뿐 보행자를 보호할 별다른 안전 시설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차도와 인도는 노란색 구분선 하나로 나눠져 있었고, 경계석이나 볼라드(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 안전펜스 등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지난달 29일 1.8t 화물차가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덮쳐 60대 보행자 1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A(40대·남)씨가 몰던 1.8t 화물차가 우회전하던 도중 보행자 2명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60대·여)씨가 숨졌고 C(60대·여)씨가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가 이면도로에서 편도 3차로 도로로 진입하기 위해 우회전하던 중 보행자를 제대로 보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치사·상)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보행자 사망사고가 난 수영교차로 인근 어린이보호구역. 김혜민 기자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인근 주민 박종관(46·남)씨는 "주택가라 아이들이나 어르신들이 많이 다니는 길인데 차량 통행이 너무 많다. 출·퇴근 시간대는 큰 도로도 밀리니까 골목을 빠져나가려는 차량들이 쫙 줄을 선다"며 "바로 앞에 신축 공사도 진행하고 있어 도로가 너무 복잡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김모(50대·여)씨도 "좁은 골목에 차량이 많이 다니니까 위험하긴 하다. 마을버스나 택배 차량 등 비교적 큰 차량도 자주 지나다닌다"며 "양방향으로 차량이 오가다 보니 아이들은 도로 안쪽으로 붙어서 많이 다니는데 보기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지역 교통안전을 책임지는 지자체는 경찰과 협의해 반서경 등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변에서 진행 중인 신축 공사 등으로 추가 시설물 설치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영구청 관계자는 "반사경을 추가로 설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 외에 추가 시설물 설치는 확정된 건 없고 검토 중이다. 인근 신축공사 때문에 도로 포장 등 정비사업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