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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너마저 음악을 오래, 깊이 품을 청자를 위해[EN:박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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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상품 개봉을 뜻하는 '언박싱'(unboxing)에서 착안한 'EN:박싱'은 한 마디로 '앨범 탐구' 코너입니다. 가방을 통해 가방 주인을 알아보는 '왓츠 인 마이 백'처럼, 앨범 한 장에 담긴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살펴보는 '왓츠 인 디스 앨범'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만들고 표현하는 사람들의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편집자 주]

브로콜리너마저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 ② 공연·MV 편

지난달 1일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를 발매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를 경기도 고양시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공지난달 1일 정규 4집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를 발매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를 경기도 고양시의 연습실에서 만났다.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공
473%. 브로콜리너마저가 소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지난 9월 진행한 네 번째 정규앨범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의 모금 달성률이다. 1032명의 후원자가 5207만 4천 원을 보탰다.

브로콜리너마저는 펀딩을 통해 실물 음반은 물론 온라인 음악 감상회(음감회), 앨범과 같은 제목의 만화책, 커피 티백 '다정한 블렌드', 티셔츠 '보라콜리',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한 키링(열쇠고리) '플라스틱, 너마저', 4집 제작 과정 투어와 공연을 결합한 '레코딩 & 플레이'까지, 앨범을 중심에 둔 풍성한 꾸러미를 준비했다.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2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향동로에 있는 연습실에서 브로콜리너마저를 만났다. 베이스·보컬 덕원, 드럼·보컬 류지, 건반·피아노·코러스 잔디, 일렉기타·어쿠스틱기타·코러스 동혁까지 네 멤버를 인터뷰했다. 두 번째 편에서는 뮤직비디오와 공연, 펀딩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앨범을 만들고 콘텐츠를 띄우기에, '우리가 남과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인가?'라는 의문이 있었고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 실물 음반을 포함해 다채로운 콘텐츠를 소셜 펀딩으로 마련하게 된 배경이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정규 4집 제작을 위해 소셜 펀딩을 진행했다. 텀블벅 캡처브로콜리너마저는 정규 4집 제작을 위해 소셜 펀딩을 진행했다. 텀블벅 캡처
"이 음악을 오래도록 품고 있을 분들, 우리를 찾아봐 줄 수 있는 분들이 오래 머물 수 있고 깊게 들을 수 있길 바랐어요. 한번 우리 음악을 들을 때 더 많은 콘텐츠와 행보, 생각, 공연이 엮이기를 바랐죠. 굿즈(기획 상품)를 만들면서도 음악 들었던 분들이 깊게 머물러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수백만에게 다가가려고 하기보다는, 수천수만 명한테 '덜 잊혀지기를' 바랐어요." (덕원)

음악을 더 이상 'CD'로 듣지 않는 시대에 CD라는 음반 형태를 유지한 이유도 있다. 덕원은 "CD의 몰락은 저희 어릴 때부터 이미 얘기돼 왔고, 그걸 대체하기 위한 방도도 많이 논의됐다. 수도 없는 디지털 기술이 나와도 사실상 매체 역할을 못 하고 일회적인 굿즈로 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CD는 어떤 네트워크에 접속하지 않아도 플레이할 수 있다. 모든 서버가 내려가더라도 '듣는 것' 자체를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아직 '저장매체'로서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다만 누구나 CD로 듣는 건 아니니까 (청자 수가) 수십수만은 아닐 거고, '소량의 소장품'이 되겠구나 하는 건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전했다.

단춤, 불키드, 오묘, 하양지 네 명의 작가가 참여한 동명의 만화책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번 앨범을 '만화책'이라는 매체와 연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만화의 대단한 팬"이라고 한 덕원은 "만화는 어쨌든 소수의 인원이 자기 세계를 녹일 수 있다. 제작 과정이 (음반과) 비슷한 면이 있고. 음악을 서사나 이미지적으로 표현하고 싶은데 우연히 잘 맞았다. 언젠가는 우리 음악으로 만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는데 이번에 해 보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라는 만화책도 제작했다. 텀블벅 캡처브로콜리너마저는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라는 만화책도 제작했다. 텀블벅 캡처

사실 제작 기간은 촉박했다. 3~4개월 전에 이야기해 완성했다. 노래 가사만 전달하고 전적으로 작가에게 맡겼기는 방식이었다. 그래도 "무사히 멋진 작품을 만들었고,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된 것 같다"라고 덕원은 말했다. 큰 사랑을 받은 덕에 만화책은 2쇄를 앞두고 있다. CD를 종이 재질로 만들고, 재생 플라스틱을 활용해 키링을 만든 건 "관성처럼 했던 것이 지금에 와서 바람직하지 않다면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바꾸자"(덕원)는 마음 때문이었다.

정규로는 5년 5개월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KT&G 상상마당과 협업한 결과물이다. 녹음도 KT&G 상상마당 춘천에서 진행했고, 서울·부산·춘천에 있는 라이브홀과 사운드홀에서 총 5회 공연을 펼쳤다. 춘천 공연 날에는 KT&G 상상마당 춘천의 주요 장소를 도는 투어도 진행했다.

올해 4월쯤 녹음과 공연을 아우르는 하나의 프로젝트를 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아 시작하게 됐다. 녹음은 KT&G 상상마당 춘천 라이브 스튜디오에서 6월부터 시작했다. 문 열고 나가면 의암호가 보이는 곳이었다. 잔디는 "마음이 답답하고 하면 나가서 의암호를 바라봤다"라고 말했다.

레코딩 & 플레이 투어 '우리는 모두 실패할 것을 알고 있어요'의 기본 콘셉트는 '녹음 현장을 보고 공연까지 본다'는 것이었다. 총 10명을 초대했다. 잔디는 "너무 재밌는 게 누가 약속했나 싶을 정도로 옷이 다 똑같았다. 저희 굿즈를 입고 오신 거였다"라며 "상상마당에 두 동이 있는데 구석구석을 들르고 그날까지 하는 전시도 봤다"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덕원, 잔디, 동혁, 류지.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공왼쪽부터 덕원, 잔디, 동혁, 류지. 스튜디오 브로콜리 제공
총 5회 진행한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무엇인지 물었다. 류지와 동혁은 관객들이 '요즘 애들'의 안무를 춰 준 부산 공연 이틀 차라고 답했다.

류지는 "쇼케이스 공연이다 보니까 관객분들도 굉장히 집중해서 듣고 분위기가 차분했다.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호응이 있으면 좀 힘을 얻을 수 있는데 차분하다 보니 긴장이 조금 되더라"라며 "잔디 언니가 '요즘 애들' 뮤직비디오에 나온 안무를 구역별로 나눠서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걸 관객분들이 되게 열심히 하시더라. 되게 신나고 감동적이었던 기억"이라고 돌아봤다.

동혁 역시 "처음 쇼케이스를 하면, 물론 공연 때 처음 하지 않은 곡도 있긴 한데 (기존 곡보다) 상대적으로 아직은 저희에게도 낯선 게 사실이다. 몸에 딱 맞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관객분들이 집중해서 들어주시는 게 저희 입장에서 좀 긴장되는 부분도 있고. 근데 (춤춰주신) 이후부터 좀 편해졌다"라고 말했다.

쇼케이스 투어였던 만큼 공연 앞부분은 정규 4집 곡으로 채웠다. 기존 곡은 2부에서 들려주는 구성이었다. 덕원은 "이번에는 오히려 큰 고민이 별로 없었다. 4집이 (앞에) 자리 잡고 있고, 익숙한 곡으로 몸을 풀면서 잘 마무리했다"라고 말했다.

브로콜리너마저는 정규 4집 쇼케이스 투어를 총 5회 진행했다.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블로그브로콜리너마저는 정규 4집 쇼케이스 투어를 총 5회 진행했다. 브로콜리너마저 공식 블로그
잔디는 "(초반에는) 관객분들도 약간은 긴장하고 집중된 자세로 감상하시다가, 나중에 아는 노래가 나오면 표정도 풀리고 몸도 들썩이시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라며 "4집 곡도 여러분이 좋아하는 브로콜리너마저의 곡 리스트에 들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앙코르곡은 정해져 있을까. 덕원은 "(앙코르로) 되게 확실한 것과 비상시를 대비한 게 있다. 히트곡 중 대략 열 곡 남짓은 준비 없이 해도 될 만큼 어려움이 없다"라고 전했다. 동혁은 "밴드는 직접 연주를 하니까 공연을 다 마쳐도 무대 위에서 '요거 할까요?' 하면 가능한 면이 있다"라고 부연했다.

기존 곡보다는 아직 어색하고 낯설었다는 4집 곡, 이제는 조금 편해졌을까. 덕원은 "상에 내놓을 정도는 됐다. 아마 더 익어갈 거라고 생각한다. 또 한편으로는 이전 발표곡은 진짜 잘 익긴 했다"라고 바라봤다. 이에 류지도 곧장 "진짜다"라고 맞장구쳤다.

덕원은 "음원도 그 순간의 최선을 다한 거긴 한데 솔직히 라이브가 훨씬 좋다. 녹음 전에 서로 맞추는 과정이 있으면 더 좋아지고, (음원이) 나온 뒤에도 노래가 더 좋아질 수 있는 건 같은 노래를 함께 (여러 번) 연주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요즘 애들' 뮤직비디오 캡처'요즘 애들' 뮤직비디오 캡처
타이틀곡은 '풍등'과 '세탁혁명'(feat. 최엘비)이지만 뮤직비디오는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와 '요즘 애들' 두 편을 제작했다. 덕원은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라며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는 선공개곡이기도 했고 영상을 만들면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요즘 애들'은 통통 튀는 느낌이라 만들어 봤다"라고 말했다. 잔디는 "'풍등'이나 '영원한 사랑'도 예산과 상황이 되면 만들고 싶다. 저희 상황이 잘 돼서 (나중에라도) 나올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너무 애쓰고 싶지 않아요'는 권철 감독이 연출했다. 새하얀 운동화를 신고 이동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는 등 인물의 '행동'에 초점을 맞췄고, 화면비도 4:3으로 해 신선한 느낌이었다. 덕원은 "감독의 취향이다. 저예산으로 제작하다 보면 제한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디테일을 바꿈으로써 진부함을 극복하는 데 관심이 많은 분"이라고 말했다.

'통통 튀는' 분위기의 '요즘 애들' 뮤직비디오에는 멤버들이 출연한다. 멤버들은 노래하고 연주하고 춤도 춘다. 사뭇 진지한 얼굴로 춤추는 장면은 왠지 NG가 많이 났을 것 같다고 예상했는데 '원 테이크'(한 번에 찍는 것)로 완성했다는 '반전'이 있었다.

뮤직비디오 감독이 춤추자는 제안을 했고, 그가 춘 걸 보고 멤버들도 따라 췄다. 류지는 "춤이라는 게 정말 신기한 것 같다. 춤을 배워본 적도 없는데 막상 그 춤을 다 같이 연습해 보니까 되게 재밌고 신나는 거다. 춤이란 좋은 거구나 싶었다"라고 밝혔다. 덕원은 "생각 이상으로 다들 열심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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