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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정부기관도 "사도광산 전시물 수정해야" 지적…정작 대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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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산하 동북아역사재단, 8월 6일 사도광산 전시물 동향보고서 작성
관계부처에 "동원의 강제성 명확히 표현하고, 일부 내용 삭제해야" 전달
외교부 "전시 상태 개선 협의 진행 중…패널 교체 등 이뤄질 예정"
한정애 "정부 차원 즉각적·강력 대응 통해 전시물 내용 시정·삭제해야"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최원철 기자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조선인 노동자들에 대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최원철 기자
교육부 산하 공공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이 일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 직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설치된 조선인 노동자 관련 전시물의 문제점들을 파악해 공식 문서로 각 부처에 전달했던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가 이미 전시물의 문제점을 발견해 인지하고 있었으면서도, 한일간 협상의 주무부처인 외교부는 "협의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다소 미온적으로 대응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이 동북아역사재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사도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전시 현황 동향 보고' 라는 제목의 8월 6일자 대외비 보고서에 의하면, 재단 한일연구소는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전시된 사도광산 조선인 노동자 관련 내용을 분석한 뒤 일본에 수정을 요구해야 할 내용을 정리했다.

이 보고서는 크게 3가지를 전시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는 △문헌 자료를 통해 조선인이 일본 정부의 정책에 따라 조직적으로 동원되었고, 노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성을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다는 점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다루면서 전시(戰時)기에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와 그 밖의 시기에 유입한 노동자를 구분 없이 기술하고 있다는 점 △피해자의 증언이 전시(展示)에 빠져 있다는 점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조선반도 출신의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기숙사에 대한 기록이 존재한다(There are records of dormitories where workers from the Korean Peninsula lived)'는 영어 설명 부분에선 '전시에 이들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아이카와로 오게 되었으며 노동을 강요받았다(They came to Aikawa against their will and forced to work during the wartime)'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적었다.
 
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전시된 '조선반도 출신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출신지' 내용의 전시물. 최원철 기자일본 니가타현 사도섬에 위치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전시된 '조선반도 출신들을 포함한 노동자들의 출신지' 내용의 전시물. 최원철 기자
또 일본어로 '1944년 9월 징용이 조선반도에 도입되었다(1944年9月に「徴用」が朝鮮半島に導入された。)'고 전시한 부분은 '1939년 10월부터 징용이 조선반도에 적용되었다. 1944년 9월부터 가장 많은 조선인이 징용되었다(1939年10月から徴用が朝鮮半島に適用された。1944年9月に最も多い朝鮮人が徴用された。)'는 내용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어로 '징용은 법령에 따라 노동자에게 업무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위반할 경우 징역 또는 벌금이 부과되었다(「徴用」は業務を義務づけられるものであり、違反に対しては懲役又は罰金が科された。)'고 설명한 전시물 내용도 수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이 부분에 '동원 방식은 3단계지만 모든 단계에서 조선총독부와 경찰의 관여하에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강제적인 동원이 이루어졌다(動員方式は3段階であるが、いずれの段階においても朝鮮総督府や警察の関与のもとで本人の意志に反した強制的な動員が行われた。)'는 내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적었다.

'반도인 특유의 불결한 악습은 여전히 바뀌지 않아 위생관념을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여야 한다'는 내용은 아예 삭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북아역사재단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료를 입수하고 분석해서 동향을 보고하는 것이 재단의 업무"라며 "해당 보고서를 외교부와 교육부 등에 발송했고, 이후 정책 판단과 결정은 해당 부처의 몫이다. 별도로 피드백을 받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에서도 사도광산 관련 전시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상황이지만, 정작 외교부는 전시물 개선에 대해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밝히면서 미온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9월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시물 개선에 대한 부분은 협상이 계속돼야 할 문제"라며 "내용을 얼마나 업그레이드할지, 그런 것들을 고민하면서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같은 자리에서 "전시를 포함해서 (한일 협상은) 일단락됐다고 들었는데,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여 약간의 여지를 남겼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해당 보고서의 내용은 인지하고 있으며, 전시 상태 개선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전시물 업그레이드 등 개선을 위한 협의는 계속 진행 중이고, 전시실 패널 교체와 조선인 기숙사 터 정식 안내판 설치 등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정애 의원은 "일본이 보인 그간의 행태를 보면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외교부는 일본의 마음만 대변하느라 정작 대한민국의 역사적 정당성을 지키는 일에는 소홀했다"며 "이제라도 정부 차원의 즉각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통해 전시물의 내용을 조속히 시정·삭제하도록 일본 측과 즉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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