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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범' 처벌은 솜방망이?…실형 5명 中 1명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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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3년]
스토킹범 재판 넘어와도 17%만이 실형 선고
올해 1심 선고 5539명 中 996명만 구치소行
집행유예 비율은 32.9%…'반성'하면 풀려나
가·피해자 분리 절실한 스토킹 범죄, 사법부가 방치

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사진. 스마트이미지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지난해 스토킹 피의자 1만명…정식 재판 17% 불과
②'스토킹범' 처벌은 솜방망이?…실형 5명 中 1명 꼴
③스토킹 여전한 '사각지대'…피해자 막으려면?

#. 지난해 10월 26일 자정쯤 A는 만취한 상태로 두 달 전 헤어진 피해자 집을 찾았다. 기다림은 5시간 넘게 이어졌다. 새벽 5시가 넘었을 무렵 나타난 피해자가 다른 이와 빌라로 들어갔고, 이를 본 A는 이성을 잃고 그 뒤를 밟았다.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두드리며 소란을 피웠고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1시간쯤 지났을까. 돌아가는 척하던 A는 다시 가스 배관을 타고 2층 피해자 집으로 올라갔다. 피해자는 두려움에 안방으로 피신해 문을 잠갔고, 집 안으로 들어간 A는 문을 발로 차 부수고 욕설했다. 법원은 그런 A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원만히 합의했다는 이유다. 그렇게 A는 풀려났다.

오는 21일 시행 3년을 맞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 처벌법)'은 기존의 경범죄로 분류되던 스토킹을 범죄 행위로 여기고 처벌하도록 했다. 그러나 스토킹 범죄 피의자들은 수사기관을 거쳐 사법기관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절반이 풀려나간다. 더욱이 재판까지 넘어오더라도 실형을 받는 경우는 5명 중 1명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CBS노컷뉴스가 국민의힘 유상범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토킹 처벌법 시행 이후 올해 8월까지 스토킹 범죄로 재판에 넘겨져 1심 판결이 선고된 이들은 5539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검찰 수사를 받은 스토킹 범죄 피의자가 1만명이지만, 이들 2명 중 1명은 경미한 처벌을 받거나 아예 기소되지 않은 것이다.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징역형 실형을 받는 경우는 더욱 드물다. 스토킹범이 실형을 선고받은 수는 996명으로 기소 인원 중 17.9%에 불과했다. 형사사건 1심 재판 중 실형 선고 비율은 2023년 기준 31.3%인데, 그보다 14%포인트 이상 낮았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일반 스토킹의 경우 최대 3년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만약 피고인이 흉기 등을 들고 범행을 저질렀다면, 최대 5년까지도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은 실형까지 나오는 경우가 드물다. 반면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집행유예는 1827명(32.9%)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되는 스토킹범보다 2배 가까이 많았다. 벌금형에 그치는 이들도 1580명(28.52%)에 달했고, 처벌불원의사로 공소가 기각되는 사례도 493명(8.9%)으로 10%에 가까운 수치를 보였다. 여기에 아예 처벌을 받지 않는 선고유예는 54명이었다.  

집행유예 선고 배경에는 '잘못을 인정'하고 '교화 가능성' 있다는 이유 등이 등장한다.

실례로 대학생 B는 연인인 피해자가 헤어지자고 하자 집을 찾아가 "죽고 싶지 않으면 문 열어" 등의 욕설하고 '도어락'을 망가뜨렸다. 자신의 차에서 얘기하다 피해자가 가려 하자 갑자기 차를 몰고 30분 동안 내리지 못하게 하는 등 감금 혐의도 있다. 그날 밤 B는 피해자에게 "많이 놀랐을 텐데 미안하다"는 문자 등 모두 700여 차례 문자를 보냈다. 법원은 그에게 '대학생으로서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가해자가 스토킹으로 접근금지 명령을 받았거나 비슷한 범죄 전력이 있을 때 주로 실형을 선고한다. C는 같은 빌라에 사는 이웃에게 성적 욕설을 하고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18번의 반복적 스토킹으로 이미 접근금지 명령 등 잠정조치를 받았다. 그럼에도 C는 피해자의 집을 찾아 "신고 좋아하잖아"라고 말하며 욕설을 해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일각에서는 스토킹 범죄가 강력 범죄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무엇보다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가 중요함에도 계속해 피해자를 스토킹할 수 있는 현실을 사법부가 방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밀한 파트너 살인의 특성에 관한 연구(2021, 김성희)' 논문에 따르면 2017년부터 3년간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336건의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 끝에 살해한 범죄는 126건(37.5%)에 달했다. 실제 한 피고인은 스토킹 범죄로 구속돼 재판을 받던 중 석방된 당일 10분 만에 피해자에게 다시 전화를 하기도 했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피해자는 두려움에 적극적으로 신고하기가 어렵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판사들은 이를 참작하게 돼 있어 가해자를 (실형으로) 처벌하는 비율이 굉장히 적다"며 사법부의 단호한 태도를 주문했다. 한편 대법원 양형위는 스토킹범이 흉기를 소지한 채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안 좋은 경우 원칙적으로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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