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0·16 재보궐 선거에서 이변은 없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16일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각각의 텃밭으로 불리는 인천 강화군수·부산 금정구청장, 전남 곡성군수·영광군수 선거에서 이기며 2대 2로 레이스를 마감했다.
돌발적 결과를 예방한 양당 지도부에서는 큰 위기감은 넘겼다는 안도감이 감지된다. 다만 양당 모두 대표가 당 안·팎 모두에 리스크를 두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은 지속될 전망이다.
'명태균' 변수에도 본전 지킨 한동훈…尹의 변화 이끌어낼지에 주목
국민의힘은 이날 재보선에서 강화군수와 금정구청장 모두를 지켜내는 성과를 거뒀다. 보수 우세지역에서의 역전승을 노렸던 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은 전남 지역 2곳 보선에서의 경쟁력이 낮았던 만큼 목적했던 선거에서는 모두 승리를 거둔 셈이다.
선거 기간 동안 6차례나 금정을 찾아 지원 유세에 나서는 등 사실상 부산에 '올인'했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로서도 당이 더 큰 갈등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을 막아냈다는 평가를 얻게 됐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갈등이 상당한 상황에서 자칫 이번 선거를 민주당에 내줬다면 대표직 유지가 힘들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는데, 이 같은 파장 또한 막아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부산 금정구 대한노인회 부산 금정구지회 건물 앞에서 시민들에게 윤일현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른바 '윤-한 갈등'으로 불리는 당정 간 긴장감도 한 대표를 중심으로 다소 정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대표는 선거 기간 윤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해 불거진 논란들에 대해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라인이 존재하면 안 된다", "국민의 걱정과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제가 이미 말씀드린 조치들을 신속히, 반드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와 같은 발언을 하며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해 왔다. 한 대표는 다음 주에 있을 윤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이번 선거 승리를 발판 삼아 인적 쇄신 등 김 여사 관련 이슈를 자연스레 꺼내들 수 있게 됐다.
다만 친윤-친한 간 깊은 갈등의 골과, 연일 폭로전에 나서고 있는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인물인 명태균씨 관련 사안 등은 풀어내야 할 숙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어떤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 김건희 특검(특별검사)법을 비롯한 야당의 특검 공세에 단일대오로 대응할 수 일을지 등이 관건이다. 한 대표는 선거 뒤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뜻대로 정부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며 "저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약속했다.
거센 소수당 추격 물리치긴 했지만…이재명, 호남민심 회복과 사법리스크 최소화는 숙제
민주당도 텃밭인 호남 지역을 모두 지켜냈다는 점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금정에서의 승리는 '새로운 곳으로의 확장'이라는 의미를 지니지만, 영광에서 졌다면 '안방을 내줬다'는 이미지를 얻게 되며 더욱 심각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적 시각이기 때문이다.
당초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군소 야당과의 경쟁인 만큼 불필요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않기 위해 이번 호남지역 보선은 관심을 낮추는 '로우키'(low key) 전략으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하지만 곡성과 달리 영광의 경우 혁신당은 물론 진보당 후보까지 모두 높은 지지율을 보이며 민주당 후보를 위협하자,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영광에 1박2일 유세, 사흘 연속 유세 등으로 지원에 적극 나서게 됐다. 혁신당과 진보당 지도부도 일제히 영광에서 살다시피 하며 유세를 펼친 탓에 맞불을 놓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인데, 이 대표가 적극 나섰음에도 자칫 영광을 내줬다면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을 전망이다.
2024 하반기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첫날인 11일 오후 전남 영광군 한 교차로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의 유세를 지원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럼에도 민주당 장세일 영광군수 후보의 득표율이 41.08%에 그쳤고, 30.72%를 얻은 진보당 이석하 후보와 26.56%를 기록한 혁신당 장현 후보의 득표율을 합하면 과반을 훌쩍 넘어선다는 점은 이 대표에게 '호남 민심 회복'이라는 숙제를 안겼다. 이번 재보선을 윤석열 정권 '2차 심판'의 장으로 만들자고 지지층에게 호소했지만, 안방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로 예정돼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 등 사법리스크의 파장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이번 선거 결과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
다만 호남 선거구를 모두 지켜냄으로써 정권심판론에 대한 야권의 맏형 역할은 이어갈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을 운영개선소위원회로 회부하는 등 상설특검 열차 출발 작업을 진행했다. 이 대표는 선거 후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선거기간에 당선자가 한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확실히 챙기겠다"며 "이번 재보궐선거의 민심을 받들어 정권의 퇴행을 막고 국민의 삶을 지키는 데 더욱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혁신당·진보당의 '2% 부족했던' 선거…존재감은 '뿜뿜'했지만 원내 영향력은 아직
10·16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전남 영광군 남천 사거리에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장현 영광군수 후보가 마지막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실상 호남지역 재보선에 전 당력을 총동원했던 혁신당과 진보당은 다소 아쉽지만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은 곡성에서 박웅두 후보가 35.85%, 영광에서는 장현 후보가 26.56%를 얻는 성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 4·10 총선에서 혁신당이 거둔 비례득표율 24.25%를 모두 상회하는 수치이자, 총선에서의 지지율이 허수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는 동시에 그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텃밭인 지역이라는 점, 기존 조직세에서 열세였다는 점 등 한계로 인해 민주당을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2026년 지방선거에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진보당도 기초자치단체 선거이기는 하지만 민주당의 안방에서 민주당 후보를 위협하며 2위를 거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한동안 진보정당의 제일 앞자리를 정의당에게 내줬던 진보당은, 이번 총선을 통한 원내 진출에 이어 전국단위 선거에서도 존재감을 각인시켰다는 성과를 얻게 됐다. 특히 지역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가재도구 정비 등 집안일을 돕는 방식의 '풀뿌리' 선거운동이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도 소득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 같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원내에서의 존재감과 영향력 발휘는 아직 높은 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 중점 추진 사안들을 직접 이행하기에는 원내 비교섭단체라는 한계로 인해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윤석열 정권 심판이라는 특정 현안과 관련해서는 민주당과 공조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그 안에서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다소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