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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 수요' 커지는 北에 빌미될 고위인사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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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단'에서 '무인기'로 국면 전환
무인기, 김정은 안위와 연결돼 北 '민감' 반응
'적대적 2국가' 전략 정당화 위해 긴장고조도 감수
北 도발수요 증대 상황서 자극적 발언 '부적절'

발언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연합뉴스발언하는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연합뉴스
북한이 무인기 사건을 빌미로 한반도 긴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방 8개 포병여단에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도록 작전 예비지시를 내리더니 국경 요새화를 위해 경의선과 동해선의 도로 폭파를 준비하는 정황도 포착됐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서 전단을 뿌렸다'고 주장한 뒤 이틀 동안 김여정 부부장과 국방성 대변인 등 네 차례의 담화를 발표했다. 남한 정부를 비난하며 책임을 묻는 내용으로 모두 한 밤중에 발표된 뒤 그 다음 날 노동신문 등 내부 매체에 공개했다.
 
대북전단 보도를 하지 않던 북한이 신문과 TV, 라디오 등 모든 매체를 동원해 북한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을 고조시키고 있는 것이다. 통일부가 "갑작스럽고 유난스러운 무인기 소동"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급격한 '전환'이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무인기의 안보적 의미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거셈 솔레이마니 사령관이 미군의 드론 공격으로 폭사한 뒤 전장에서 무인기의 의미는 각별해졌다. 
 
무인기의 효능은 지난 2022년 12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서울 용산 상공까지 무인기를 침투시킨 북한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위(安危)와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니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북한은 국경획정과 '통일·동족'지우기를 핵심 요소로 하는 '적대적 2국가'론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정당화하기 위해서라도 긴장 고조가 필요한 시점이다. 무인기 사건에 대한 북한 각계각층 주민들의 반응을 연일 보도하며 대남 적개심을 끌어올리는 이유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윤창원 기자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윤창원 기자
이런 상황에서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등 고위인사들의 자극적인 발언은 유감스럽다. 신원식 실장은 지난 13일 한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공격으로 레바논 무징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한 사실과 함께 현무-5 미사일의 위력을 언급하며 "김정은은 섬뜩함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실장은 "북한 주민들은 가난하고 잃을 게 별로 없다고 말하지만 김정은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이고 가장 강력한 권력이 있다, 즉 가장 잃을 게 많은 자"라며 "그래서 가장 겁이 많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정밀 고위력 무기에 훨씬 더 공포를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실장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도발을 강하게 억제하기 위한 의도로 보이나, 이른바 '북한 최고 존엄의 안위'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북한 도발의 빌미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꼭 해야 할 발언이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국회사진취재단김용현 국방부 장관. 국회사진취재단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관련 질의에 "우리 군에서 보낸 것은 없다"고 부인하며 "민간에서 보낸 것인지는 확인을 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가 이후에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도 결과적으로 아쉬운 대목이다.
 
'전략적 모호성'을 띠는 답변으로 향후 북한 대응에 혼선을 주려는 심리전이라는 설명이라고해도, 입장 번복에 따라 군 당국이 현재 상황을 완전히 장악·통제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을 국민들에게 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현 상황은 지난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 지난 2020년 6월 대북전단을 빌미로 한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사건 등과 비교된다. 발단과 결과가 달랐지만 공통점은 북한 내부적으로 긴장 고조와 이를 위한 도발의 수요가 증대하는 시점이라는 것이다.
 
무인기는 김정은 위원장의 안위와 연결되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대북전단보다 더 무겁다. 내부적으로 침묵하던 '전단'에서 국면이 '무인기'로 전환한 것이다. 아울러 통일과 동족을 지우는 적대적 2국가는 김 위원장이 선대와 차별화하는 국가전략이기 때문에 전략적 이익이 된다면 얼마든지 긴장 고조를 감수할 수 있고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게다가 다음 달 미국 대선이라는 변수도 있다. 대선 이후 7차 핵실험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예민해 있는 북한 지도부를 자극해 도발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자극적인 발언은 삼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와 함께 정세 관리의 필요성도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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