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 공식 홈페이지 캡처미국 뉴욕타임스가 소설가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한국 내 가부장제·여성 혐오적 문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11일(현지시간, 이하 동일) 한강 작가를 "123년 역사상 세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노벨상을 수상한 최초의 한국인이자 아시아 여성"이라고 소개하며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한국의 최고의 문화적 업적으로 널리 기념됐지만, 한강 작가와 다른 여성 작가들이 대표하는 것은 여전히 뿌리 깊게 가부장적이고 종종 여성 혐오적인 한국 문화에 대한 저항의 한 형태"라고 짚었다.
또 역대 10명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중 여성은 단 한 명뿐이었다는 것, 한국 내에서는 고은 시인을 가장 유력한 노벨상 후보로 여겼다는 것 등을 언급하며 "한국 내 남성 중심의 문학 비평가들은 오랫동안 시인 고은을 한국의 가장 유력하고 마땅한 노벨상 후보로 옹호해 왔다. 그에 대한 성적 학대 의혹이 불거지기 전에 노벨상 발표가 임박했을 때는 기자들이 자택 앞에 모이곤 했다. 한강 작가는 그런 인파를 한 번도 모은 적이 없다"라고 꼬집었다.
또 2000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처럼 이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도 한반도 분단, 전쟁, 군사독재, 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파란만장한 현대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면서 한강 작가가 꾸준히 광범위한 주제의 폭력을 다뤄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에서 한강 작가는 1980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가 학살을 다룬 소설인 '소년이 온다'로 가장 유명하다. 또 국제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채식주의자'는 가정에서 억압 받는 여성에 대한 사적인 폭력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강 작가의 대표작을 언급했다. 실제로 한강 작가가 "한국 역사를 통틀어 '인간의 폭력'이 제기한 질문에서 영감을 얻는다"라고 밝힌 인터뷰도 덧붙였다.
이어 "한강 작가의 작품이 무거운 역사적 이야기를 다루는 것에 비하면 페미니스트라고도 볼 수 있다. '채식주의자'에서 육식을 중단한 주인공의 결정은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 행위로 읽힐 수 있다. 여전히 정치, 재계, 한국의 뉴스 미디어에서 여성들이 차별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문학은 그들이 자신의 힘을 표현할 수 있는 배출구"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를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역사적 트라우마를 직시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선보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