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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극복 못 한' 광주 어린이집 24곳, 노인 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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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어린이집→요양시설만 24곳…전국 4위
광산구서 변경 사례 13건으로 가장 많아
요양시설 대표 "같은 돌봄 시설이라 변경 쉬워"
경영난에 업종 바꿨지만 결국 폐업 수순 밟기도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 지난 2020년 어린이집에서 노인 요양 보호시설로 업종을 바꿨지만 지난해 12월 폐업해 현재는 운영이 중단됐다. 김수진 기자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 지난 2020년 어린이집에서 노인 요양 보호시설로 업종을 바꿨지만 지난해 12월 폐업해 현재는 운영이 중단됐다. 김수진 기자
광주에서 어린이집·유치원을 운영하다 저출생으로 인한 경영난이 심해지자 노인요양·보호시설로 업종을 바꾸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광주 광산구 수완동의 A요양원은 지난 2022년 6월 어린이집을 폐업한 공간에서 첫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어린이집은 시작할 때만 해도 200여 명이 다녔지만 저출생으로 아이들이 70명까지 줄어들면서 경영난 견디지 못해 폐업했다. 1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거쳐 노인들을 위한 요양시설로 탈바꿈한 지금 일부 사회복지사는 과거 어린이집 교사로 일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A요양원의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는 박희영(35·여)씨는 2021년까지 보육교사 자격증으로 같은 장소에서 어린이들을 돌봤다. 박씨는 "2년 전만 해도 출생률이 낮아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도 많이 폐원하고 요양원으로 바뀌는 분위기였다"며 "수완지구에만 해도 대략 6곳 넘는 노인 요양보호 시설이 몇 달 사이에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어린이집 교사를 할 수 있는 보육교사 자격 모두를 갖추고 있다"며 "처우 등은 어린이집 교사일 때가 더 나았지만 아이들이 별로 없어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A요양원을 포함해 업종을 변경한 대표들은 어린이집을 노인복지시설로 변경하는 것은 같은 돌봄시설로 분류돼 상대적으로 쉽다고 설명한다.

A요양원 관계자는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건물은 조건 자체가 일반 상가와 다르게 노인·장애인복지 등 업종으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건물 내부가 칸칸이 나뉘어 이를 완전히 다른 상가로 이용하기보다 복지시설로 바꾸는 것이 더 낫다"고 설명했다.

A요양원은 총 29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 요양원은 요양보호사를 노인 2.5명당 1명씩 배치해야해 13명이 상주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를 포함한 사무실 근무 인원은 5명이다. 시설 이용자 수의 절반을 뛰어넘는 인력이 채용되면서 인건비도 많이 투입된다.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 지난 2020년 어린이집에서 노인 요양 보호시설로 업종을 바꿨지만 지난해 12월 폐업해 현재는 운영이 중단됐다. 김수진 기자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 지난 2020년 어린이집에서 노인 요양 보호시설로 업종을 바꿨지만 지난해 12월 폐업해 현재는 운영이 중단됐다. 김수진 기자
리모델링과 초기 투자 비용은 물론 노인요양시설도 점차 포화상태가 되자 경영난이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A요양원 관계자는 "사실상 인건비와 리모델링 등을 위한 초기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어린이집을 운영할 때와 비슷한 수익을 낸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 신창동의 한 3층 높이 상가건물은 지난 2020년 어린이집에서 노인 주·야간보호시설로 업종을 바꿔 운영했지만 계속되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지난 2023년 12월 폐업 수순을 거친 뒤 올해 4월에 매각됐다. 해당 건물을 보유하고 있는 복지사단법인 소속 김모씨는 "해당 지역에 어린이집이 포화상태라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이 건물을 매각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씨는 "바로 앞에만 3곳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있고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에 약 10곳의 어린이 시설이 있다"며 "아이들은 커서 초등학생이 되고 인근 어린이집·유치원은 아이들 수가 줄어 다 같이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합계출생율 0.7%,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면서 돌봄 기관이 어린이집, 유치원, 산후조리원 등에서 노인 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증가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광주 북구을)이 전국 17개 시·도에서 제출받은 '장기 요양기관 전환 현황'을 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 8월까지 최근 10년 동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운영되던 곳이 장기 요양기관으로 전환한 사례는 총 283건이다.

특히 지난 8월까지 광주에서 어린이집·유치원을 노인요양시설로 전환한 사례가 24건으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에서는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1곳, 2019년 1곳, 2020년엔 6곳이 업종을 전환했다. 2021년에는 업종 전환이 없다가 2022년 7곳, 지난해 7곳, 올해 8월까지 2곳이 각각 장기 요양기관으로 전환됐다. 구별로는 광산구가 13곳으로 가장 많고, 북구 6곳, 서구 3곳, 동구·남구 각 1곳이다.

전남에서는 2019년 2곳, 2020년 2곳, 2021년 3곳, 2022년 1곳, 지난해 3곳 등 11곳이 업종을 전환했다.

전진숙 의원은 "최근 저출생 고령화 상황으로 영유아 교육·보육 기관의 경영난, 노인 장기 요양기관 수요 폭증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어린이집·유치원의 노인 장기 요양기관 시설 전환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영유아 시설 폐업과 장기 요양기관 수요 조사를 통해 정부가 공공서비스 확충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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