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체험 행사에서 김호원(12)군이 훈민정음 필사 체험을 하고 있다. 민소운 기자578번째 한글날인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한글 체험 행사'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다채로운 행사를 체험하며 한글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실감했다고 입을 모았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나랏〮말〯ᄊᆞ미〮 中듀ᇰ國귁〮에〮달아〮)".김호원(12)군이 훈민정음 서문 필사 체험 부스에서 검정 붓펜을 들고 훈민정음을 한 글자, 한 글자씩 정성스럽게 꾹꾹 눌러 따라 적었다. 옆에 서서 호원군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흐뭇하게 웃으며 "잘했다"고 칭찬했다.
호원군은 "오늘이 세종대왕님이 한글을 만든 날이라고 하니까 한국인으로서 그냥 좋고 자랑스럽다"며 "한글을 진짜 너무 쉽게 잘 만든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특히 한글이 더 소중해 보인다"며 "앞으로도 한국어를 쓰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한국어를 사용하겠다"고 다짐했다.
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한글 체험 부스에 대기줄이 길다랗게 늘어져 있다. 민소운 기자체험 행사는 총 5개 프로그램으로, △우리글 멋글씨 △한글 도장으로 내 이름 만들기 △나만의 10월 달력 만들기 △훈민정음 서문 필사 체험, 한글 자음·모음 순서를 배워보는 △자음·모음 순서 맞추기로 다양하게 진행됐다. 오전에는 300여명의 시민이 참여해 서예 솜씨를 뽐내는 '휘호대회'가 열리기도 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자음과 모음 도장을 조합해 자신의 이름을 적기도, 세종대왕 그림을 색칠하기도, 서예 솜씨를 뽐내며 붓글씨를 쓰기도 하며 행사를 만끽했다. 각각의 체험 부스에는 대기하는 인원들이 길게 줄지어 서기도 했다.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한 어린이가 '자음 모음 순서 맞추기' 놀이 체험을 하고 있다. 민소운 기자
체험을 하기 위해 7살 딸과 함께 기다리던 한모(43)씨는 "한글날을 맞이해서 세종대왕님의 한글이 무엇인지 아이에게 알려주기 위해 와보게 됐다"며 "다양한 체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글날을 통해) 한글의 위대함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우리 아이가) 바르고 고운말을 쓰는 어린아이가 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8살 이모군과 함께 행사에 참여한 이모(42)씨는 "오늘 한글날 기념 행사가 많다고 해서 아들이 좋아할 거 같아서 왔다"며 "아이가 세종대왕을 좋아해서 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모(8)군도 옆에서 "세종대왕님은 한글을 편리하게 만들어서 저희가 이런 한글도 다 쓸 수 있게 만들어 주셨지 않느냐"고 거들었다.
이씨는 "일단 한글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라서 되게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가치 있는 문자인 한글을 평생 아름답게 잘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웃음을 지었다.
러시아 국적의 친구와 함께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신중하게 써내려가던 이정식(36)씨도 "한글의 소중함을 알려주려고 (외국인) 친구를 데려왔다"며 "'우리 문화가 이런 것이었구나'라는 인식을 할 수 있어서 참 좋고,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578년 이상 한글이 지속되면서 '내가 이렇게 수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 문화에 대해 참 긍지와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고 감사함을 표했다.
내국인들 뿐만 아니라, 행사를 찾은 외국인들도 한글날을 맞아 한글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중국에서 한국 대학으로 공부하러 온 유학생 박새휘(22)씨도 "한글을 쓰는 게 어렵고 힘들긴 하지만 재미있는 것도 아주 많다"며 "'바늘 구멍으로 황소바람 들어온다'라든가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든가 이런 재미있는 속담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글은 역사적으로 아주 성공적이고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며 "한글이 흥미롭기 떄문에 한국어 쓰는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날 전국에 구름이 많은 가운데 한낮 온도는 최고 25도까지 올랐지만, 낮과 밤의 기온차가 10도 이상으로 일교차가 커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는 10일도 구름이 많이 끼고 아침과 낮 일교차가 클 것으로 예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