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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조 국제공항 5년 만에 개항?…가덕도신공항 앞길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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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조성공사 입찰부터 난항…4회 유찰 끝 현대컨소 수의계약 협상도 '잡음' 계속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가덕도신공항 조감도. 국토교통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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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은 논란 속 강행된 가덕도신공항 건립사업이 초기 단계부터 잡음이 계속돼 순탄치 않은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엔 현대건설 컨소시엄과의 부지조성공사 수의계약 협상이 늘어질 조짐을 보이면서다.

가덕도신공항 건립사업은 애초 지척의 김해공항을 두고 환경 훼손과 재정 낭비 속 신공항을 지을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도 설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특별법 처리로 강행됐는데, 현 정부 들어 사업기간까지 단축되면서 '졸속'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4회 유찰 끝 수의계약 전환했는데…늘어지는 협상

기획재정부 김윤상 2차관은 지난 4일 가덕도 신공항 사업대상지의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아 신공항이 적기에 개항할 수 있도록 건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표류한다는 여론의 지적이 거듭 제기된 가운데, 차관급 인사가 직접 정부의 공항 건설 의지가 건재하다고 과시하는 듯한 행보다.

하지만 5일 관계부처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수의계약 수용 회신기한이 현대건설 측 요청으로 한차례 연장됐다. 조달청이 연장한 회신기한은 보름 가량으로 알려졌는데, 관련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와 현대건설 측 협상이 길어지면 의사결정은 더 지연될 수 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12일 네 차례 유찰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전환하기로 결정, 조달청에 관련 절차 진행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가 올해 5월과 6월, 8월, 9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실시한 10조 5300억 원 규모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턴키(설계·시공 일괄) 입찰은 1회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고, 조건을 변경해 공고한 2회부턴 현대건설 컨소시엄만이 단독 응찰해 왔다.

이후 조달청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거쳐 건설사 측에 수의계약 참여 의향을 묻고 건설사 측이 응하면, 공사비 등 계약조건 협상을 통해 정식계약을 하는 게 남은 절차다. 이 과정에서 건설사가 150일간 기본설계를 작성해 도면을 제출하면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의 적격성 심사도 거친다.

이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정식 계약 시기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되는데, 협상이 길어질 경우 시기는 더 밀릴 수 있다. 현대건설 측은 설계 과정 중에 공사비 등 계약 관련 포괄적인 내용을 사전협의하길 원하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이 경우 기본설계를 마친 뒤 공사비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협상이 길어질수록 수의계약을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회신기한 연장 직후 지난 1일엔 "현대건설이 공사기간 연장과 현재 3개사로 제한된 컨소시엄 내 대형 건설사 추가 확대를 통한 리스크 배분 및 공사비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가 나와 수의계약마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관련해 조달청은 "현대건설 컨소시엄의 수의계약 참여의사를 확인하는 단계이며, 수의계약 협상이 불가능하다는 의사를 전달받은 사실은 없다"는 입장을 냈다. 현대건설 측도 "공기 1년 이상 연장 필요, 대형사 참여 확대 등 수의계약 조건에 대한 컨소시엄의 수용 불가 이유를 밝힌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15일이 경과하는 이달 중순 전후 협상 진전 상황에 따라 수의계약 무산 우려는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입찰공고서에 따르면 666만 9천㎡ 면적 공항시설과 항만외곽시설 및 교량 등 공항부지를 조성하는 이번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2555일(주당 근로시간 52시간 이내)인데, 역대급 국책사업에다 바다를 매립하는 '난공사'에 다소 무리한 공기를 적용했다는 지적이 업계 안팎에서 제기된다.

2021년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384회국회(임시회) 7차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2021년 2월 26일 국회에서 열린 제384회국회(임시회) 7차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선거' 직전 통과된 특별법 '예타 면제'…처음부터 '졸속' 논란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이 이처럼 '쫓기듯' 추진되는 건 지난 2021년 2월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당시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두 달 앞둔 '선거 국면'이었고, 당시 여당이던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 상당수가 합심해 재석 229명 중 18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특별법은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부산 강서구 가덕도로 확정하며 십수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데 이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는 내용까지 담았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국가 재정이 300억 원 이상 투입되는 신규 사업은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인데, 당시에도 12조 8천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던 가덕도신공항 건립사업이 '신속 추진'을 명목으로 가장 기초적인 사업성 평가를 건너뛰게 된 것이다.

대선 국면에서도 가덕도신공항 신속 추진은 '부울경' 표심을 잡을 주요 공약으로 떠올랐다.

"가덕도신공항은 이제 불가역적인 국가정책결정입니다. 그럴 거면 빨리 신속하게 완공하고 또 연결되는 교통시설이라든가 관련 인프라를 빨리 구축하는 것이 오히려 재정의 낭비를 막는 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윤석열 대통령, 2022년 1월 15일 부산·울산·경남 방문 일정 중)

결국 2022년 4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연구 최종보고서가 나왔고, 같은 달 말 기획재정부는 재정사업평가위원회를 열어 예타 면제를 최종 확정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시화된 가덕도신공항 기본계획은 2025년 착공 및 2035년 6월 개항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윤석열 정부가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뒤 사업은 더욱 급물살을 탔다. 국토부는 2022년 7~8월에 걸쳐 타당성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했지만, 용역 결과물이 나오기도 전인 지난해 3월 국토부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은 개항시기를 2029년 12월로 당긴다고 공식 발표했다. 용역 결과물인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안)은 8월에야 발표됐다.

개항시기를 6년이나 단축하는 건 기존 '해상 부유식' 공항 모델을 '육해상 매립식'으로 변경해 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2030년 부산엑스포 개최에 맞춰 조기 개항하겠다는 대통령실 의중이 강력하게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지만, 민주당 일부 의원들 역시 같은 요구를 했었다. 결국 가덕도신공항은 또한번 정치권의 의지로 입지가 바뀌는 해프닝을 겪었다.

지난해 말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에도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은 아직 원안대로 추진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6월 희림 컨소시엄의 '라이징 윙스'를 선정, 760억 원 규모의 설계권을 맡겼다. 공모에서 2등에 오른 해안 컨소시엄은 120억 원 규모의 부대건물 설계권을 따냈다. 이어 부지조성공사 입찰이 추진돼 네 차례 유찰 끝에 현 수의계약 협상단계에 이르러 또 다시 난항에 봉착한 것이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도 이번 국정감사 기간 가덕도신공항 건설예정지를 현장 방문한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의 절차 오류 등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손명수 의원은 지난 3일 기본계획 수립 당시 참고된 기상청의 가덕도 풍향 관측자료 중 태풍 마이삭 영향 기간(2020년 9월 4일~2021년 5월 26일) 장비 장애에 따른 데이터 오류 발생이 확인돼, 활주로를 동서 방향으로 배치한 당시 결정의 적정성을 재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된 가덕도신공항 조속건설 예산은 9640억 원(국회 통과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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