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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개막작=흥행실패?" 29회 BIFF 개막작으로 보는 영화제의 지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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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전,란>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전면에 내거는 '개막작'은 큰 의미가 있다. 그해 영화제의 정체성과 지향점을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BIFF 사무국은 개막작을 선정할 때 수개월간 회의에 회의를 거듭한다. 작품성과 대중성, 영화제의 위상에 걸맞은 간판인지 여러 가지 요소를 다각적으로 고려한다.

BIFF 개막작으로 선정되면 엄청 영광스러울 터, 하지만 일부 영화계에서는 'BIFF 개막작 = 흥행 실패'라는 징크스가 있다며 경계하기도 한다.

내년에 삼십이립(三十而立) 곧, 서른을 맞는 영화제의 긴 시간만큼 개막작은 그해 영화제의 추억을 머금고 역사 속에 기록돼 있다. 물론 징크스는 깨지기도 했다.

다음 달 2일부터 열흘간 펼쳐는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그 영화 바다로의 시작을 작품<전,란>을 내세웠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작품이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세계적인 거장 반열에 오른 박찬욱 감독이 제작과 각본에 참여해 화제가 된 작품이다.

조선시대 왜란을 배경으로 권세 높은 양반 가문의 외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의 서사다. 신분 차이를 넘어 죽마고우인 두 사람이지만, 집안 노비들의 반란으로 일가족이 죽는 비극을 맞은 종려가 천영을 주동자로 의심하면서 원수지간이 된다.

굵직한 갈등과 대결 구도로 이야기를 박진감 있게 펼쳐내면서 박찬욱 특유의 유머 코드가 튀어나와 흥미롭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거장 박찬욱이 메가폰을 쥐고 흥행 보증수표인 배우 강동원, 탑급 연기를 펼치는 박정민까지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여기에다 차승원, 진선규, 김신록, 정성일 배우 등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출연해 몰입을 더한다.

실제로 BIFF 측은 올해 영화제 개막작은 '대중성'에 무게를 뒀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앞서 기자회견에서 "영화제를 대표하는 개막작은 많은 요소를 고려한다. 지난해 개막작은 대중성 측면에서 미흡하지 않았냐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작을 준비해 관객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정혜린 기자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 모습. 정혜린 기자
이에 화답하듯 20일 열린 개·폐막작 티켓은 오픈과 동시에 매진이 되며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앞서 BIFF는 내홍 등으로 잇따른 파행, 수장들의 사퇴, 영화계의 쇄신촉구 등 부침을 겪었다. 때문에 대중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상업영화를 개막작으로 내세워 박광수 신임 이사장 체제가 빠르게 안정화했다는 걸 대내외에 알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특히, BIFF가 내년 30주년을 맞는 만큼 혁신과 변화, 큰 도약 전 지반을 단단히 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무대가 올해이기도 한 것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최근 국내 영화산업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시네필(영화광)들의 갈증을 해소할 만한 대작이 필요했고, 꽉 찬 영화제 상차림을 통해 국내 영화계에도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복안인 것.

또, 세계적으로 글로벌 OTT가 대세를 이루고 있는 만큼, BIFF도 그 흐름에 자연스레 편승해 대세를 거스르지 않는, 그 속에서 조화를 찾는 유연한 영화제임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BIFF 관계자는 "이번 영화제는 개·폐막작을 비롯해 특별기획프로그램 등을 알차게 꾸렸다"며 "영화제를 즐기는 관객들이 안정적인 BIFF 면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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