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김현주 크리에이터한 광역자치단체가 '팀별 불필요한 일 버리기' 정책을 추진 중이다. 역설적이게도 이 정책이 공무원들에게 불필요한 일을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각 팀별로 1건 이상을 의무적으로 제출하게 했는데, 없는 업무를 만들거나 필수 업무를 간소화하는 등 "오히려 행정력을 낭비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최근 300개 팀을 대상으로 '불필요한 업무'나 사업을 찾아 중단하거나 개선하는 정책을 주진하고 있다. 각 팀은 의무적으로 1건 이상의 불필요한 일을 제출해야 하며, 우수 사례로 선정된 15개 팀에는 승진 심사 시 가점을 주기로 했다.
불필요한 일의 유형은 △중단 필요 △사업 병합·대체 △효과 미미 △관행적 소모성 △타시도와 비교해 불필요한 업무 등이다.
하지만 팀장급 아래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이 정책이 오히려 비효율을 낳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팀당 의무적으로 1개 이상 '불필요한 업무'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버릴 업무가 없는 팀들은 실제 하지 않고 있는 일을 허위로 만들거나, 업무를 억지로 간소화시켜 보고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전북도청 소속의 한 공무원은 "일을 줄이기 위한 정책의 취지는 좋지만, 이를 팀별로 의무화하면서 정책의 취지가 정반대로 가고 있다"며 "도지사에게 보고를 해야하기에 없는 일을 허위로 만드는 곳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무원의 업무는 법령이나 예산에 따라 결정되기에 버릴 만한 일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전북특별자치도청 전경. 전북도 제공이번 정책으로 민원인의 편의를 위해 시행하던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다른 공무원은 "고령층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해 제공되던 팩스 전송 서비스가 '버릴 업무'에 포함될 수도 있다"며 "현행 법률이 '문서를 보내야 한다'로만 규정할 경우 팩스를 보내지 않고 메일만 송부하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버릴 업무 없이 효율적으로 일하는 팀들이 오히려 승진 심사 가점을 받지 못하는 모순이 발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는 행정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정책 시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10월 안에 '불필요한 일 버리기'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