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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지우기, '맞다' vs '아니다'…공중보행로 철거 진실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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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에 설치된 공중보행로. 류영주 기자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일대에 설치된 공중보행로. 류영주 기자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세운상가-대림·청계상가-삼풍상가·PJ호텔-신정·진양상가로 이어지는 세운상가군을 하나로 연결하는 보행데크다. 종로에서 청계천을 지나 을지로,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1km구간을 남북으로 관통한다.
 
공중보행로가 설치되고 이곳이 명물이 되면 청계천과 연계해 유동인구가 늘고 자연스럽게 세운상가에 변화와 활력이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사업은 추진됐다. 굳이 전면 재개발을 하지 않아도 도시재생을 통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철학이 반영된 사업이기도 했다.
 
공중보행로 사업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됐고, 1단계 480억원, 2단계 629억원으로 모두 1109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공중보행로 길이가 1km정도 되는 것을 감안하면 거의 1m에 1억 원 정도가 들어간 셈이다.
 
공중보행로 일부 구간에서는 새롭게 상가가 들어서기도 했다. 장규석 기자공중보행로 일부 구간에서는 새롭게 상가가 들어서기도 했다. 장규석 기자
2년 전 사업이 완료된 이후, 공중보행로와 맞닿은 일부 상가에는 새로운 카페나 식당 등이 들어서면서 활력이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예상보다 유동인구가 너무 적어, 투입된 사업비에 비해 상권 활성화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세운상가 일대 공중보행로(3층)의 일일 보행량은 2017년 계획 당시 10만5440건으로 예측됐지만, 실제로는 1만1731건으로 예측치의 1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려 공중보행로 설치로 지상부 보행량이 설치 전보다 40% 가량 감소했다는 결과도 나왔다.
 
공중보행로에 올라 "피눈물을 흘렸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취임 이후 세운상가군을 모두 철거하고 그 자리에 공원을 만들겠다는 '도심 재창조' 전략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방침이 '재생'에서 '개발'로 다시 뒤집혔다.
 
오세훈 시장은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제공 오세훈 시장은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공원으로 재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 제공 
오 시장의 구상대로라면 공중보행로는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 할 대상이다. 실제로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철거 계획을 구체화하고 오는 23일 주민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본격적인 철거 절차가 시작되는 것이다.
 
시는 그러나 이것이 '전임시장 지우기'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공중보행로를 모두 철거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구간의 4분의 1정도 되는 삼풍상가·PJ호텔 구간만 철거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해당 구간은 공중보행교가 상가와 접하는 부분 없이 독립적인 복도 형식으로 돼 있다. 세운상가군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 외에 상가 활성화와는 큰 관련이 없는 구간이다. 그러다보니 통행량도 하루 평균 1757건으로 예측치의 6.7%에 불과하다.
 삼풍상가~ PJ호텔 구간에 설치된 공중보행교. 다른 구간과 달리 상가와 연결되지 않는다. 장규석 기자삼풍상가~ PJ호텔 구간에 설치된 공중보행교. 다른 구간과 달리 상가와 연결되지 않는다. 장규석 기자
외려 PJ호텔이나 인근 상가를 이용하려면 지상부로 내려가야 해서 지상부 통행량(일 평균 1만2천여 건)이 공중보행로의 7배에 달하는데, 공중보행로 기둥 때문에 보도폭이 70cm에 불과한 곳도 생겨나 통행에 방해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지상부 상가는 공중보행로 시설물에 해가 가려 일조가 차단되고, 누수와 결빙 등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고 서울시는 전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중보행로 사업이 일부 구간에서 억지스럽게 진행된 점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좁은 보행로와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1층 상가들. 서울시 제공 좁은 보행로와 일조권 침해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1층 상가들.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일단 문제가 된 구간만 철거하고 나머지 공중보행교는 남겨둘 계획이다. 나중에 사업진행에 맞춰 같이 철거하면 되고 굳이 앞서서 공중보행교부터 철거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은 설명을 감안하더라도 '전임시장 지우기'라는 논란의 불씨가 바로 가라앉지는 않을 전망이다. 철거가 예고된 구간을 건설하는데만 대략 330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데다 전임 시장의 '재생'과 현직 시장의 '개발'이라는 각자의 시정철학이 부딪히는 충돌점에 있기 때문이다.

비단 공중보행교 뿐 아니라 돈의문 복원 계획에 따라 전면 철거가 추진되고 있는 '돈의문 박물관 마을', 서울역 공간 대개조 구상이 진행 중인 '서울로 7017' 등 충돌점은 곳곳에 산재해있다.

공중보행로를 반대하는 현수막. 서울시 제공 공중보행로를 반대하는 현수막. 서울시 제공 
공중보행로 일부 구간 철거는 시민과 상인의 불편해소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일 뿐이라는 서울시의 설명은 일단 오는 23일로 예정된 주민공청회에서 확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에서 공중보행로가 야기한 불편이 확인되고 주민과 상인들의 철거 여론이 우세하다면 논란은 수그러들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논란이 커진다면, '전임시장 지우기'라는 논란은 공중보행교를 시작으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 서울로 7017 등의 사업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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