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동대구역을 찾은 한 시민이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보고 있다. 정진원 기자대구시가 추진하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해 찬반 논란이 꺼지지 않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동대구역을 찾은 시민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3일 귀성길에 나선 승객들로 붐빈 동대구역. 명절 선물과 보따리를 챙긴 시민들이 대기석을 메우고 있었고, 열차가 도착하면 캐리어를 끌고 온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구미에서 대구를 찾은 박정순(70·여)씨는 역사 앞에서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맞닥뜨렸다.
박씨는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대한 의견을 묻자 "나라를 살리고 역사를 쓴 분이니까 존경한다. 내가 사는 구미에 있는 생가를 일부러 찾아가기도 한다"고 답했다.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경기도민 이창우(66·남)씨도 "박 전 대통령이 업적이 있으니까 좋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박 전 대통령 시절 동대구역에서 수성구까지 도로를 닦을 때 중학생이었는데, 지금은 그 길이 엄청 유용하다. 역사가 어느 정도 지났으니까 광장 이름 하나, 동상 하나 정도는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라고 조심스레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광장 한 편에선 반대 목소리도 나왔다. 일부 시민들은 '동대구역 광장을 시민에게 돌려달라', '박정희 광장 표지판 즉각 철거하라'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일부 시민들도 표지판을 보며 불편함을 드러냈다.
서울에서 온 서모(43·여)씨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동대구역 광장에 정치적인 이름을 입힐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울산으로 가기 위해 동대구역을 찾은 대학생 방모(21·여)씨도 "저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박 전 대통령이 잘한 것도 있지만 분명히 잘못한 일도 있는데 정치색을 너무 입힌다는 게 과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기관이나 다른 곳에 투자해도 모자를 돈을 왜 굳이 이런 데다 쓰는지지 이해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구시는 박 전 대통령의 산업화 정신을 기린다는 취지에서 올해 초부터 예산 14억 5천만 원을 들여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 추진에 나섰다.
그 시작으로 지난달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명명하기 위해 박정희 광장 표지판을 설치했다. 이어 시는 내년까지 박정희 공원 조성과 동상 설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