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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안보 흔든 사건"…삼성 반도체 기술 中에 빼돌린 전 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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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반도체 인력 영입해 삼성 반도체 핵심 기술 빼돌려
中지방정부와 합작해 회사 설립…반도체 개발 성공
"기술 가치 4조 3천억…피해규모 가늠하기 어렵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임원 출신 인사가 직접 중국 지방 정부와 합작해 국내 S사 기술로 20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피해 회사는 물론, 글로벌 칩워(Chip War) 상황에서 경제 안보의 근간을 뒤흔든 사건이다"

수조 원을 투입해 개발한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려 공장을 세우고 개발 단계까지 성공한 일당을 수사한 경찰은 이번 사건의 성격을 이 같이 규정했다. 각각 임원과 수석연구원으로 삼성전자에 몸담았던 이들은 중국 지방 정부와 합작해 공장을 세우고, 기존 연봉의 수배를 주는 조건 등으로 국내 핵심 기술 인력들을 꼬드겨 이러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로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 청두가오전(CHJS) 대표 최모(66)씨와 공정설계실장 오모(60)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들이 빼돌린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메모리 반도체 핵심공정 기술은 PRP‧MTS다. 경찰 관계자는 "반도체를 음식에 비유하면 PRP는 음식을 만드는 순서, MTS는 가장 핵심적인 양념, 재료에 대한 성분과 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PRP는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수행하는 모든 공정의 순서, 공정 단계마다 필요한 주요 조건 등을 정리한 자료를 말한다. 또 MTS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요소들의 목표 스펙을 뜻한다. 이 기술들은 산업기술의유출방지및보호에관한법률에 따라 국가핵심기술 13개 중 하나로 지정돼 관리될 정도로 핵심적이다.
 
경찰은 삼성전자 임원 출신이자 국내 반도체 권위자인 최씨가 외국 정부와 합작해 국가핵심기술들을 사실상 통째로 넘겼다는 점에서 "국가경쟁력 약화 등 국가적 이익이 침해된 사건"이라고 밝혔다.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임원 출신인 최씨는 싱가포르에서 반도체 컨설팅 사업을 하다가 2018년 9월 중국 시안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런 프로젝트가 무산되자 2020년 중국 청두시 정부로부터 4600억 원 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청두가오전을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함께 구속된 오씨 등 국내 핵심 기술인력들을 영입하고 나섰다. 경찰에 따르면 이런 인력들은 해외 체류비‧자녀 교육비 등 기존 연봉의 1~5배에 달하는 돈을 받고 해외로 이직하게 된다.
 
청두가오전은 이렇게 영입된 국내 반도체 전문 인력들을 통해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빼돌려 1년 3개월여 만에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시범 웨이퍼는 제품에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측정해보는 기초 개발 제품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반도체 제조회사들은 D램 반도체 개발 경험이 있더라도, 새로운 세대의 D램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최소 4~5년이 소요되는데, 청두가오전은 빼돌린 기술을 토대로 해당 기간을 크게 축소한 셈이다.
 
청두가오전은 지난해 6월 20나노급 D램 개발에 성공한 뒤 양산 단계 직전까지 갔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현재 공장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최씨 등이 실제로 반도체 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수익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빼돌린 기술이 다른 업체 등에 넘어간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의 피해 규모를 천문학적인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 18나노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 3천억 원, 20나노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 원에 달하는 등 피해기술의 경제적 가치는 약 4조 3천억 원에 이른다"며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할 때 실제 피해금액은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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