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박민 사장. 박종민 기자KBS 박민 사장에 대한 내부 조사 결과 '불신임' 비율이 98%를 넘겼다. 수신료 분리고지 등에 '구성원(직원)들이 동의하고 있다'던 박민 사장의 국회 답변이 무색한 결과다.
KBS 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본부)는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박민 사장 취임 300일을 맞아 모바일 긴급 신임투표를 진행했다.
전체 조합원 2028명 가운데 1675명이 응답해 투표율 82.59%를 기록했으며 그 가운데 98.75%에 달하는 1654명이 '불신임'을 지지했다.
KBS본부는 "취임 이후 KBS 신뢰도 및 영향력에 심대한 타격을 초래하고 있는 박민 사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구성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했다.
세부 항목 질문에서도 응답자들은 '박민 사장 취임 이후 종합적으로 KBS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라는 질문에 91.4%가 '매우 나빠졌다'고 답했고, '나빠졌다'도 7.1%를 기록했다. '개선됐다'고 답한 응답자는 2명에 그쳤다.
앞서 KBS본부는 지난 1월에도 박민 사장 취임 50일을 맞이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유사한 질문에 응답자의 70.7%가 '매우 나빠졌다'고 답했는데 이와 비교하면 약 20%포인트 증가한 결과다. 부정평가 전체로 따지면 13%포인트 올랐다.
KBS본부는 이 같은 변화에 "당시 유보적 입장을 보였던 구성원들이 지난 300일간 무능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박민 사장에 대해 엄중한 평가를 내린 것"이라고 짚었다.
응답자 중 93.2%는 KBS 중요 재원인 수신료의 분리 고지에 대한 박민 사장의 '부실 대응'을 가장 심각한 문제(복수선택 가능)로 꼽았다. '뉴스 및 보도 시사 프로그램의 신뢰도 및 영향력 하락'은 86.3%, '편향적이고 무능력한 인물의 보직기용'은 70.9%, '세월호 10주기 다큐멘터리 불방, '역사저널 그날' 폐지, 영화 '기적의 시작' 편성 등 제작자율성 침해'는 70.4%로 각기 2~4위를 차지했다.
특히 박 사장이 국회에 발의된 수신료 통합징수 법안을 두고 밝힌 입장에 대해서는 98.3%가 반대 의견을 냈으며 박 사장의 연임에도 99%에 달하는 응답자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응답자들은 "더 이상 KBS를 망치지 말라" "그만하고 사퇴하라" 등의 메시지를 박 사장에게 남겼다.
박 사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국회 과방위 결산에서 '수신료 분리고지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다시 분리고지를 통합으로 해달라고 먼저 요청하기에는 공정성이나 방만경영 혁신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또 "이렇게 해야 KBS를 구할 수 있고, 제가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취한 조치를 직원들이 자기 희생에도 불구하고 따라준 것은 이 방향으로 가는 게 틀리지 않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라고 KBS 내부 분위기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