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5일 경기 화성 일차전지 업체 아리셀 공장 화재 사고 현장에서 합동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23명이 숨진 경기 화성시 리튬 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화재 사고를 수사한 경찰과 노동당국이 아리셀 대표 등 7명을 검찰에 넘겼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안전보건법, 파견법 위반 혐의로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인 박중언 총괄본부장, 인력공급업체 한신다이아 경영자 정모씨 등 3명을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경기남부경찰청 아리셀 화재 수사본부 역시 업무상 과실치사상, 업무방해, 건축법 위반 등 혐의로 박중언 총괄본부장을 비롯해 아리셀 관계자 등 5명을 검찰에 넘겼다. 박 본부장은 경찰과 노동부 양측으로부터 송치됐다.
이들은 정해진 물량을 생산하기 위해 숙련되지 않은 근로자를 생산라인에 대거 투입하고, 불량품을 생산해 화재 사고로 23명을 숨지게 하는 등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아리셀은 올해 4월 국방기술품질원 품질검사에서 자신들의 리튬전지가 미달판정을 받으며 납품이 중단되고 지체상금이 부과되자, 물량을 맞추기 위해 무리하게 제제공정을 가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인력공급업체인 메이셀로부터 근로자 53명을 신규 공급받았지만, 충분한 교육 없이 이들을 주요 제조공정에 투입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올해 3~4월 평균 2.2%였던 불량률은 신규 인력이 투입된 이후인 5월에는 3.3%, 6월에는 6.5%로 상승했다. 또 공정 과정에서 배터리 케이스가 찌그러지거나 실구멍이 생기는 등 새로운 유형의 불량품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불량품이 발생했지만 아리셀 측은 케이스를 우레탄 망치로 억지로 결합하거나 실구멍을 재용접해 양품화하는 등 생산을 강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지난 6월 24일 완제품 판정을 앞두고 있던 리튬 전지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23명이 숨지고 8명이 다치는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아리셀은 인화성 물질인 리튬전지를 생산하면서도 안전교육은 부실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력공급 업체로부터 파견 형태로 공급받은 비정규직 근무자들에게 리튬전지의 위험성이나 화재발생 시 대응방법은 교육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비상대피로로 향하는 일부 출입구에 잠금 장치를 설치하고, 정규직에게만 제공되는 ID카드로만 해제할 수 있게 하는 등 대피경로 확보도 부실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동부는 경영책임자인 박 대표가 화재·폭발 위험이 높은 물질을 취급하는 제조업체임에도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지 않는 등 중대재해처벌법상 의무 이행을 소홀히 했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넘겼다.
아리셀 모회사 에코넥스 박순관 대표가 사고 현장에서 고개숙여 사과 하고 있다. 화성=박종민 기자
한편 경찰은 아리셀의 모회사인 에스코넥의 군납비리 혐의는 계속 수사중이다.
앞서 경찰은 아리셀이 2021년 전지를 군납할 때부터 미리 선정해 봉인해놓은 샘플 시료전지를 별도로 제작한 수검용 전지로 몰래 바꿔치기를 한 사실을 파악했다. 아리셀은 이같은 방식으로 2021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47억원 상당의 전지를 군에 납품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올해 4월 국방기술품질원은 품질 검사 과정에서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미달 판정과 함께 납품을 중단시켰다.
경찰은 아리셀 지분의 96%를 보유하고 있는 에스코넥이 아리셀을 만들기 전인 2017~2018년 국방부에 전지를 납품할 당시에도 시험데이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군 품질검사 결과를 통과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