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앞둔 홍명보 감독. 연합뉴스홍명보 축구 대표팀 감독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을 향한 야유가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뒤덮었다.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년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차전 팔레스타인전. 최종 예선 격인 이번 3차 예선에서 조 2위 안에 들면, 대표팀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달성한다.
그만큼 이번 경기가 갖는 중요성은 크다. 그러나 축구 팬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최근 축구협회의 행보에 대한 야유를 퍼부었다.
경기 시작 30분 전 장내 아나운서는 이날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다. 특히 손흥민(토트넘),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주축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 팬들은 커다란 환호성으로 선수들을 맞았다.
하지만 곧장 경기장 분위기는 돌변했다. 전광판 사진과 함께 홍 감독이 소개되자, 경기장을 찾은 팬들이 야유를 쏟아낸 것.
홍 감독 선임에 대한 축구 팬들의 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월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이후 한국 축구는 후임 사령탑을 정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당초 협회 측은 외국인 감독을 최우선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방향을 틀어 홍 감독을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앉혔고, 이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등의 부정적 여론이 계속됐다.
홍 감독은 지난 7월 취임식에서 "지난 5개월간 여러 논란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보내주셨던 성원에 대한 부채감을 안고 더 큰 책임감을 갖고 이 자리에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끝내 홍 감독은 부임 후 첫 경기부터 환영받지 못했다. 야유 외에도 대표팀 경기가 열릴 때마다 걸려있던 '대한민국 승리한다' 현수막은 뒤집혀 있었고, 선수 입장 때는 '한국 축구의 암흑 시대', '피노키홍' 등 비판 현수막이 관중석에 등장했다.
경기 시작 직전에는 정몽규 회장을 향한 불만 섞인 외침도 울려 퍼졌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정몽규 나가'를 외치며 일제히 성난 민심을 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