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9일 평안북도 의주군 수해지역을 찾아 폭염 속에 천막으로 만든 임시거처에서 지내는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사용했던 구호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를 연상시키는 구호가 5일 노동신문 1면의 사설 제목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에 게재한 "필승의 신심을 안고 부닥치는 난관을 웃으며 헤쳐 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에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헤쳐 나갈 줄 아는 사람이 진짜 혁명가이다"라고 강조했다.
신문 사설은 그러면서 "만난 속에서도 웃음소리 넘쳐날 행복의 그날을 그려보며 더 큰 분발과 분투로 사회주의건설을 더 힘차게, 더 폭넓게 진척"시켜나갈 것을 촉구했다.
신문은 "지난 10년간은 간고성과 혹독함에 있어서 지나온 년대들과 대비할 수 없는 엄혹한 시련의 연속"이었다며, "모든 일군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더 밝은 내일에 대한 확신을 백배하며 웃음으로 난관을 뚫고 헤치며 사회주의강국에로 향한 진군의 보무"를 내딛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사상교양을 공세적으로 벌리고 더욱 심화시켜 모든 사람들을 그 어떤 난관도 웃음으로 헤쳐 나가는 참된 혁명가, 낙관주의자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 당국자는 "노동신문 1면 사설로서 '난관을 웃으며 헤쳐 나가자'는 구호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새롭게 보이는 부분"이라며 "현 상황을 '난관'으로 진단했다는 것은 곧 북한 당국이 현재의 어려움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측면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채 보트를 타고 신의주시 침수 지역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통일부 당국자는 "'난관'은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대응한 북한의 셀프 봉쇄로 수년째 경제 악화가 계속되고, 여기에다 최근 수해까지 겹친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용어"라면서 "과거 코로나19 기간에도 '고난의 행군'이라는 표현이 나왔으나 코로나 종식을 선언한지 2년이 넘은 현 시점에서 이런 제목의 사설이 나온 것은 북한의 어려움을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초기인 지난 2021년 4월 8일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수십 년 세월 모진 고난을 겪어온 인민들의 고생을 이제는 하나라도 덜어주고 우리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 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하여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하여 각급 당 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며 과거의 '고난의 행군' 구호를 소환한 바 있다.
당시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김 위원장이 언급한 '고난의 행군' 발언에 대해 "제재와 코로나, 자연재해의 이른바 3중고의 맥락에서 거론하는 것"을 비판하면서, 어디까지 "인민의 복리향상을 위한 노동당의 사생결단"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국가정보원은 4일 북한이 지난 7월 말 압록강 범람에 따른 서북부 지역 수해의 책임을 물어 다수의 간부를 처형한 동향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