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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문건 뭐가 문제냐"는 강심장 사회[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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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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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계엄' 파장 지속…국방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집중 공방
한기호 "검토 100번도 더 할 수 있다"
성일종 "비상사태시 군은 '정부 안의 정부' 아니겠느냐"

1980년 9월 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모습. 연합뉴스1980년 9월 1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11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선서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모습. 연합뉴스
1979년 12월 12일 이른바 신군부의 군사반란 직후 보안사령관 겸 계엄사령관이었던 전두환은 글라이스턴 주한미국대사에게 12.12는 쿠데타가 아니라고 속였다.
 
전두환은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도 아니고 반란도 아니며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수사를 마무리 지으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했다. (2021년과 2020년 비밀 해제 외교사료)
 
그러나 이듬해인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와 그 이튿날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은 그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기만적이었음을 말해준다. 순진하게 믿은 자가 어리석었던 셈이다.
 
계엄과 쿠데타로 얼룩진 우리 현대사의 트라우마 탓일까? 지난 2일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나온 발언들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뿌연 먼지처럼 혼탁하다.
 
김 후보자는 "지금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면 어떤 국민이 이를 용납하겠냐"면서 "저는 안 따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거듭된 질의에도 비슷한 답변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상하다. 그 자체가 불법인 쿠데타와 달리 계엄은 헌법(77조)에 규정된 합법 행위다. 절차상 하자만 없다면 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
 
해병대 박정훈 대령은 '부당한' 명령에 불복했음에도 항명죄가 적용됐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자의 "저는 안 따를 것 같다"는 말이 불온하게 들릴 수 있는 이유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인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인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는 야당의 '계엄 준비설'을 반박하고 김 후보자를 옹호하며 이렇게 큰소리 쳤다.
 
"군에서 계엄에 대해서 하도 시국이 시끄러우니까 검토한 것이지 그게 무슨 훈련도 아닙니다. (마이크 꺼짐) 검토하라고 시키십시오. 검토 100번도 더 할 수 있습니다. 뭐가 문제가 된다는 겁니까."
 
물론 박근혜 정부 기무사의 계엄문건(대비계획)은 '검토'만 됐을 뿐 '실행'되지 않았기에 큰 죄가 아니라는 법원 판결이 내려져있다.
 
그러나 계엄문건을 찬찬히 읽어보고도 놀라지 않을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건은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와 '합수단, 불법시위 참석 및 반정부 정치활동 의원 집중검거 후 사법처리' 등을 기술했다.
 
심지어 "黨‧政 협의 제한시, '해제 요구' 안 직권상정 차단 방안 검토" 같은 헌정 파괴적 내용도 담겼다.
 
이날 회의를 진행한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비상사태"라는 전제를 달면서도 "군은 '정부 안의 정부' 아니겠느냐"는 '특수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런 탓인지 이날 회의에선 여당 내부에서도 결이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유용원 의원은 2017년 계엄문건의 국회의원 사법처리 등 대목과 관련해 "저도 한 가지 깜짝 놀란 게 있다"며 "처음엔 안 믿었는데 실제로 그런 대목이 있더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계엄 (문건) 검토 100번도 더 할 수 있다. 뭐가 문제냐"는 '강골' 의원이 나타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20세기를 끝으로 사라진 줄 알았던 '계엄' 유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과연 누구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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