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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장관 보좌역 집필 한국사 교과서…출판사 정보도 '엉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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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력평가원, 법인 사무실은 가정집·연락처는 10년 전 전화번호

한국학력평가원 사무실로 등록된 인천 연수구의 한 주거형 오피스텔. 주영민 기자한국학력평가원 사무실로 등록된 인천 연수구의 한 주거형 오피스텔. 주영민 기자
내년부터 사용될 새 고교 한국사 교과서 가운데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청년보좌역이 집필진으로 참여해 논란을 산 출판사 한국학력평가원의 정보 상당수가 엉터리인 것으로 확인됐다.
 
3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주거형 오피스텔. 최근 김건호 청년보좌역이 한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해 논란을 빚은 출판사 한국학력평가원 사무실이 있는 곳이다.
 
초인종을 누르자 60대 이상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반팔 운동복 차림으로 나왔다. 그의 등 뒤에는 여느 가정집에서 볼 수 있는 식탁과 주방이 있었다. "이 곳이 한국학력평가원 사무실이냐"고 묻자 "저희는 인터뷰 안합니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남성은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곳이 맞느냐"는 질문에는 "이곳이 아닌 다른 사무실이다"라고 대답한 뒤 황급히 출입문을 닫았다.
 
김건호 청년보좌역이 저자로 오른 한국사 교과서. 익명의 역사교사 제공김건호 청년보좌역이 저자로 오른 한국사 교과서. 익명의 역사교사 제공

한국학력평가원은 지난달 일부 지역에 배포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1권 '교육부 검정 선생님 연구용 도서'에 사업장 주소를 현재 사무실이 아닌 2019년 당시 주소로 기입했다. 이 책은 출판사 차원에서 전시본을 확정해 제출하기 전에 자체적으로 먼저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의 홈페이지와 법인등기부등본 등을 종합하면 2001년 서울 영등포구에서 문을 연 이 출판사는 최근까지 4차례 사무실을 옮겼다. 2005년 같은 구의 다른 곳으로 이사했으며, 2015년에는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로 이동했다. 이후 2019년에는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오피스텔로 자리를 옮겼고 1년 뒤인 2020년 같은 오피스텔의 다른 호로 이사했다.
 
이 업체는 연락처도 서울지역 번호를 기입했는데 이 번호는 2005년 당시 사무실 연락처였다.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한 사무실도, 연락처도 모두 허위였던 셈이다.
 
이 업체는 최근 '보수적 시각으로 일제 식민통치 이후 근현대사를 서술했다'는 평가를 받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해 논란을 야기했다. 지난달 21일에서야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한 김건호 청년보좌역은 애당초 저작자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건호 청년보좌역(오른쪽)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한국사 교과서. 독자 제공·함께학교_교육부 유튜브 캡처김건호 청년보좌역(오른쪽)의 이름이 들어가 있는 한국사 교과서. 독자 제공·함께학교_교육부 유튜브 캡처
교과서 검정업무를 대행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2024년 교과용 도서 검정 신청 안내 자료'에 따르면 "저작자는 검정 신청일 현재 교육부 및 검정 심사 기관 소속이 아닌 자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검정신청일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교과용 도서 검정 실시 공고'(2023.1.27)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1일부터 14일까지로, 당시 김 보좌역은 교육부에 재직 중이어서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달 말에 교과서 집필진 신분을 유지하면서 겸직허가를 받지 않은 김 보좌역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주의는 징계에 해당하진 않지만 불이익 처분에 해당하는 일종의 행정처분이다. 공무원이 겸직을 하기 위해선 겸직신청을 하고 겸직허가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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