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여성단체연합 기자회견. 김정남 기자올해 대전여성영화제의 일부 상영작에 대해 대전시가 돌연 상영 철회를 요청하면서 부침을 겪고 있다. 대전시는 당초 해당 영화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언론홍보까지 했지만 다수의 민원이 제기됐다는 이유로 이후 입장을 바꿨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2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가 행사 시작 일주일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여러 곳에서 민원이 들어왔다는 이유로 해당 영화의 상영을 중지하고 다른 영화로 대체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올해로 9회째 양성평등주간에 대전여성문화제를 준비해왔고 대전시는 보조금 사업으로 이를 지원했다. 행사 중 대전여성영화제는 2021년 여성영화 상영회를 시작으로 4회째 접어들었는데, 올해도 오는 5일부터 7일까지 10편의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었다.
이중 시가 변경을 요구한 영화는 '딸에 대하여'로, 2017년 출간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성소수자뿐만 아니라 돌봄과 비정규직 등 다양한 여성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단체 측은 설명했다.
해당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 무주산골영화제 등에서 수상을 하기도 했다.
대전시 또한 앞서 양성평등주간 다양한 양성평등 문화 확산 행사를 개최한다는 내용을 알리면서 해당 영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시는 지난달 28일 양성평등주간 행사를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특히 최근 개봉작인 '딸에 대하여' 상영과 함께 이미랑 감독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2024 양성평등주간 홍보 디자인 및 포스터. 대전시 제공하지만 지난달 30일 대전시는 해당 영화 대신 다른 영화로 변경하는 안을 단체에 전달했다고 한다. 성소수자 관련 영화 상영에 반대하는 다수의 민원이 시에 접수됐고 성소수자 관련 영화 상영이 논란이 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는 것이 이유로 전해졌다.
대전시에 따르면, 담당 부서뿐만 아니라 타 부서와 시장실에까지 민원이 들어왔고 국민신문고로도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속적인 민원과 사회적 논란이 취지를 가리게 되는 상황이 되니까 혹시 변경이 가능하면 변경을 좀 해달라고 요청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이미 지정사업을 통해 검토된 사업인 대전여성영화제의 상영작을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정이며, 일부 집단의 민원을 이유로 드는 것, 성소수자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라는 것 또한 납득되지 않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이어 "일부 집단의 소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행정에 반영되면서 오히려 대전시의 다양한 목소리는 배제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또 "시 보조금과 같은 공적자금은 사회적 약자 등 공적자금이 필요한 대상, 소수자를 위해 적극 활용돼야 하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대전여성단체연합은 시가 해당 영화의 대체를 고수함에 따라 시 보조금을 반납하고 축소된 형태로 대전여성문화제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