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1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세 번째 월드 투어 '도미네이트' 서울 마지막 날 공연을 열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K팝 아이돌 콘서트에서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나, 긴 공연 길이를 감안해 체력 안배 차원에서 일부 곡을 이른바 '퍼포먼스용'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스트레이 키즈는 첫 무대부터 핸드 마이크를 썼다. 2시간 반 동안 32곡의 무대를 하면서도 지친 기색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스트레이 키즈의 라이브만큼은 원 없이 들을 수 있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케이스포돔)에서 2주 4회 공연을 연 스트레이 키즈. 세 번째 월드 투어 '도미네이트'(dominATE)는 무대를 점령하고 장악하며 압도하겠다는 각오가 고스란히 반영된 제목이었다. '씹어먹겠다'라는 뜻의 'ATE'를 대문자로 표기한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스트레이 키즈도, 객석을 채운 팬덤 '스테이'도 공연장을 삼킬 듯한 에너지를 분출했기 때문이다.
벌린 입처럼 보이는 형상이 위협적으로 나타난 자리에, 스트레이 키즈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해 발매한 '에이트'(ATE) 앨범 수록곡 '마운틴스'(MOUNTAINS) 무대부터 멤버들은 큰 성량이 받쳐주는 탄탄한 라이브를 들려줬다. 지하 1층(플로어)이 아닌 좌석 자리였음에도, 도입부 창빈의 목소리부터 꽤 가까이서 부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어진 다른 멤버들의 라이브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레이 키즈는 지난달 24일부터 체조경기장에서 총 4회 공연을 열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32명의 댄서와 함께 규모 있게 시작한 '마운틴스' 후, '소리꾼' 때는 밴드 라이브로 곡을 한층 더 격정적으로 풀어냈다. 드럼과 기타 연주가 귀에 박혀 사운드로 밀어붙이는 곡이라고 여겼는데 가사에 맞춰 폭죽을 터뜨리는 연출까지 더해 쾌감을 극대화했다. 일렉트릭 기타-베이스 기타-드럼-키보드로 구성된 밴드의 라이브 연주는 끝까지 깨끗하게 손상 없이 전달돼 만족스러웠다.
거대한 전광판, 다양한 구조물과 곡마다 다른 주제를 가진 영상, 폭죽 등의 특수효과가 고루 어우러져, 전반적인 '연출'이 잘 보이는 공연이었다. 스트레이 키즈 역시 본무대, 돌출무대는 물론 지하 1층과 1층 객석을 누비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쨈'(JJAM)은 초록색, 보라색, 노란색 등 확 튀는 색을 강조하고, 'JJAM'이라는 글자를 젤리 같은 질감으로 표현하며, 전광판을 바탕화면 삼아 보라색 액체를 들이부으면 서서히 물들어 가득 차는 효과를 선보였다. '디스트릭트 9'(District 9)에서는 본무대 옆쪽 양 화면을 활용해 불길이나 모래바람 같은 잔상이 남는 연출을 선보였다.
스트레이 키즈 현진.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스트레이 키즈 한. JYP엔터테인먼트 제공'백 도어'(Back Door)는 멤버들과 댄서들, 카메라맨의 '열일'이 단연 돋보이는 무대였다. 멤버들은 가사에 맞춰 문을 두드리는 동작을 취하기도 하고 복잡한 동선을 소화했고, 댄서들은 퍼포먼스의 흐름에 맞게 문의 위치를 옮기고 합쳤다. 필릭스는 그 틈에 생일 모자를 머리에 얹고 촛불을 끄는 시늉까지 했다.
'탑라인'(TOPLINE)(Feat. 타이거 JK) 무대 때 화면에는 멤버들의 이름이 차례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타났고, '아이템'(ITEM)은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게임 화면을 구성했으며, '신(神)메뉴' 때는 청록색 등 또렷한 빛깔이 시선을 사로잡는 한옥이 주요 이미지로 나왔다.
이날 세트 리스트(공연 목록)에 있는 단체곡 가운데 가장 정적인 노래였던 '또 다시 밤'은, 끊임없이 '강-강-강'으로 달려온 흐름과는 정반대의 결이었다. '이질적'이라기보다는 '신선함'에 가까웠다. 영어가 거의 없는, 사랑했던 사람을 그리워하는 가사와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가 기억에 남는다.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스트레이 키즈 창빈.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소셜 패스'(Social Path)(Feat. LiSA)는 신나는 드럼 앤 베이스 기반의 록 사운드여서 분위기에 변화를 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고, 일렉 기타와 드럼 소리가 잘 들리는 '죽어보자'는 제목처럼 스트레이 키즈가 끝없이 에너지를 쏟아내는 곡이었다. 절묘한 완급 조절이 매력적이었던 '거미줄', 신스 사운드와 드릴 비트가 어우러진 '아이 라이크 잇'도 이날 새롭게 발견한 곡이었다.
2년 전 열린 '매니악'(MANIAC) 서울 공연 당시 인상적이라고 느낀 부분을, 이번 '도미네이트' 때도 다시 한번 느꼈다. 주로 랩을 하거나 주로 보컬을 하는 멤버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긴 하지만, 그것이 꼭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기보다는 두 영역을 상당히 유연하게 넘나든다는 점이었다. 방찬, 한, 리노는 보컬과 랩 모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안정적인 실력의 소유자였고, '또 다시 밤'에서는 창빈 보컬을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미공개 곡으로 펼친 솔로 무대는 멤버 개개인이 가진 개성을 펼치는 자리였다. 한은 청량하고 시원한 기타 소리가 두드러진 록 사운드 '홀드 마이 핸드'(Hold My Hand)를, 리노는 진하늘색 후드를 입고 나와 댄서들과 '유스'(Youth) 무대를 밝고 경쾌하게 꾸몄다. 통기타를 메고 등장한 승민의 '그렇게, 천천히, 우리'는 호소력과 풍부한 성량이 특징이었다. 현진은 무대 연출은 거의 쓰지 않은 채로 댄서들과 합에 초점을 맞춰 이국적인 리듬의 '소 굿'(So Good) 무대를 공개했다.
스트레이 키즈 아이엔.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스트레이 키즈 방찬. JYP엔터테인먼트 제공튠 조절한 것 같은 독특한 질감의 음색이 잘 들렸던 방찬의 솔로 무대 '레일웨이'(Railway)는 재킷을 벗어 손자국이 남은 등을 보여주고 마지막에 추락하는 연출로 어마어마한 함성을 끌어냈다. 16명의 댄서와 함께 꾸민 아이엔의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도 노출이 있는 의상과 웨이브 안무 등으로 관능적인 모습을 뽐냈다.
쏟아지는 별빛 속 하늘에서 내려오며 등장해 신비로움을 더한 필릭스는 '언페어'(Unfair)에서 랩과 노래를 모두 들려줬다. 시종일관 넘치는 파워를 자랑한 창빈의 솔로곡 제목이 '울트라'(ULTRA)라서 재미있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
"응원 진짜 미쳤다"(방찬) "뭐야? 오늘 진짜로 다들 각성하고 온 거야?"(현진) "뚜껑 뚫리는 거 아닌가?" (방찬) 등 스트레이 키즈도 여러 번 언급했을 만큼, 팬덤 스테이의 열기가 대단했다. 딱딱 맞는 응원법과 공연장을 뒤흔들 만큼 큰 환호에 멤버들도 마음껏 기뻐했다.
스트레이 키즈 승민. JYP엔터테인먼트 제공스트레이 키즈 리노. JYP엔터테인먼트 제공2018년 데뷔해 올해 6주년을 맞은 스트레이 키즈는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오르기 전 긴장하지 않지만, 새 투어 '도미네이트' 서울 공연에서는 떨었다고 고백한 창빈은 "'도미네이트'라는 투어명처럼 저희 스키즈는 무대를 씹어먹은 것 같고, 우리 스테이는 관객석을 씹어 드셨다"라고 말했다.
리노는 "쉽지만은 않은 콘서트였고, 긴장하기보다는 무대를 즐기자는 마인드가 큰데 컴백 활동과 여러 가지가 겹치다 보니까 부담감이 생겼고 어떻게 해야 조금 즐겁게 보여줄 수 있을까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했다. 4회 공연을 해보니까 역시 스트레이 키즈는 무대 체질"이라며 "여러분들이 저희의 원동력이고 저희가 여러분의 원동력이고 싶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승민은 "너무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저희도 많이 성장을 하고 스테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낀 거 같다. 매 순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창빈은 "마의 7년 걱정하실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 말 책임질 수 있는 스키즈가 돼서 너무너무 기쁘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라고 전했다.
총 4회 서울 공연을 마친 스트레이 키즈는 이번 '도미네이트' 투어를 통해 싱가포르 내셔널 스타디움, 멜버른 마블 스타디움, 시드니 알리안츠 스타디움, 가오슝 내셔널 스타디움, 방콕 내셔널 스타디움,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마디아 스타디움에 처음으로 입성한다. 내년 1월까지 예정된 투어 이후에도 남미, 북미, 유럽 지역 투어를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