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A 포스터. 락스타게임즈 홈페이지 캡처게임의 역사는 게임을 구현하는 그래픽과 메모리 등 기술 발전과 맥을 함께 해 왔습니다. 주어진 사양 안에서 풍부한 플레이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경우의 수 안에서 캐릭터들을 활동하게 하는 것이 중요했죠. 캐릭터의 손 관절 하나하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메모리가 늘어나고, 세밀한 그래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의 움직임과 캐릭터가 움직이는 공간에 대한 제약은 당연했어요. 단계를 깨야만 다음 맵(Map)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제약, 정해진 순서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게 되는 틀에 박힌 게임 방식, 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이고 반응하는 캐릭터…게임 제작사들은 그래픽 기술이 점점 발달하면서 이런 '제약'들을 깨고자 했습니다. 게임 안에 더 현실적인 공간을 만들고자 했죠. 그렇게 캐릭터의 이동과 행동의 자유를 강조한 '오픈월드'와 '샌드박스'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캐릭터 이동의 자유=오픈월드, 캐릭터 이동·행동의 자유=샌드박스
캐릭터가 게임 내 대부분의 장소로 갈 수 있다는 게 오픈월드 게임의 특징입니다. 각 단계별로 맵이 열리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대부분의 장소를 이동할 수 있는거죠. 물론 게임의 목표에 따라 일부 미션을 수행해야만 할 때도 있지만, 말 그대로 캐릭터가 어디든 이동할 수 있게 해 '탐험의 측면'이 강조되는 점이 오픈월드 게임에서 추구할 수 있는 재미입니다.
샌드박스 게임은 어린이들이 자유롭게 모래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짓는 것처럼, '정해진 목표 없이 자유롭게 어떤 것이든지 할 수 있는' 게임 장르를 말합니다. 행동의 제약이 없는 캐릭터를 활용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세계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픈월드와 샌드박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입니다. 오픈월드 게임은 이동의 자유가 높은 게임이고, 샌드박스 게임은 거기서 확장돼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데다가 캐릭터까지 마음대로 조작하며 다양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샌드박스 게임은 대부분 오픈월드의 요소를 반드시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픈월드와 샌드박스의 결합…극강의 자유를 보여준 'GTA'
울티마 시리즈, 엘더스크롤 시리즈 등 오픈월드를 표방하는 다양한 게임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픈월드와 샌드박스의 요소를 잘 버무려 장르를 정착시킨 'GTA(grand theft auto)' 시리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게임을 잘 모르는 분들도 쿠팡플레이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서 GTA 시리즈를 풍자한 코너 덕분에 들어본 적이 있을 텐데요.
영국 게임사인 락스타노스는 무려 1997년에 GTA 첫 편을 내놓고 이후 총 17편의 시리즈를 제작했습니다. GTA2까지는 시범작의 개념으로 2D 세계관을 구축했지만, GTA3부터는 3D로 장르의 꽃을 피웠습니다. 리버티 시티(뉴욕), 바이스 시티(마이애미), 산 안드레아스(샌프란시스코) 등 이름만 바꾼 실제 현실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실제로 캐릭터들은 도시들을 돌아다닐 수 있고, 캐릭터가 걸어서 도시 전체를 둘러보는 데 5시간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GTA6 공식 홈페이지 캡처 GTA에서 캐릭터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오토바이나 차량을 타고 도시 구석구석을 다니고요. 넓은 도시를 돌아다니다 보면 가로등도 꺼지고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와 시간의 흐름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캐릭터로서 '살아있는 도시'를 오롯이 느끼는 셈이죠. GTA5로 업데이트 되면서 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가서 외계인들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이동과 행동의 자유가 무척 높은 설정 덕에 GTA는 오픈월드와 샌드박스가 결합된 신세계를 이용자들에게 열어주며 '대박'을 쳤습니다. 가장 최근 버전인 GTA5의 누적판매량은 무려 2억 장에 달합니다. GTA6은 내년 가을 출시 예정으로 많은 GTA 팬들은 그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단, 폭력성 등의 문제로 미성년자는 절대 이용 불가입니다.
"뭐든 할 수 있어" 전 세계 1위 게임 '마인크래프트'
마인크래프트 게임 모습.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처
샌드박스의 본질을 실현한 게임으로 '마인크래프트(Minecraft)'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스웨덴 게임사 모장 스튜디오에서 지난 2009년 발매한 샌드박스 형식의 게임입니다. 마인크래프트는 이름처럼 채광(Mine)과 제작(Craft)을 하는 게임입니다.
마인크래프트의 정수는 바로 아무런 목표도, 미션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용자들은 네모난 블록 세계에서 블록으로 건축, 사냥, 농사, 채집과 탐험 등 '할 수 있는 건' 뭐든지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마인크래프트도 이동의 제약이 없는 오픈월드입니다. 이용자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대지에서 이용자가 조작하는 캐릭터는 농사꾼이 될 수도, 탐험가가 될 수도, 건축가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마인크래프트 게임 화면. 마인크래프트 홈페이지 캡처이용자에게 극강의 자유를 선사하는 마인크래프트가 나온 초창기에는 "신선하지만 인기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원한 건 게임에서 제약 없는 진정한 자유였을까요? 올해로 15주년을 맞이한 마인크래프트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비디오 게임'이라는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누적 판매량으로는 3억 장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엔씨소프트가 오픈월드형 게임을 개발해 반등을 꾀하겠다고 나서 오픈월드형 게임이 더욱 더 주목 받고 있는데요. 특히 미국과 캐나다 등 콘솔 게임의 인기가 높은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게임사들은 오픈월드 기반의 샌드박스 신작 게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신작을 통해 이용자들에게 어떤 무궁무진한 '게임 속 자유'를 보여줄지 기대가 모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