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법정 입구. 고영호 기자"아비없는 호래자식 소리 안들으려고 평생 언행에 극도로 조심하며 살아왔습니다"
여순사건 유족 김모씨는 22일 오전 11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316호 형사 중법정에서 제1형사부 심리로 열린 여순사건 재심을 통해 켜켜이 쌓였던 한을 토로하며 울컥했다.
재판에 참석한 광주지검 순천지청 이강천 검사는 공소사실에 대해 "1948년 여수 14연대 군인에 가담해 치안질서를 문란케 한 혐의로 기소됐다"고 주장했다.
죄명은 미 군정 포고령 제2호 위반이다.
재판장이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하자 김씨는 준비한 자료를 차분히 낭독하면서도 중간중간 목이 메었다.
김씨는 "여순사건 한 달쯤 후에 아버지와 광주에서 사진관 렌즈를 같이 구경하고 있는 데 순사가 자식 앞에서 아버지를 수갑 채우고 끌고간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며 "아버지가 5년 형을 받아 경북 김천형무소로 갔다가 다음해 경남 진주형무소로 이감됐지만 형기가 지난 이후에도 전혀 소식을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대학교 사범대학 학장을 역임한 80대 김씨는 "살아 생전 아버지 누명을 벗겨주려고 백방으로 노력해왔다"며 "재판부가 억울함을 바로잡아 국립묘지에 모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했다.
재판장은 "김씨가 낭독한 자료를 정식으로 받아서 재판 기록에 편철하겠다"고 밝혔다.
박금만 화백의 여순사건관련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고영호 기자 앞서 순천지원은 지난 5월 재심 '개시' 결정문에서 "고인이 여순사건 당시 법원이 발부한 사전 또는 사후 영장없이 불법적으로 체포·감금됐다고 판단된다"며 "경찰 등 공무원의 불법 체포·감금은 제헌헌법 및 옛 형사소송법의 인신 구속에 관한 규정을 위반해 행해진 것으로, 특별 공무원 직권남용죄에 해당하는 등 재심 사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재심 재판에는 김씨 이외에도 3명의 재심 청구인들이 나와 저마다의 딱한 사연을 이어갔다.
또다른 유족 김모씨는 "여순사건 당시 낯선 사람이 와서, 아버지가 막대기(봉)를 잡았다며 대구형무소에 데려갔는데 가족이 면회를 가보니, 아무 것도 못 먹었는지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며 "가족들이 평생 애통해했다"고 말하며 재판부에서 유족의 한을 풀어달라고 하소연했다.
변호인인 서희원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번 여순사건 유족들의 재심 사건을 일괄 진행하기로 했으며 다음 재판은 9월 12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