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며 '8.15 통일 독트린'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 전체에 국민이 주인인 자유, 민주, 통일 국가가 만들어지는 그날 비로소 완전한 광복이 실현되는 것"이라며 '자유 가치관', '북한 주민들의 변화', '국제사회 연대'를 골자로 하는 통일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연설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자유(50번)이며 통일은 36번, 북한은 32번, 국민은 25번으로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분단 체제가 지속되는 한 우리의 광복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산업화, 민주화를 '자유를 향한 위대한 역사'로 규정하면서 남북통일을 이룰 때 완전한 광복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통일을 위한 3대 비전으로는 '자유와 안전이 보장되는 행복한 나라', '창의와 혁신으로 도약하는 강하고 풍요로운 나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나라'를 들었고, 3대 전략으로는 '자유 통일을 추진할 자유의 가치관과 역량 배양', '북한 주민의 자유 통일에 대한 열망 촉진', '자유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적 지지 확보'를 제시했다.
여기에 △통일 프로그램 활성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다차원적 노력 전개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권' 확대 △북한 주민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인도적 지원 추진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을 통일 역량에 반영 △남북 당국 간 '대화협의체' 설치 제안 △국제 한반도 포럼 창설까지 7대 통일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통일을 위한 3대 비전 및 전략, 7대 추진 방안까지 통틀어 '8·15 통일 독트린'(doctrine·국가의 외교 방향)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자유를 중시하되 질서와 규범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가짜 뉴스에 기반한 허위 선동과 사이비 논리는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는 무서운 흉기다.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하는 이들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는 반(反)자유 세력, 반통일 세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우리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들 교육개혁, 노동 개혁, 연금 개혁, 의료 개혁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많은 북한 이탈주민은 우리 라디오 방송, TV를 통해 북한 정권의 거짓 선전 선동을 깨닫게 됐다고 증언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이 자유의 가치에 눈을 뜨도록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며 '북한 인권 국제회의'와 '북한 자유 인권 펀드'의 추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의 대북 제안인 '담대한 구상'에서 이미 밝힌 대로 "비핵화의 첫걸음만 내디뎌도 정치적, 경제적 협력을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자유 50번, 통일 36번, 과거사는 언급 안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번 연설 시간은 약 25분으로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약 15분)을 훌쩍 넘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자유(50번)이며 통일은 36번, 북한은 32번, 국민은 25번으로 나타났다. 역사는 4번, 일본은 2번에 그쳤다. 자유 언급은 지난해 경축사에서 27회, 2022년 경축사에서는 33회 언급한 것과 비교하면 대폭 늘어났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검은색 정장에 하늘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식을 비롯해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 등 중요 행사 때마다 하늘색 넥타이를 주로 사용해 왔다. 함께 참석한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흰색 정장 재킷 차림을 했다. 윤 대통령 부부는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3관왕을 달성한 김우진, 임시현 선수, 허석 선생의 후손이자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은메달리스트인 허미미 선수, 방위사업청에서 한국형 전투기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조은애 중령과 행사장에 함께 입장했다.
행사는 맹세문 낭독, 어린이 뮤지컬단의 합창 및 만세 퍼포먼스, 독립유공자 포상, 경축 공연, 광복절 노래 제창, 만세삼창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번 광복절을 맞아 총 121명의 독립유공자에게 정부포상이 수여됐으며, 윤 대통령은 이중 경북 및 충북 등지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헌신한 고(故) 문일석 님의 후손 문형배 씨 등 독립유공자 후손 5명에게 직접 포상을 수여했다.
경축식에는 독립유공자 유족, 국가 주요 인사, 주한외교단, 사회 각계 대표, 시민, 학생 등 각계각층의 국민 2천여 명이 참석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들은 정부 주최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고 효창공원 내 백범기념관에서 별도 기념식을 개최했다. '뉴라이트' 논란에 휩싸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광복절 행사가 정부 주최 경축식과 독립운동단체 주최 기념식으로 쪼개진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