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북한 선수들을 북한 관계자가 지켜보고 있다. 노컷뉴스 8년 만에 올림픽 무대로 복귀한 북한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첫 메달을 수확했다. 30일(한국시간) 리정식과 김금용이 출전한 탁구 혼합복식 결승에서 중국에 패배, 은메달을 획득했다.
북한은 이번 대회에 총 선수 16명을 파견했다. 5명이 참가한 레슬링, 3명이 출전하는 다이빙은 파리 올림픽 2주차에 열린다. 대회 첫 주에는 북한 탁구가 주목받았다. 리정식, 김금용 외에도 편송경이 여자 단식 무대에 섰다.
북한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공동취재구역이 북적인다. 한국 취재진 뿐 아니라 일부 외신도 북한 선수의 소감이나 반응을 궁금해 한다.
그러나 묵묵부답이다. 리정식, 김금용, 편송경 모두 침묵했다. 30일 여자 단식 32강에서 7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독일의 니나 미텔햄을 꺾은 편송경은 대회 주최 측의 안내를 뿌리치고 공동취재구역을 아예 지나가지도 않았다.
국제 대회에 나올 때마다 폐쇄적으로 움직이는 북한에게도 피할 수 없는 관문은 있다. 메달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공식 기자회견이다.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의 임종훈과 신유빈의 기자회견이 먼저 열렸다. 이후 결승전을 치른 금·은메달리스트들이 따로 기자회견에 임했다.
기자회견 장소의 분위기는 다소 묘했다.
임종훈-신유빈의 기자회견이 끝나고 중국과 북한 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기까지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메달 이벤트가 벌어지는 올림픽 전 종목에서 기자회견이 개최되는데 이처럼 오래 기다린 적은 없었다. 특정 국가와 특별한 조율이 필요했던 것일까. 주최 측의 답변은 듣지 못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자회견이 시작됐다. 회견장에 빈 좌석은 거의 없었다. 한 중국 기자는 북한이 대회 준비를 위해 어디에서 훈련했는지 물었다. 리정식은 "조국에서 훈련했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그런데 그게 왜 궁금했을까?
북한은 중국에서 개최된 국내 대회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그 대회에 참가했던 게 도움이 됐다는,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한 건 중국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게 아니었을까.
이어 다른 중국 기자는 결승에서 중국을 상대한 소감을 물었다. 국제 대회 기자회견에서 일반적으로 나올 수 있는 평범한 질문이다.
김금용은 차분한 목소리로 "중국 팀과 경기를 그래도 비슷하게 한다고 했는데 세계적으로 강한 팀이다 보니까 우리가 마지막에 모자라서 채우지 못했습니다. 중국 팀과 경기를 잘하긴 하였지만 아쉽기도 하고 많이 배우기도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그 외 국내와 외신 기자들은 다른 관점에서 질문했다. 북한에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겨준 소감, 임종훈-신유빈과 함께 사진을 찍은 소감과 경쟁심을 느꼈는지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기자회견 장소에 함께 있었던 한 북한 선수단 관계자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자 북한 김금용은 "(경쟁심) 그런 거 전혀 느끼지 못했습니다"라고 짧게 일축했다.
작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북한의 공식 기자회견 때마다 등장해 질문을 차단하거나 선수들에게 눈치를 주는 북한 관계자가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북한 관계자는 영향력을 끼쳤다.
사회자가 북한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국가명을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고 말하자 북한 관계자가 항의했고 이후 "DPR 코리아"로 정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기자회견 사회자가 북한을 '노스 코리아'라고 부르자 북한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끊고 다가가 항의하고 있다. 노컷뉴스30일 오후(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신유빈과 임종훈이 북한선수단, 중국 선수단과 셀카를 찍고 있다. 2024.7.30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KCK 황진환 기자
한편, 중국 미디어는 들떠 있었다. 중국이 탁구 종목에서 세계 최정상의 자리를 확인했다는 사실에 감격한 듯 보였다. 적잖은 중국 기자들이 금메달리스트들의 기자회견 장면을 동영상에 담으려고 했다. 그러나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사진 촬영은 가능해도 동영상 촬영을 해서는 안 된다. 중계권사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한 명이 동영상을 찍으면 대회 관계자가 다가가 제지했다. 그럼 다른 쪽에서 다른 기자가 촬영을 시도했다. 관계자가 이를 발견하고 제지하면 또 누군가 반대쪽에서 촬영 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대회 관계자가 말리면 협조적이긴 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는데 마치 두더지 게임을 보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