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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은 그림의 떡…발달장애인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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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사각지대 놓인 발달장애인①]
발달장애인 50% 건강검진 받지 못해
"아픈 곳이 어딘지 알기만 해도 행운"
의사소통 장벽에 조기 진단도 어려워
전국 '장애인 건강검진기관' 17곳이지만 방문 어려워
전문가 "발달장애인 배제되지 않는 검진시스템 필요"

강동경희대병원에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발달장애인 수검자에게 제공한 건강검진 종합소견지. 나채영 기자강동경희대병원에서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과 발달장애인 수검자에게 제공한 건강검진 종합소견지. 나채영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건강검진은 그림의 떡…발달장애인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다
(계속)

발달장애인에겐 '아픈 곳'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발달장애가 있는 김민수(가명·34)씨는 지난 6월 생애 두 번째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당뇨를 진단받았다. 서울 강동구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만난 김씨의 어머니 이모(59)씨는 "5년 만의 검사에서 어디가 아픈지 알게 된 것만으로 행운"이라며 웃었다. 김씨는 9월 병원 진료를 앞두고 있다.
 
발달장애인들 중에는 김씨 같은 사람이 적지 않다. 국내 발달장애인 10명 중 5명은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국립재활원의 '2022년 장애인 건강보건통계'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건강검진 수검률은 51.6%로 전체 장애인 수검률(63.0%)보다 10% 이상 낮다.

발달장애인 평균 사망 연령도 57.4세로 전체 장애인 평균치(77.9세) 보다 낮다. 하지만 발달장애인들의 건강검진 수검률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7년 연속 5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상당수가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수검률을 높이기 위해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파도 표현을 못하니 병을 키워…의사소통 지원이 필수

발달장애인은 몸이 아프거나 이상을 느껴도 의사 표현이 어려워 병을 키우기 쉽다.

특히 발달장애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인데, 암 검진 수검률은 30.4%로 전체 장애 유형 중 가장 낮다.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건강검진센터장인 차재명 소화기내과 교수는 "발달장애인은 건강 문제를 명확히 표현하거나 병원에 오더라도 의료진과 소통하기 어려워 건강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뇌전증, 소아 당뇨 등 동반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도 의사소통의 장벽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의 건강검진에는 보호자인 어머니와 사회복지사 1명이 함께 간다. 발달장애인 특성상 증상 호소 등 의사표현에 어려움이 크고, 낯선 환경에서 돌발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 이씨는 "아들이 병원 자체를 두려워해 예방 건강검진을 하나하나 받을 때마다 충분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며 "채혈검사나 내시경검사를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 한 달 동안 장난감 주사기를 사서 아들에게 설명하고 연습하기를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건강문진표 작성도 이들 모자에게는 큰 산이다. 어머니 이씨는 "건강문진표 용어를 이해하고 아들과 함께 작성하는데 몇 시간이 들었다"며 "건강 문제를 명확히 표현하고 싶은데 의료진이 발달장애 특성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검진 내용을 아들에게 설명하는데만 매우 오랜 시간이 걸려 복지사 선생님께 항상 도움을 요청한다"고 토로했다.

수십km 떨어진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알아도 무용지물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가까스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을 찾아도 검진 접수는 쉽지 않다. 지역구에서 몇 시간 떨어져 있는 검진기관을 찾아가기 어려워 검진일을 미루는 일이 부지기수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위치한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은 총 17개. 서울에는 국립재활원과 서울의료원 2곳뿐이다. 장애인 검진기관은 승강기 등 시설 11개, 장애인 탈의실, 휠체어 체중계 등 장비 9종, 의사소통 가능한 인력 1명 이상 등을 갖춰야 한다. 기관은 또 발달장애인 수검자를 위해 검진내용, 절차 등을 알기 쉽게 소개하는 서면 안내문을 검진실 내부에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서울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정부가 지정한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이 아닌 인근 강동경희대 병원과 발달장애인 종합검진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2곳은 거리가 워낙 멀어서 이동을 지원하기 어렵다"며 "바로 옆에 있는 병원을 알려드리는 게 발달장애인들에게 보통의 삶을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전문가들은 발달장애인 건강검진을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 수를 늘리고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중복장애특별위원회 박유철 간사는 "지역구에 (장애인 건강검진기관이) 1~2곳 밖에 없기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이 1시간 검진을 받기 위해 대중교통으로 왕복 4~5시간씩 이동하는 경우도 있다"며 "기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사회복지기관의 전문 복지사 없이 보호자와 단둘이 검진받는 것은 매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애인들과 장애어린이들의 자립과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푸르메재단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의사를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검진 과정의 불안 등이 심할 경우에 도전적인 행동을 보인다"며 "의료진과 조력인이 알기 쉬운 말로 설명하는 기관들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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