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김포시 장기동의 한 화훼업체 사장인 A씨가 가게 바닥에 고인 빗물을 퍼나르고 있다. 박창주 기자"여태 이렇게 물이 찬 적은 없었던 동네예요. 전기도 다 나가버려서 장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연이틀 장대비가 쏟아진 18일 오전 11시쯤, 경기 김포시 장기동에 있는 화훼단지 일대는 10여개 업체들이 대부분 문을 열었지만, 행인 한 명 없이 한적한 분위기였다.
이곳에서 십수 년 장사를 해온 50대 A씨는 여러 번 기자가 인기척을 해도 말 없이 굳은 표정으로 양동이를 나르고 있었다. 가게 바닥은 짙은 갈색물감을 풀어 놓은듯 진흙물이 가득 찼고, 그 위로 화분 포장재와 각종 집기들이 떠다녔다.
'얼마나 피해가 크냐'는 질문에 그는 "어제 밤에 무섭게 쏟아지더니 결국 이 모양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그러고는 뒷문 밖으로 물을 퍼나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A씨는 개업 이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침수에 더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기자 양반도 봐서 알겠지만 지대가 낮은 곳도 아니라 이렇게 빗물이 차오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화훼업체 바닥이 침수된 모습. 새벽부터 물을 퍼내 지금은 다소 수위가 낮아진 상태다. 박창주 기자바닥에 찬 물을 바가지로 퍼올리던 그는 한쪽 구석을 가리켰다. 배수구가 있던 위치로 구멍이 막혀 물이 가득 고인 상태였다. 그는 "비가 꾸준하게 내리면 괜찮은데, 무서울 정도로 순식간에 퍼부으니까 감당을 할 수 없었던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새벽 김포 지역은 시간당 최고 50㎜ 안팎의 폭우가 쏟아졌다. 0시 이후 평균 누적 강수량은 현재(18일 오후 1시)까지 160㎜를 기록 중이다. A씨는 "누가 물을 가져다 퍼붓는 것처럼 쏟아졌다"고 당시 상황을 돌이켰다.
사업장 전체가 물에 잠기면서 당분간 장사도 접어야 할 처지다. 안쪽에 위치한 방과 계산대까지 물이 들어차 장비가 고장나고 전기도 나가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다 젖고 망가져서 손도 못 대고 있다"며 "일단 장사는 다 스톱이다. 막막하기만 하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의 또 다른 화훼업체 사장 B(60대·여)씨도 사정은 마찬가지. 남편과 함께 매장 바닥에 고인 물을 치우고 있던 B씨는 "지대도 주변보다는 높은 곳인데도 가게들마다 다 난리가 났다"며 "새벽부터 계속 물 퍼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컴퓨터고 뭐고 다 아작났다"고 허탈해 했다.
화훼업체 내부에 있는 방까지 빗물이 차올라 집기들이 모두 젖고 고장난 상태다. 박창주 기자
앞서 김포시는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이날 새벽부터 침수 상황과 도로 통제, 산사태 경고 등에 관한 재난안전문자를 수시로 발송하는가 하면, 소방 당국과 함께 침수 신고지역 중심으로 배수 조치 등을 이어가고 있다.
오후부터 잠시 소강 상태가 되면서 호우가 집중된 김포 서부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도로 통제는 해제됐다.
김포시청에 인접한 장릉산 주변으로는 산사태 경보가 내려지면서 주민들이 인근 대피소로 이동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