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세 모녀. 연합뉴스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가 지난 1년 6개월간 5조원이 넘는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3조원 이상이 삼성가(家) 세 모녀가 처분한 주식이다.
1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 71곳을 대상으로 오너 일가의 계열사 주식 취득·처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반동안 이들의 주식 처분 규모는 5조 67억원으로 집계됐다.
대기업 오너 일가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매도한 곳은 삼성 일가였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전략기획담당 사장 등 세 모녀가 3조 3157억원 상당의 지분을 매각했다. 전체 주식 매도 규모의 66% 이상을 차지한다.
CEO스코어는 세 모녀가 3조원이 넘는 주식을 대량 매도한 것은 막대한 규모의 상속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삼성가는 2020년 고 이건회 회장 사망 이후 연부연납 제도를 활용해 2021년 4월부터 5년 간 약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분할 납부해 오고 있다.
그동안 삼성가 구성원들은 주식 담보 대출 등을 통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로 대출 금리가 인상되고, 이에 따른 이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보유 지분 처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CEO스코어는 삼성가 세모녀가 주식을 처분한 것과 달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계열사 주식을 한 주도 처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삼성 일가 다음으로 많은 주식을 매도한 일가는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으로 집계됐다. 지주사 전환에 드라이브를 건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 지분 1809억원어치를 처분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도 1359억원의 주식을 팔았다. 형제 간 계열 분리에 나선 효성그룹이 지주사를 분리하면서 조 부회장이 쥐고 있던 효성중공업 지분을 매도한 것이다.
이 외에도 정교선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1017억원), 장세주 동국제강그룹 회장 (938억원),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776억원)등이 주식을 처분했다.
CEO스코어 제공
반면 대기업 오너 일가의 주식 취득 규모는 1조원을 조금 웃도는 데 그쳤다. 이 중 약 60%는 현대백화점그룹, 오씨아이그룹, 동국제강그룹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백화점 오너 일가(정지선·정교선·정몽근)의 주식 취득 규모가 32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오씨아이(이화영·이복영·이우현·이지현 등) 1938억원, 동국제강(장세·장세욱·장선익 등) 1818억원의 순으로 지분을 취득했다. 이들 세 그룹은 주사 체제 전환, 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유상증자, 공개매수청약 등의 영향으로 주식 취득 규모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오너 일가의 상속·증여 움직임도 활발히 일어났다. 지난 1년 반 동안 상속·증여된 지분 규모는 총 1조 2134억원에 달했다.
가장 많은 주식이 상속·증여된 오너 일가는 효성그룹이다. 고 조석래 회장이 소유하고 있던 효성·효성중공업 등 계열사 5개사 주식(7880억원)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에게 상속됐다.
3세 승계를 준비 중인 한솔그룹도 두 번째로 많은 상속·증여를 단행했다. 조동혁 한솔그룹 회장은 787억원의 한솔케미칼 지분을 장녀 조연주 한솔케미칼 부회장에게 신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