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울산동구청장이 남목2동 OK생활민원 현장서비스의 날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동구청 제공조선업 불황의 파장은 컸다. 지난 2015년 3만4천여 명이 직장을 잃고 울산 동구를 떠났다. 19만 명을 넘나들던 동구 인구는 올해 6월 기준, 16만여 명까지 떨어졌다. 조선업 불황과 경기 침체 속에서 2022년 7월 취임한 김종훈 동구청장이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11년 동구청장, 2016년 국회의원(울산 동구)을 지낸 그가 다시 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더 잘 사는 동구'. 취임 2주년을 맞은 김 동구청장으로부터 그동안 성과와 앞으로 변화를 들어봤다. 인터뷰는 CBS노컷뉴스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 취임 2주년을 맞은 소감과 주요 성과를 꼽는다면?"취임 이후 지난 2년간 조선업 불황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튼튼히 하고 무너진 사회복지 인프라를 되돌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다. 그동안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정책적 결단이 다행히도 성과를 거두어 우리 지역의 해묵은 문제들이 하나둘 해결되고 있다. 우선, 주민 대다수가 조선업 관련 노동자인 지역 주민들이 갑작스런 위기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노동복지기금 운용, 하청노동자 지원사업 추진, 저임금 영세사업장 사회보험료 지원, 이동·여성노동자 쉼터 운영 등을 통해 누구나 노동의 권리를 보장받는 노동환경을 조성했다. 또 화정가족문화센터를 개관해 가족중심 여가문화 정착에 힘썼으며, 노후된 히딩크드림필드와 서부시민운동장을 리모델링하고 주전게이트볼장을 조성하는 등 문화복지·생활체육 인프라를 개선했다. 이밖에도 슬도 입구에 슬도아트를. 방어진항에 문화공장 방어진을 개관해 지역 주민과 동구를 찾는 방문객들이 관광명소에서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더불어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동구의 미래 주인공인 청년들을 위한 청년정책도 집중 추진했다. 지난해 초 서부동에 동구청년센터를 개소한데 이어 올해 3월에는 청년들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청년스테이지온을 개관해 청년 중심의 문화예술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또 동구지역 교육 수준 향상을 위해 수요자가 희망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하고자 노력했다. 보육과 교육의 수요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참여하는 교육발전 토론회와 학부모가 함께하는 '두근두근 반상회'를 개최했으며, 지역 주민들을 교육강사로 활용하는 '마을강사 양성과정'을 운영해 교육 인프라 향상에 지역 공동체가 함께 하도록 했다.
- 지난해 CBS와 취임 1주년 인터뷰에서 구정 평가에 대한 점수를 물었다. 100점 만점에 절반만 넘겼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스스로에게 몇 점을 주고 싶은 지.
"취임 2주년을 맞아, 취임 당시에 주민과 약속한 공약사업의 이행률을 중간 점검한 결과 59건의 공약사업 중 22건이 완료, 31건이 정상 추진 등 총 53건, 89.8%의 사업이 잘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6건의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의 당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현실적으로 사업의 내용을 일부 변경해 추진하고 있다. 취임 1주년 때는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100점 만점에 절반만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는데, 지난 한 해 동안 노동복지기금이나 문화복지시설 추진 등 가시적인 성과를 많이 거두었으니 지난해보다는 더 점수가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
- 지난 2년간 구정을 운영해오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동구가 지난해 지방소멸위기지역에 언급된 적이 있다. 조선업 불황기 때 청년인구가 많이 유출되었던 탓인데, 그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지역의 정주 여건과 노동 환경을 개선하고 청년지원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청년들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조선업 회복기를 맞아 일자리가 늘면서 인구가 다시 소폭 증가하고 있지만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은 기업에서 청년들이 찾아올 만한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어야 우리 지역의 청년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은 기업에 있고, 기업의 지속 가능성 역시 지역에 있는 만큼 서로 힘을 합쳐서 함께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
김종훈 동구청장이 시니어레스토랑 화정 개소식에서 직접 서빙을 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임기 2년이 남았다. 후반기에는 '밸류업 가치 행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주민들이 요구하는 행정 서비스는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데, 예산과 인력이 한정된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해 신규 사업을 실시하는 방식으로 주민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우리 지역에서 보유한 시설을 재구조화 또는 리모델링하여 주민들이 원하는 공간으로 바꾸어 주민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정책을 추진할 때도 행정에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을 함으로써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지난해 명덕호수공원 입구에 어린이놀이터를 만들면서 학부모들의 의견을 폭넓게 청취했으며, 주변 지역 어린이들에게 어린이놀이터에 들어갈 놀이시설을 직접 고르도록 했다. 어린이와 학부모들은 사업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면서 자신들이 희망한 대로 어린이놀이터가 조성되어서 매우 만족해 했다. 적은 예산이 들어간 소규모 사업이더라도 주민들이 원하는 '바로 그것'을 해 줄 때 효과가 크다. 앞으로도 지역 주민들을 구정의 주인공으로 참여시켜 함께 좋은 해결방법을 찾고 우리 지역의 문제를 우리의 힘으로 스스로 해결하면서 주민들의 정서적인 만족도를 높임으로써 동구의 가치를 높여 가고자 한다."
- '밸류업 가치행정'의 주 내용을 보면, 적은 예산으로 빠르게 주민 행정 요구에 대응하고 시설 재구조화를 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8월중 개소 예정인 노동자지원센터는 옛 사회적경제일자리센터를 리모델링하고 그 안에 조선업 노동자를 위한 근골격건강지원센터를 갖추어 새롭게 선보인다. 또, 방어동의 옛 씨름단숙소를 리모델링해 실내 클라이밍장, 어린이 교통안전 교육장을 갖춘 꽃바위체육센터를 가을 쯤에 개소할 예정이다. 옛 서부유치원 건물을 리모델링해 그림책도서관 등을 갖춘 어린이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 있으며, 옛 동부회관과 서부회관을 생활체육시설로 리모델링 중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경기 침체로 비어 있는 지역의 빈 건물을 공공 시설물로 임차 또는 매입해 사용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반기에 문을 여는 '아픈아이돌봄센터'는 일산해수욕장의 빈 상가 2층을 임차해 개소할 계획이다. 지난 2023년 12월에 개소한 바드래경로당과 화정경로당도 지역의 노후주택을 매입해 리모델링 한 것이며, 청년스테이지온과 워케이션센터도 일산해수욕장의 빈 상가를 임차해 문을 열었다. 올해부터 입주한 청년노동자공유주택도 전하동의 오피스텔을 임차해 운영중이다.
김종훈 동구청장이 대왕암공원 출렁다리 안전을 점검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상반기 최대 성과로 '동구노동복지기금 운영'을 꼽았다. 5년간 기금 100억 목표를 제시했는데, 임기 동안 목표 달성이 가능할지?"올해 동구 예산에 16억 원을 확보했고,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노조에서 기탁한 2억 원과 올해 초 법무법인 '바른'에서 기탁한 3억 원 등 총 21억 원으로 노동복지기금을 본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2028년까지 매년 본 예산의 1천분의 5 규모로 노동복지기금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앞으로 동구노동복지기금의 성공적인 수혜 사례가 알려지면 기금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과 기관·단체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100억 원 조성 목표는 무난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동구노동복지기금은 현재 동구에 거주하는 하청노동자들에게 어떻게 쓰이고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올해부터 노동복지기금으로 노동자 긴급 생활안정자금과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을 추진중이다. 긴급생활안정자금의 경우 폐업 등으로 실직했거나 부상·질병으로 소득이 없을 때 융자해 주는데, 요즘 조선업 경기 활황으로 실직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긴급생활안정자금 융자 신청은 많지 않은 편이다.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은 동구에 주소를 둔 39세 이하 청년 노동자와 신혼부부에게 주택임차 보증금의 대출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7월부터 주택자금 대출이자 지원사업의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구청 민원실에서 노동복지기금운용 전문가와 수시로 상담 및 신청이 가능하도록 해, 더 많은 청년노동자와 신혼부부가 지원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 조선업 인력 부족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동구로 이주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동구에 안착시키기 위한 정책은? "지난 1년간 동구지역 외국인 주민은 3천여 명에서 8천여 명으로 150%나 증가했고, 앞으로도 증가 추세는 계속 될 전망이다. 이미 우리사회는 산업 현장의 많은 부분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일손'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한 인격체로서 존중하며 우리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하면서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동구는 지난해 관련된 기관 단체들과 함께 외국인지원협의체를 구성해 외국인들을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슬기로운 동구생활'이라는 주제로 외국인 1천여 명을 대상으로 지역 관광안내, 감염병 예방, 쓰레기 분리배출 등을 안내하는 설명회를 개최했고, 외국인 노동자들의 여가생활 보장을 위해 생활체육시설 이용료를 감면해주고 있다. 7월에 구청 조직을 개편하면서 외국인노동자지원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앞으로 외국인 노동자 지원 정책을 더욱 체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김종훈 동구청장이 일산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시민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동구청 제공 - 울산시가 시내버스 환승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 동구를 운행하던 버스가 줄고, 노선도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대중교통 정책은 경제 논리가 아니라 교통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경제성을 따져서 탑승객이 적은 곳의 노선을 통폐합 할 것이 아니라, 자가용 승용차를 이용하지 못하는 어린이, 노약자 등 교통약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사람이 많은 곳에만 대중교통 편의가 집중된다면 소외된 곳은 더욱 외면 받을 것이며,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동구는 오랫동안 교통외지로서 주민들의 불편이 컸다. 특히 지난해 염포산터널이 무료화되기 전 까지 수년간 염포산터널을 유료로 이용하며 경제적 부담을 감내해야 했다. 이런 동구 주민들을 배려하는 대중교통 정책이 필요하다."
- 울산시와 함께 해양레저관광거점 공모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동구는 '왕의 휴양지, 해양레저관광의 중심 일산'이라는 컨셉으로 2027년까지 총 사업비 490억 원을 들여 해양레저관광 거점 형성사업, 관광 활성화 사업, 특화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도록 스킨 스쿠버와 서핑 교육 등을 담당하는 '일산풍류 워터센터'와 요트 계류장 등을 갖춘 '일산풍류 워터플랫폼'을 만들고, 어풍대 바다 전망대, LED경관조명을 갖춘 산책로, 어린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바다놀이터 등을 조성한다는 구성이다. 일산해수욕장 일대에는 최근들어 맨발걷기와 패들보드, 요트체험 등을 하려는 방문객들이 꾸준히 잇따르고 있다. 일산해수욕장 주변에서 이미 일산항어촌신활력증진사업 등이 추진 중이어서 이런 사업들과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해양레저관광거점사업에 선정되면 시설물과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지역 청년들을 적극 참여시킬 계획이다. 관광 분야 일자리 창출과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최근 해양수산부의 해양레저관광거점 선정을 위한 평가에 참여하여 동구가 이번 사업의 최적지 임을 충분히 설명했다. 최선을 다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
김종훈 동구청장이 방어진경로당 현장을 점검하면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구청 제공- 여름을 맞아 동구의 대표적인 여름 관광지인 일산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특히 늘어나고 있다. 일산해수욕장 일대의 관광지 개발 계획은? 일산해수욕장 일대는 동구 도심과 가까워 대중교통으로도 쉽게 찾아올 수 있고 유명 맛집과 카페가 많아서 일년 내내 사람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지난해부터 맨발걷기 명소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일산해수욕장 주변에 청년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청년스테이지온과 직장인들의 워라밸을 지원하는 워케이션센터를 개소했다. 청년스테이지온에서는 개소 이후 청년들과 함께 DJ공연과 댄스 페스티벌 등을 주말에 열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국가사업 공모에 참여한 해양레저 관광거점사업과 더불어 올해 하반기부터 '풍류문화놀이터 명소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바다 조망을 가리는 구조물을 정비하고 사람들이 모여서 문화와 여가를 즐기는 광장을 조성해 이 일대를 해안경관이 곁들여진 청년 중심의 해양·문화 놀이터로 키워갈 계획이다."
- 김종훈 동구청장의 남은 임기 2년 동안 동구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나? "전국적인 인구 감소 추세 속에서, 생산 인구가 노인 인구보다 줄어들고 있다. 우리 동구도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초자치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가용 재원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SOC 사업 추진도 제한적이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주민들의 행복과 만족을 이뤄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주변 여건 변화에 따라 기초자치단체의 지역 발전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 발전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 중인데, 무엇보다 인구 감소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아동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동구 조성'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구정 목표인 '더 잘사는 동구'를 지속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우리 지역에서 소외받거나 아픈 사람들이 없도록 하고, 일과 삶이 조화로운 도시, 사람들이 찾아오는 도시, 주민 모두가 활짝 웃는 동구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김종훈 동구청장이 남목초 두근두근 반상회에 참석한 주민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