웜비어 모친과 인사하는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동행한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11일(현지시간) 미국 민주주의진흥재단(NED) 회의실에서 북한 억류 피해자와 유족, 북한인권 개선 활동 중인 탈북민,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났다. 김 여사는 이 자리에서 "여러분의 용기 있는 행동이 앞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저와 우리 정부가 끝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김수경 대변인은 김 여사가 특히 탈북민들의 생생한 증언을 들으며 "탈북민 여러분의 존재는 그 자체로 열악한 북한인권 현실에 대한 증언이자 동시에 자유를 향한 희망의 등불"이라며 이같이 말했다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김 여사는 작년 4월 미국 국빈 방문 때에도 북한 전문가와 탈북민들을 만나 북한인권 문제를 논의했다.
김 여사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지속적인 만남을 갖는 것이 큰 의미가 있으며, 최근 북한이 한국 드라마를 봤다는 이유로 중학생 30여 명을 공개 처형했다는 보도는 북한의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북한인권 개선에 대한 일관성 있는 정책 행보에서 한국 정부의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이것이 '북한 주민들이 자유를 향한 희망을 갖는 등대'가 된다고 말했다. 또, 김 여사가 진정성 있고 꾸준하게 북한인권에 관심을 갖고 격려하는 행보가 큰 힘이 된다며 감사를 표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김 여사는 "우리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북한인권 개선에 강한 의지가 있으며,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결코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민간단체와 활동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북한인권 개선의 목소리가 더욱 크고 단단해지도록 함께 노력하자"라고 말했다.
북한의 인권 실상을 체험했던 탈북민과 미국인 억류 피해자의 사연과 참석자들의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활동 현황, 정책 제언 관련 발언도 이어졌다.
북한인권운동가 수잔 숄티는 "북한 체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성경'"이라고 말했고, 탈북민 지한나씨는 성경을 공부했다는 이유로 정치범 수용소에 갔던 자신의 경험을 전했다. 작년에 가족들과 목선을 타고 탈북한 김이혁씨는 "한국과 북한이 다른 점은 발언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고, 무엇보다 한국은 내가 이룰 수 있는 꿈이 있는 곳"이라고 밝혔고, 김 여사와 참석자들은 이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에 구금됐다 숨진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 신디 웜비어는 아들의 이름이 새겨진 목걸이를 김 여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참석자들은 지난달 한국 정부가 발간한 '2024 북한인권보고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했다. 김 여사는 한국에서도 만나 오늘의 아쉬움을 달래자며 인사했다.
한편 김 여사는 간담회 전 데이먼 윌슨 NED 회장의 안내로 기관을 둘러보며 현황 설명을 들었다. NED는 전 세계 민주주의 증진을 위해 1983년 미국 의회가 설립한 초당파 비영리 독립단체로, 1990년대부터 꾸준하게 북한인권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해 왔다.